[골목의 전쟁] '유통공룡' 대형마트의 몰락이 말해주는 것

[비즈한국]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 중 하나가 이마트의 뉴스였다.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무려 300억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영업손실은 당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매출과 매출원가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판관비가 1300억 원 증가했기 때문에 입은 영업손실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판관비는 기존 오프라인 점포의 할인과 이마트의 온라인 마켓인 SSG닷컴에 대한 투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4분기 연속 역성장을 했고 올해에도 역성장이 지속된다는 점, 경쟁사인 롯데마트도 분기 손실을 기록하고 역성장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요한 원인은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이커머스, 즉 온라인 유통의 공세 덕분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유통의 큰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거의 모든 것이 배달 가능한 시대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배달의 비중이 늘어가고 그로 인해 오프라인의 영역이 위축되는 상황은 시장의 엄청난 변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형마트의 힘겨운 상황은 경기가 불황이라서가 아니라 시장이 빠른 속도로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26년 전에 대형마트가 등장하며 국내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꿨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대형마트가 유통시장에 등장했을 때 발생했던 혁신이 지금 유통시장에서 다시 한 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등장 이후 시장과 소비자의 흐름은 대형마트가 창출해낸 혁신으로 크게 몰렸고, 그 흐름에 의해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던 전통시장과 소규모 유통 채널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요구했다. 대형마트만 막으면 자신들의 시장은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규제 또한 대형마트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막을 수가 없다. 오프라인 점포의 수익성이 점점 하락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일부 대형마트의 점포들이 사라지는 현상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대형마트가 사라지면 그 지역의 다른 유통업체들이 갑자기 살아날까? 

대형마트조차 버티기 힘든 이러한 유통 환경에 그보다 열악한 전통시장과 소규모 유통업체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더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의 수많은 전통시장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살아난 전통시장’은 ‘전통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일부 포기하고 관광상품화 하는 데 성공한 곳이라는 공통점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시장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복합쇼핑몰의 진입을 막거나 주변 대형마트에 더 많은 규제를 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반대 근거는 ‘생존’이다.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이 등장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과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이 없다고 해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는 배달의 시대이며, 소비자들은 적당한 소비처를 찾아 이동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규제나 대책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지원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나마 대형마트는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를 통해 영업시간 단축과 의무휴업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온라인 마켓의 공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온라인 마켓도 구매일과 배송일을 제한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식의 규제가 생긴다면 이 규제를 가한 측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질 것이다.

‘대기업들이 이익을 독차지하려 든다’라고 보는 시각은 너무 오래되고 낡았다. 이마트의 SSG닷컴 출범에서도 보이듯이 이들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현재 일부 전통시장들은 주변의 대형마트나 다른 대기업 계열의 유통채널과 연계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를 늘리고자 애쓰고 있다. 이미 그 효과를 보는 곳들도 있다. 이것이 어쩌면 현재의 오프라인 유통이 나아가야 할 진짜 상생의 길인지도 모른다.

무작정 경쟁자나 소비자를 탓해선 곤란하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존재다.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득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유통에 몸담은 지역은 단합하여 소비자들이 찾을 이유와 득이 되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 대형마트의 ‘겨울’이 보여주는 현실이라 생각한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핫클릭]

· 기재부가 '월간 재정동향'에서 감추고 싶었던 세 가지
· [핫 CEO] 넥슨 '구원투수'로 등판,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 [골목의 전쟁] 흑당과 마라 열풍은 지속될 수 있을까
· [골목의 전쟁] 내수시장 침체가 소득 양극화 때문이라고?
· [골목의 전쟁] 인스타 대박 아이템도 대기시간 너무 길면 '쪽박'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