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가 실제 지출한 돈이 그해 짜놓은 예산보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하지 않고 넘기는 예산이 줄었다는 점과 각종 경제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칫 경제 성장을 지나치게 정부 지출에 의존하는 재정중독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총지출(추경 포함)보다 실제 지출이 많았던 해는 2018년이 유일했다. 이명박 정부였던 2010년에는 계획했던 지출액(예산)은 292조 8000억 원이었던 데 반해 실제 지출액(결산)은 282조 8000억 원으로 계획보다 10조 원 적게 사용했다.
2011년에도 정부 총 지출의 예산과 결산 차이는 4조 7000억 원, 2012년은 2조 1000억 원으로 줄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11조 3000억 원, 2014년 7조 9000억 원, 2015년 12조 7000억원, 2016년 13조 6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국회에 요청했던 예산안을 다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보기에 따라서는 정부가 예산을 아껴 쓴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갈수록 벌어졌다는 것은 정부가 제대로 된 계획 없이 돈부터 달라고 했다는 뜻이다. 특히 2013년에는 경기침체 및 세수결손 대응을 위해 17조 3000억 원,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 및 가뭄 대응용으로 11조 6000억 원, 2016년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및 기업 구조조정 영향 최소화를 위해 11조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예산과 결산 격차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경기 대응을 위해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 돈을 쓰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는 정부 총 지출의 예산과 결산 차이가 3조 5000억 원으로 줄더니 2018년에는 정부 결산이 예산보다 1조 4000억 원 늘어나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다소 과다 사용한 셈이지만 그해 정부 수입이 정부 예상치보다 17조 6000억 원이나 늘어났다는 점에서 용인 가능한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해 청년 취업난과 조선업 등 지역 대책에 3조 9000억 원의 추경이 투입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는 해였다. 실제로 정부의 이러한 지출 확대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2017년 경제성장률(3.1%)에서 정부 지출이 기여한 비율은 25.8%였던 데 반해 2018년에는 경제성장률(2.7%)에 대한 정부 지출 기여율은 33.3%로 확대됐다.
이러한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율은 올해 들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1.7%·전년 동기 대비)에 대한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율은 52.9%로 늘어난 데 이어 2분기(2.0%)에는 정부 지출의 성장 기여율이 90.0%까지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출로 성장률을 떠받쳤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려 침체를 막아야 한다는 경제 기본 이론을 감안하면 투입 대비 성과가 좋은 셈이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가 재정 집행에 가속도를 준 덕분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중앙정부 재정은 총 291조 9000억 원 중 209조 5000억 원을 집행했다. 집행률이 71.8%로 지난해 같은 시점(69.7%)과 비교해 2.1%포인트 높았다. 특히 일자리 사업은 13조 4000억 원 중 78.5%에 해당하는 10조 6000억 원을 썼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도 15조 6000억 원 중 72.0%인 11조 3000억 원을 사용했다. 이러한 재정집행 속도라면 연말에 재정절벽(정부 재정고갈에 따른 재정지출 중단)이 우려되지만 8월 2일 5조 8269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통과되면서 한시름을 던 상태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에 비해 9.3% 늘어난 513조 5000억 원으로 마련하는 등 정부 지출을 지나치게 확대하려 한다는 점이다. 재정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 관계자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현재 정부는 이런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정부 지출로만 버틸 수 없고 향후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한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도 예산을 대폭 늘리기보다 기업 규제 완화와 기업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민간 부문의 성장을 도모할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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