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맞는 '라이프 앤 타임' 그리고 립스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라이프 앤 타임’은 기타(진실), 베이스(박선빈), 드럼(임상욱) 이렇게 세 명으로 구성된 밴드다. 사진=라이프 앤 타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한동안 신시사이저 소리를 쫓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오랜만에 브라운소스가 듬뿍 끼얹어진 경양식 돈가스가 당기듯이 멋진 기타 연주가 듣고 싶어졌다.

마치 잘 기억해뒀다 이따금 방문하는 돈가스 가게가 있듯이 이럴 때마다 듣던 노래가 여럿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지만 오늘은 그 각이 아니다. 새로운 기타 소리가 듣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기타 소리는 과거에서 왔지만 그 소리를 현재의 음악에서 듣고 싶다.

라이프 앤 타임 – 정점

그저 멋진 기타 소리를 찾으러 왔을 뿐인데 멋진 베이스와 드럼까지 덤으로 얻었다. ‘라이프 앤 타임’은 기타(진실), 베이스(박선빈), 드럼(임상욱) 이렇게 세 명으로 구성된 밴드다. 여기엔 내가 찾던 매력적인 기타 소리는 물론이고 베이스, 드럼이 원을 정확하게 삼등분 한 듯이 자리 잡았다.

라이프 앤 타임 – 대양

지금까지 익숙했던 밴드 음악이란 자고로 드럼은 땅이요, 베이스는 주춧돌, 그 위에 기타와 보컬이 얹어졌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라이프 앤 타임의 음악 속에서의 기타, 베이스, 드럼은 평평한 땅 위에서 셋이 천하를 삼분하고 있다. 셋이 각자 넓은 지역을 담당하기에 그들의 훌륭한 연주를 보다 자유롭게 풀어 놓는다.

라이프 앤 타임 – 빛

원했던 소리가 담긴 새로운 음악을 찾았으니 이 기쁜 마음을 안고 새로운 양과자점을 찾아 나선다. 어마어마하게 사람을 뿜어내는 홍대역 1번 출구와 홍대 정문 사이 어디쯤에 카린(Carin) 홍대 라운지가 있다. 카린은 아이웨어 브랜드다. 핑크색 의자가 가득한 이곳에서 제이엘 디저트 바(JL Dessert Bar)의 쁘띠가토를 만날 수 있다. 선글라스를 곁눈으로 슬쩍 보고 바로 쁘띠가토가 담긴 쇼케이스로 직진한다. 새빨간 입술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다.

라이프 앤 타임에 기타, 베이스, 드럼이 있다면 ‘립스’에는 파마산 치즈, 토마토, 바질이 있다. 양과자보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파스타 메뉴 설명에 쓰일 법한 재료다. 파마산 치즈는 크림에, 토마토는 젤리에, 바질은 제누와즈에 스며들었다.

라이프 앤 타임 – 호랑이

라이프 앤 타임이라는 이름은 BBC의 다큐멘터리 제목에서 따왔다. 1집 ‘LAND’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고 2집 ‘Age’에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1집에는 급류·빛·숲·땅과 같은 노래들이, 2집에는 소풍·정점·지혜와 같은 노래들이 수록돼 있다. 어느덧 9월이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니 마침 시기에 잘 맞는 밴드를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프 앤 타임 – 지혜

매혹적인 빨간 입술을 포크로 뚝 가르면 하얀 파마산 크림이 나온다. 중간에는 연분홍색 토마토 젤리와 녹색 바질 제누와즈가 숨어있다. 가토보다는 파스타에 어울리는 재료라고 생각했지만 립스는 달콤하고 향긋한 가토의 미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입가에 맴도는 바질 향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