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요즘 음악, 특히 아이돌 음악을 비판할 때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음악의 본질인 ‘청각’보다 비주얼이나 사람의 매력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거지요. 가창력 좋은 ‘오디오형 가수’를 찾기 어렵다는 아쉬움과 함께 말입니다.
대중음악은 재즈, 록, 힙합에 이어 전자음악의 발명으로 급격히 완성됐습니다. 이후 팝 음악에서도 독특한 캐릭터, 강렬한 비주얼이 점차 중요하게 됐지요. 2000년대를 달구었던 슈퍼스타 레이디 가가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늘은 또 한 명의 ‘캐릭터 팝스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강력한 뮤직비디오, 시대 트렌드에 맞는 캐릭터, 이와 어울리는 화려한 음악으로 무장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입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2001년생입니다. 만 17세로 아직 미성년자이지요. 연예계에 종사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일찍이 8살부터 로스앤젤레스 어린이 합창단(Los Angeles Children’s Chorus)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11살부터는 밴드에서 활동하는 오빠 피네아스 오코넬(Finneas O’Connell)을 따라 곡을 쓰기 시작했지요.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오던 2015년, 오빠가 써준 곡 ‘오션 아이즈(Ocean Eyes)’로 단숨에 빌보드 84위까지 오르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합니다.
빌리 아일리시 ‘오션 아이즈(Ocean Eyes)’
어둡고 독특한 음악. 강렬한 비주얼의 뮤직비디오. 10대의 불안함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가사. 빌리 아일리시의 모든 매력이 초기작 ‘오션 아이즈’에서 발휘됐습니다. 천재가 드문 팝 시장에서 유례 없이 빠르게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2017년 EP 앨범 ‘돈 스마일 앳 미(Don’t Smile at Me)’를 발표했습니다. 또 10대의 우울함과 방황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13 리즌즈 와이(13 Reasons Why)’의 사운드 트랙을 발표했지요. 드레이크의 히트곡을 커버하는가 하면 알앤비(R&B) 샛별 칼리드 등 흑인음악 가수와의 협업도 계속했습니다.
빌리 아일리시와 칼리드의 ‘러블리(Lovely)’
2019년 빌리 아일리시는 첫 정규 앨범 ‘웬 위 올 폴 어슬립, 웨어 두 위 고?(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를 냅니다. 뮤직비디오가 본인이 좋아하는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베리 어 프렌드(Bury a Friend)’, ‘위시 유 워 게이(wish you were gay·네가 동성애자였으면 좋겠어)’라는 강력한 제목의 팝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 중 압권은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최고 히트곡 ‘배드 가이(bad guy)’가 아닐까 합니다. 팝과 트랩이 섞인 몽롱하고 어두운 댄스 비트, 증오 섞인 10대의 사랑을 표현한 강렬한 가사, 엑소시스트처럼 걷거나 조커처럼 피를 묻히기까지 한 강렬한 연출의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부분이 범상치 않습니다.
빌리 아일리시 ‘배드 가이(Bad guy)’
애니메이션 코스프레에서 볼 법한 파란 염색. 화려한 색감이지만 전혀 ‘예쁜 척’하지 않는, 매우 큰 사이즈의 배기 의상. 공포 영화와 고딕 테마를 떠오르게 하는 어두운 분위기. 빌리 아일리시는 이전에 전혀 발견한 적 없던 새로운 유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혼란, 분노 등 어두운 감정을 감춘 채 섹시나 청순으로 남성에게 자신을 어필하려 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당당하고 어딘가 이상한 느낌의 캐릭터 말이죠.
비욘세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당당하고 주체적인 흑인 여성’을 대표하고, 초기 레이디 가가가 ‘섹시하고 화려하게 자신을 표출하는 파티 러버(party lover)’를 대표했다면, 빌리 아일리시는 인터넷 시대에 또 하나의 너드(nerd·샌님) 유형을 대변하는 존재가 됐습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2000년대 가수 중 최연소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가수이기도 하지요. 지금까지 없던, 새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
힙합과 인디 팝을 뒤섞은 어두운 느낌도 중요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뮤직비디오로 완성됩니다. 자신의 강력한 이미지와 취향이 적극 발휘된 의상. 헤어스타일. 안무. 색감 등을 함께 ‘체험’해야 진짜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느꼈다고 할 수 있지요.
이제 음악을 듣는다기보다는 유튜브로 ‘보는’ 게 더 가까운 시대가 왔는지 모릅니다. 음악은 모든 걸 소리만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또한 고정관념에 불과할 수 있겠지요. 음악으로 다 담을 수 없는 매력의 팝스타. 빌리 아이리시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1123 대 1' 사당 3구역 청약으로 본 분양가상한제
·
대한민국 0.1%만의 공동주택 ① '옛 타워팰리스의 향기' 한남더힐
·
삼성그룹주 등락으로 본 '이재용 파기환송' 충격파
·
새벽배송 직격탄 맞은 기업형슈퍼마켓, 돌파구 없나
·
온라인 급한 신세계, 오프라인 자산 매각 '진퇴양난' 빠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