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흑당과 마라의 열풍이 국내를 강타한 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하나의 열풍이 상당 기간 지속되다보니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흑당과 마라 열풍이 과거의 수많은 유행들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경계심이다.
그러나 흑당과 마라의 열풍은 과거의 유행과 궤를 달리하는 점이 있다. 흑당과 마라 열풍이 관련 파생상품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흑당의 경우 열풍의 시작이었던 흑당 버블티에만 상품이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흑당을 이용한 커피와 케이크, 과자류로 활용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마라 또한 최초에 인기를 끈 마라탕을 넘어 마라를 이용한 다른 중화요리와 마라 맛 과자, 마라 소스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이용 패턴은 흑당과 마라의 열풍이 가라앉더라도 다양한 상품에서 활용되어 수명을 이어갈 것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두 아이템은 이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추가로 나올 여지 또한 존재한다. 이것이 과거에 몰락한 유행들과의 중요한 차이다. 과거의 다른 유행들은 단순히 아이템 이상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흐름이 다르다고 해서 이 유행이 영원히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번 떠오른 유행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가라앉는 순간이 온다. 그렇기에 그 이후를 볼 수 있는 관점이 중요하다.
유행이 지난 이후에는 아무래도 유행 상품을 소비하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거의 일회성 유행과 달리 유행이 사라진 후에도 상품을 달리해 수명을 이어가는 경우라면 수요가 줄어들긴 해도 꾸준하게 이어질 수는 있다. 다만 이를 주력으로 취급하는 곳과 부가적으로 취급하는 경우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단독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유행에 가장 혜택을 얻는 주체이기에 유행의 힘이 약해질수록 그 혜택을 상실한다. 수요 하락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행 상품을 부가적으로 취급하는 곳들은 비록 유행으로 인한 혜택을 크게 보긴 어렵지만 유행이 지난 후에도 아이템이 파생상품으로 수명을 이어간다면 부가 수익원으로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주력으로 취급하는 곳들은 부가적으로 취급하는 곳들에 비해서 두드러질 정도의 차이를 보여야 한다. 냉면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냉면을 파는 곳은 많지만 냉면 전문점에서 파는 냉면과 고깃집에서 파는 냉면을 소비자들은 다른 냉면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만약 냉면 전문점에서 파는 냉면이 고깃집에서 먹는 후식 냉면과 별다를 바 없다면 냉면 전문점들은 고깃집에 맞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차이가 명확했기에 다른 상품으로 인식되고 2010년대의 평양냉면 붐을 맞아 새롭게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자.
그러한 시각에서 흑당과 마라 전문점을 보자. 다른 경쟁자들이 흑당과 마라를 이용한 다른 상품을 만들어내는 동안 이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은 다르다는 걸 각인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흑당과 마라의 붐은 같은 유행이라 하더라도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템과는 별개로 아이템을 활용하는 주체는 언제나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사업에서 아이템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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