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목표는 진정한 의미의 중간 미술 시장 개척이다. 역량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시즌 5를 시작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식을 제시하려고 한다. 본 프로젝트 출신으로 구성된 작가위원회에서 작가를 추천하여 작가 발굴의 객관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오픈 스튜디오 전시, 오픈 마켓 등 전시 방식을 획기적으로 제시해 새로운 미술 유통 구조를 개척하고자 한다.
음악은 예술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음악가는 음을 모아 화음을 조립하고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듣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음 자체는 구체적 이미지를 묘사하지 않는다.
태생 자체가 추상인 음을 가지고 음악가들은 어떻게 구체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음을 배열하고 조합해내는 기술에 의해 가능하다. 이를 작곡이라 하는데, 구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예술이다. 그래서 작곡과 구성을 콤퍼지션(composi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술에서도 음악의 이러한 태도를 따라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인상주의가 쇠퇴하던 19세기 말의 일이다. 이를 미술사에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고 부른다. 회화에서 음악의 구성 방식을 처음 시도한 이는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1834-1903)다.
미국에서 태어나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한 그는 당시 국제적 양식으로 유행했던 인상주의의 세례를 받았지만 자신만의 회화어법을 개척, 유럽 미술계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회화의 선, 형태, 색채가 음악에서의 음과 같다고 여겨, 작곡가가 음을 구성하듯이 화면 속에서 어떻게 배치하고 조합할 것인가를 그림의 목표로 삼았다.
구성은 현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통한다. 구성의 힘이 빛을 발하는 장르는 예술 양식의 종합 판으로 불리는 영화다. 감독은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영상 등을 조합해 자신의 예술적 색채를 완성한다. 이를 조합하는 방식이 구성인데, 흔히 편집이라고 부른다. 결국 각 장르의 예술적 단위는 감독의 편집에 의해 영화라는 옷을 입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김선의 작업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의 작업을 언뜻 보면 마치 식물도감의 화보처럼 보인다. 다양한 식물 모습이 섬세한 필치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색채가 지나치지 않고 자연스러워 들풀을 드라이플라워처럼 만든 것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그가 그린 식물은 실제 모습을 대상으로 했지만 실상과는 전혀 다르다. 작가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형태를 가진 식물이다. 영화감독의 편집 방법 같이 식물을 선택하고 자신의 의도에 맞게 구성한 모습이다. 구성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식물인 셈이다.
그는 채집한 식물을 분리하고 선별해 천에 재배치해 새로운 형태로 만든다. 이를 돌로 문질러 형태를 새겨 넣는다. 이렇게 식물 본연의 자연색과 형태로 밑그림을 만든다.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해 완성한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을 채집하고 이를 재구성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식물로 만들어내는 것을 예술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다. 김선의 회화가 친숙하면서도 낯설어 보이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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