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해외만 가면 싸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얘기다. 양 사는 5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세탁기를 놓고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이번엔 TV다.
박형세 LG전자 부사장(TV사업운영센터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9’ 현지 간담회에서 “삼성 TV는 해상도 기준으로 8K가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삼성을 공격했다.
국내·외 8K TV 제조업체는 삼성, LG, 소니, 샤프 정도다. 그러나 LG가 삼성만 겨냥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삼성 QLED TV가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에서 규정하는 해상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ICDM은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기구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의 산하 위원회다. 디스플레이 관련 전 세계 전문가 250여 명과 독일 TUV와 같은 전문 인증기관, 삼성전자·LG전자·파나소닉 등 주요 제조사 50곳 이상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CDM은 2016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4K 초고화질(UHD) 시대에 맞춰 해상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 화소에 대한 정의가 없고, 흑백·컬러 화면의 해상도가 다르며, 홀수·짝수 라인의 선명도 값 차이도 크기 때문에 새 디스플레이 구성 방식에 기존 해상도 측정 방법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
결국 이 총회에서 제조업체가 디스플레이 해상도 정보를 제공할 때 ‘화소 수(Addressability)’뿐만 아니라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 값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총회 내용에 따르면, 선명도 값은 특정 디스플레이의 정보 표현 능력을 기술하는 가장 완전한 방법이다. 이 규정으로 소비자들은 TV 해상도 차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소통 채널인 ‘삼성전자 뉴스룸’ 역시 “새로운 평가법이 제정되면 디스플레이 해상도 표기 방식이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로 일원화된다. 특정 디스플레이의 수준을 이해하는 데 한결 쉬워질 전망”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형세 LG전자 부사장(TV사업운영센터장)이 7일 베를린 현지 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삼성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는 12%인 것으로 확인됐다. ICDM에서 규정한 화질 선명도 50%에 38%나 부족한 수치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한 동일한 패널을 쓴 소니도 화질 선명도가 50%를 넘었는데, 삼성만 이에 미달했다”며 “삼성이 2017년 ‘SUHD TV’를 ‘QLED TV’로 이름을 바꾸며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8K TV에도 이런 일을 벌이며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삼성의 마케팅 방식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8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화질을 인증하는 곳은 없다”며 “화질이 좋든 나쁘든 8K를 만들면 해상도는 8K이고, 제조사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8K협회’와 함께 8월 30일 8K TV의 주요 성능과 사양에 대한 자체 기준을 발표했다. 여기엔 픽셀 수로 여겨지는 해상도 ‘7680×4320’만 기재돼 있다. 화질 선명도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8K협회는 8K 관련 표준 정립과 생태계 확대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비영리 조직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TV·패널 제조사, SoC칩 업체, 콘텐츠 분야의 16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LG전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ICDM의 해상도 기준을 따르는 게 업계 추세다. 하지만 패널 업체마다 규정하는 해상도 측정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삼성이 ‘ICDM 규정이 8K가 아닌 4K에 대한 합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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