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오늘(9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를 상대로 낸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 집행정지신청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진통제인 타이레놀로도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인보사의 허가 취소가 여전히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과연 인보사 투약 환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비즈한국’은 인보사 투약 환자들을 직접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법무법인 오킴스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마련한 ‘코오롱 인보사 피해 환자 의학상담 및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상담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이곳은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상담은 류마티스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등 전문의 10여 명이 환자들의 건강 상담을, 8명 정도의 법률전문가가 법률 상담을 해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미리 상담을 신청한 인보사 투약 환자 100여 명이 그 대상이었다.
# 약효도 의문이고, 정신적 불안감도 가중
국내 최초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는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을 당시와 세포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뒤바뀐 세포가 종양을 유발하는 특성이 있었기에 논란은 증폭됐다. 그런데 이날 만난 환자들은 ‘발암 가능성’보다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고통’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A 씨는 약 1년 전 인보사 주사를 맞은 이후 오히려 상태가 악화돼 세 달 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인보사를 투약하고서 열흘 뒤 전보다 고통이 더 심해졌다는 것. 지금은 진통제를 먹으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암도 암이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지금 당장 입고 있는 피해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도 많았다. 배드민턴을 40년간 쳐 무릎이 많이 안 좋았다는 B 씨가 대표적이다. 50대인 그는 올 3월 말에 인보사를 투약했지만, 딱 열흘 후에 인보사 사태가 발생했다. B 씨는 “일하면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병원과 식약처, 그리고 코오롱생명과학에 전화를 하며 (증상이나 부작용, 향후 대책을) 물어본다. 항상 마음이 불안하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의사로부터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는 한 번 투약하는 데 700만 원으로 비싼 편이다. 지난해 3월 인보사를 투약했다는 C 씨는 “의사가 2~3일만 지나면 아예 다리가 낫고 이 상태가 10년은 유지된다고 했다. 딸도 ‘엄마, 이틀만 고생하면 되지 않느냐’며 설득했다”며 “처음에는 가격 때문에 망설였지만 너무 아프니까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안전성’만 강조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환자들 울분
이날 무엇보다도 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화두에 오른 이야기는 약에 대한 책임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태도였다. 일부 환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9월 초 코오롱생명과학은 각 병원에 네 장짜리 안내문을 발송했다. 지난 7월 식약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를 결정한 이후다. 이 안내문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케이주는 장기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했고, 방사선을 통해 종양유발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며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8월 진행한 환자와의 간담회 역시 이야깃거리였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인원이 11명에 불과했던 데다 환자들이 어떻게 선별됐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 8일에 모인 환자들 중 8월에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환자 간담회가 열린다고 연락받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바뀐 세포로 만든 인보사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안 이뤄졌는데 어떻게 확답을 할 수 있느냐”며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가 3700명이나 되고, 소송을 제기한 분이 1000명 정도다. 그런데 그 중에서 이 간담회를 고지 받았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환자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동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사건을 담당하는 오킴스는 지난 5월부터 7월간 세 차례에 걸쳐 인보사 투여 환자 901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접수했다. 그러나 환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표했다. 인보사와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까다로워서다. 환자 D 씨는 “인보사를 맞고 개인적으로는 더 통증이 심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인보사 때문이라고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약속한 장기추적조사를 꼭 이행하기를 당부했다. 지난 5월 코오롱생명과학은 800억 원을 투입해 인보사를 투여한 모든 환자를 15년간 장기추적 하겠다고 밝혔다. ‘비즈한국’은 장기추적조사는 법률상 근거가 없어 코오롱생명과학이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관련기사 "15년간 전수 추적"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약속'의 허점). 지난 8일 식약처는 인보사 투여 환자의 75%가 장기추적조사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장기추적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두고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11명만 모아서 소규모로 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환자들의 정보를 아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전화 문의를 한 환자 분들 중에서 ‘필요에 의해서 다시 전화를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봤던 환자들에게 연락을 드려 간담회를 진행했다. (환자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릴) 방법을 찾고 있다”며 “장기추적조사에 대한 (코오롱생명과학의)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안다. 좀 더 파악을 해봐야 하겠지만 조만간 진행이 될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싶지만 법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정도 있고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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