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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LG화학 '배터리 전쟁' 뒤엔 '전기차 동맹'

업계 "완성차업체-배터리업체 합종연횡에서 처지지 않으려는 싸움" 분석

2019.09.06(Fri) 17:12:55

[비즈한국]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8월 30일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이 지난 4월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보복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 대상에 LG전자까지 넣어 계열사 간 갈등이 그룹 간 다툼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전기차 시장 내 주도권 다툼”이라고 평가한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배터리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양사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를 두고 전장·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유출은 명분일 뿐, 사실상 전기차 시장 내 주도권 다툼”이라고 평가한다.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 간 합종연횡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배터리 업체 간 어깨 싸움이란 분석이다.

 

실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소송을 건 결정적 계기는 폴크스바겐 전기차 개발에 SK이노베이션이 공식 파트너로 합류하면서다. LG화학은 “자사가 개발 중이던 폴크스바겐 배터리 플랫폼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이 훔쳐갔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R&D) 인력을 100명 가까이 빼가 기술을 탈취했다는 것이 LG화학 주장의 핵심이다.

 

폴크스바겐은 올 상반기 전 세계 판매량 536만 5000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다. LG화학은 폴크스바겐을 고객사로 잡기 위해 그간 적지 않은 물밑 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제조사의 협력은 단순 원·하청 관계를 뛰어넘는다. 배터리의 성능이 자동차 성능을 좌우하며, 배터리 전류의 흐름과 충전방식 등에 따라 자동차 개발 방향이 달라진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가 구축되고 자율주행차 출시가 가시화되며 전용 배터리 기술의 필요성도 커졌다.  

 

그간 배터리 회사들은 완성차 제조사가 발주하는 형태로 커스터마이징된 제품을 공급해왔으나, 앞으로는 통신 환경과 트렌드 변화에 맞게 배터리부터 완성차 개발까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일찌감치 기술과 시장을 염두에 두고 발 빠르게 짝짓기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도 배터리 분야 세계 1위 파나소닉과 손잡고 내년 중에 배터리 합작사를 세운다. 도요타가 51%, 파나소닉이 49% 출자해 만드는 신규 법인이다. 미국을 제외한 파나소닉의 일본·중국 등 5개 공장 모두 합작사 소속으로 바뀐다. 합작사는 마쓰다·다이하쓰·스바루 등에도 배터리 공급을 도맡게 된다.

 

폴크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과 더불어 스웨덴 노스볼트와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고, LG화학도 중국 지리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런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자동차 회사는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수급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LG화학·SK이노베이션이 또 다시 맞붙는다. 지난 5월 코엑스에서 친환경자동차 전시회 ‘EV 트렌드코리아(TREND KOREA) 2019’에 전시된 기아차 니로. 사진=최준필 기자

 

현재 배터리 제조사는 한국·중국·일본에 편중돼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린다. 미국 테슬라와 독일 아우디 등은 배터리 수급 문제로 전기차 출시를 늦추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기술의 표준 선점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제조사 간 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배터리 제조사로선 경쟁력 있는 우군과 확고한 동맹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반목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LG화학·SK이노베이션이 또 다시 맞붙는다. 현대차그룹의 발주 예상 물량은 250만 대분으로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발주한다. 배터리의 높은 품질과 안정적 납품, 해외 수주 경험 등을 우선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은 이런 자동차 회사와 전장 회사 간 합종연횡에서 자사의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는 한편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국내 업체라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에게 물량을 배정한 뒤, 어느 쪽의 공급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을지, 자사와 궁합이 잘 맞는지를 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갈등으로 중국·일본 업체만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기업이 소송 등 문제로 기술 유출이 발생하고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에 생기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때 자국산 배터리만을 허용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무조건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맺고 있다”며 “만약 국내 업체들의 위상이 흔들리거나 공급에 차질을 빚고, 특허 소송 중에 외부로 기술이 노출되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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