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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논란 속 법정단체 추진 이유'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십수 년 일해도 최저임금 받기 일쑤…열악한 환경 속에 주장 전달할 통로 '전무'

2019.09.06(Fri) 18:09:17

[비즈한국]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대한간호사협회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법률상 근거가 없는 ‘임의단체’인 간호조무사협회가 본인들을 법정단체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면서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 치과의사, 조산사, 간호사, 한의사에 한해 전국적 조직을 두는 중앙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올 2월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에 이어 8월에는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간호조무사도 전국 조직을 두게 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간호조무사협회를 중앙회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동일 직군이며, 간호계를 대변하는 간호사협회가 이미 존재함에도 또 다른 법정간호단체를 만들어 간호계를 분열시키려는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한다. 이번 공방전을 두고 여론 역시 간호사협회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자리를 뺏으려 한다”​, “​간호사가 되고 싶으니 떼를 쓴다”​는 식의 의견도 적잖다. 그러나 보통 싸움이 일어나면 양쪽 모두 그럴듯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듯 자세히 살펴보면 간호조무사협회의 주장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5일 ‘비즈한국’은 서울 용산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사무실에서 35년간 간호조무사로 근무해온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을 만났다. ‘불공정’이 용인되지 않는 시대라지만, 홍 협회장은 간호조무사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협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왜 간호조무사협회가 법정단체 인정을 요구하는지, 그들의 애환은 무엇인지 들었다.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 같은 ‘간호 인력’인데도 법정 단체가 아니라서 겪는 고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 힘들어도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할 방법 없어

 

“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나요. 온종일 근무하다 쉬려고 하면 1분도 앉아있을 곳이 없었어요. 이틀째 되는 날,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둘까 했죠. 그런데 지금도 상황은 비슷해요. 1차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들과 똑같은 일을 하니까 흔히 알려진 간호사들이 겪는 고충을 똑같이 겪으면서도 처우는 더 열악하죠. 대형병원 상황은 그나마 낫지만 거기도 문제가 있어요.”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간호사와 함께 ‘간호 인력’에 속한다. 현재 활동 중인 간호사는 18만 명인데 간호조무사 역시 17만 8000명 정도로 규모가 비슷하다. 이들 간호조무사는 둘 중 한 명꼴로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등 1차 의료기관에서 간호사와 똑같이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 및 진료 보조 업무를 담당한다. 의료법에 따라 입원환자가 5인 이상이면 간호사 정원의 50%, 5인 미만 또는 외래환자만 치료하는 경우는 100%를 간호조무사로 충당할 수 있다.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 예외 규정을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간호조무사들의 근무 조건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홍 협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은 10~20년을 근무한 직원이든 새로 입사한 직원이든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간호사들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간호조무사들은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이후 아무 때나 해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홍옥녀 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의 처우가 열악한데도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방법이 아예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7월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간호조무사 중앙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홈페이지


대형병원에 고용된 간호조무사들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2016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환자가 간병인을 직접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중심으로 간병인을 꾸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가 적용된 병동에 고용된 간호조무사는 ‘법정인력’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고용이 보장된다. 하지만 또 다른 고충이 있다. 병원에서 간병 인력으로 채용한 간호조무사에게 간호 업무까지 맡기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 홍 협회장은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는 병동은) 대형병원이 병동보조인력이라는 이름으로 외주용역업체에서 인력을 파견받는데, 여기에 간호조무사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간호조무사들의 처우가 좋지 못하면 간호사가 되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최근 간호조무사들의 인력 구성을 떠올려보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요즈음에는 ‘​인생 제2모작’​에 나서는 중장년층이 간호조무사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서다. 홍 협회장은 “​새로운 간호조무사들이 1년에 3만~4만 명 정도 유입된다. 간호조무사도 하나의 직업이다. 간호조무사가 꿈인 사람도 많다”​도 밝혔다.

 

홍 협회장이 말하는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간호조무사들의 처우가 열악한데도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통로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간호조무사협회가 법정단체화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정단체가 아니기에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심의하는 자리에 간호조무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없었다. 홍 협회장은 “간호조무사와 관련된 안건인데도 회의가 끝난 후에서야 전달받는다. 참관 자격도 없다”며 “간호조무사를 대표하는 단체로 국가가 법으로 인정한다면, 간호조무사의 처우개선에 관한 협회의 의견이 국가 정책에 반영될 기회가 주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승격시키자는 주장 아냐

 

홍 협회장은 지금 활동 중인 간호조무사를 모두 간호사로 승격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간호조무사들의 현실을 봐달라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논점을 분명하게 해야 할 듯해요. ‘​간호조무사를 모두 간호사로 승격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만 지금 간호조무사들이 제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로 의료기관에 종사하면서 ‘차별’에 노출돼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문제를 제기할 공식적인 통로가 없고요. 그런데 간호조무사의 명칭을 조무사로 바꿔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거기에 수만 명이 동의한 것을 보고 우리 사회의 직업 차별을 다시금 체감했어요. 간호조무사들의 현실을 봐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2015년 3월에 당선되어 4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는 홍옥녀 협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을 동등하게 적용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의 인력 기준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간호조무사를 위한 수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간호조무사협회가 법적인 단체로 인정받아야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까지 간호조무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던 상황이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홍 협회장은 근본적으로 간호조무사의 전문대 과정을 도입해 간호조무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은 간호조무사가 학원에서만 양성되기 때문에 교육에 한계가 있다. 전문대에서 제도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로컬(의원)의 87%를 차지하는 간호조무사들이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배출된 간호조무사는 총 75만 명 정도이며 현재 활동 중인 간호조무사는 18만 명으로 추산된다. ​​홍 협회장은 “외국에는 간호조무사 일을 하다가 시험을 치르고 교육을 받으면 간호사가 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래서 간호사의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며 “고령화와 함께 앞으로 간호 인력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리라 본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간호사를 차츰 늘려가는 게 낫지 않겠나”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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