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늦은 밤 가로등 불빛을 지키던 하루살이가 하나 있었다. 어느 날 하루살이는 문득 가로등 아래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대체 저들은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대체 사람이란 무엇이길래 밝은 도시 불빛으로 어두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를 먹고 죽게 될까?
사람의 인생, 인류의 역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하루살이는 힘차게 날갯짓을 시작하며 세상 곳곳을 날아다녀보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살이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혼자 세상을 날아다니기에는 인간들의 세상은 너무 넓었다. 또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하루살이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것이었다. 하루살이는 이름 그대로 길어야 하루이틀밖에 살지 못한다. 백 년 가까운 삶을 살고, 또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인류 전체의 역사를 따라가기에는 하루살이의 짧은 생은 그저 찰나에 불과했다. 그렇게 짧은 생 전체를 사람 구경하는데 바치고 나서 지쳐버린 하루살이는 미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을 그대로 가슴속에 간직한 채, 힘없이 가로등 아래로 툭 떨어질 뿐이었다.
“인간은 원자에 비해 너무 크고, 별에 비해 너무 작다.” -물리학자 셸던 리 글래쇼(Sheldon Lee Galshow, 197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 우리에겐 너무 벅찬, 느린 우주의 템포
물리학자 글래쇼가 했던 말처럼 우리 인간의 몸은 별에 비해서는 너무 작고, 원자에 비해서는 너무 크다. 우리의 손가락은 너무 두꺼워서 원자를 하나하나 집을 수 없다. 또 별에 비해서는 너무 작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별을 품에 안을 수도 없다. 별들의 거시 세계, 원자들의 미시 세계에도 끼지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몸뚱이를 가진 우리 인류는 어쩌면 자연과학을 하기에는 최악의 신체 조건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공간적인 스케일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에게 우주를 즐길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우주를 살아가는 호흡에 비해 별과 은하들이 살아가는 호흡이 지나칠 정도로 느리다.
우리 태양만 해도 수명은 약 100억 년으로 추정된다. 현재 태양의 나이는 50억 년이다. 태양은 지금 딱 일생의 중반, 꽃중년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태양이 우주에 존재했던 시간만큼 더 살아간다.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얼굴처럼 태양도 분명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그 세월의 흔적이 서서히 남고 있다. 하지만 수백만 년, 수억 년 템포로 느리게 벌어지는 그런 작은 변화를 우리는 미처 느낄 수 없다.
고작 100년 남짓의 짧은 생을 살아가는 천문학자 개인이 130억 년이 넘는 우주 전체의 역사를 이해하겠다고 도전하는 것은, 고작 하루이틀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가 수백만 년간 이어진 인류 전체의 역사를 이해하겠다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유적지 몇 곳 돌아다니는 꼴과 비슷하다.
결국 제한된 시간 동안 별과 은하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가능한 많은 별과 은하들을 한데 모아 통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마치 인구 조사를 하듯 별과 은하들을 대상으로 센서스(Census)를 하는 셈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촬영한 구상성단 센타우르스 오메가(Omega Cen)의 별들로 HR도를 그리는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영상에서는 먼저 별들을 색깔에 따라 배열하고, 밝기에 따라 배열한다. 영상 후반에 HR도 상에 분포하는 별들의 위치에 따라 별들을 각각 어떻게 정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영상=NASA, ESA, and J. Anderson, R. van der Marel, G. Bacon, and M. Estacion(STScI)
사람을 연구하는 하루살이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하루살이는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키가 자라 어른이 되고 얼굴에 주름살이 하나씩 늘어나는 전 과정을 모두 직접 목격할 수 없다. 그 대신 이 세상에 있는 어린아이들, 어른들, 노인들을 모두 모아놓고 비교하면서 어른은 아이에 비해 키가 크다, 노인은 주름이 많다는 식의 통계적 차이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아이는 나이가 들수록 키가 크고 주름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추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천문학자들도 비슷하다. 진화 상태, 나이가 제각각인 별과 은하들이 어떻게 다른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어린 별과 나이가 많은 별을 비교하면, 개개의 별이 나이를 먹으면서 어떤 세월의 흔적을 보이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하게 별의 삶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억 세대의 천문학자들이 일생을 바쳐 별 하나의 삶을 통째로 추적해야겠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활용한다.[1]
별들의 노화 과정을 직접 생생하게 체감하지는 못해도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별들이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죽게 되는지를 꽤 잘 파악하고 있다. 잔머리를 잘 굴리는 영특한 하루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찰나에 불과한 짧은 생 때문에 우주의 지나치게 느린 템포에 함께 박자를 맞출 수 없다는 건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 최후를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별들의 질풍노도의 시기
그러나 이제 대담한 우주의 하루살이들은 그간 깰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시간 척도, 타임 스케일(Time-scale)의 벽을 극복하기 시작했다.
시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역사적인 첫 시도가 진행된 곳은 바로 밤하늘의 길잡이 북극성을 품고 있는 작은곰자리의 T 별(T Ursae Minoris), T UMi이다. T UMi는 현재 태양과 같은 별이 세월이 흘러 서서히 더 거대한 적색 거성(Red Giant) 단계로 진화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별이다. 이 중간 노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별을 서서히 거성에 다가가고 있다고 해서, 점근 거성열(AGB, Asymptotic Giant Branch) 별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과정은 보통 우리 태양보다 약 8배 정도 더 무거운 별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겪는 노화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2]
그런데 별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결국 그 크기는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별도 긴 시간 동안 땔감을 쉬지 않고 태우다보면 가장 활발하게 핵융합 엔진이 가동되고 있는 별의 중심핵에서부터 연료가 빠르게 고갈되기 시작한다. 만약 이때 애초에 별의 질량이 작고 덩치가 작은 별이었다면 한 번 멈춘 핵융합 엔진에는 다시 불이 붙지 못한다. 그렇게 가벼운 별은 영원히 식어버린 핵융합 엔진을 품은 채 서서히 죽게 된다.
한동안 주요 에너지원으로 태우고 있던 헬륨이 거의 소진될 즈음, 별의 중심에서 돌아가던 헬륨 핵융합 엔진이 서서히 꺼져가게 된다. 그 결과 중심부에서 더 이상 높은 온도로 열을 만들지 못하게 되면서, 육중한 별 자체의 중력에 의해 중심부가 잠깐 다시 수축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때 별 중심부가 중력 수축하면서 중심으로 모여들어 전달된 위치 에너지는 다시 중심부의 온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그 결과 다시 적당한 온도 이상으로 중심부가 뜨거워지게 되면, 다시 한 번 핵융합 엔진이 가동될 수 있다.
이렇게 다시 올라간 온도 덕분에 헬륨층을 감싸고 있던 더 바깥의 수소층(Hydrogen shell)에서 수소 원자핵을 뭉쳐 헬륨 원자핵을 만들면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수소 핵융합 반응이 재개된다. 이렇게 다시 수소 핵융합 엔진이 가동되면서 중심부에서 막대한 열과 에너지가 다시 만들어지면, 이때까지 긴 휴가를 즐기고 있던 헬륨층 역시 다시 헬륨 원자핵을 뭉쳐 더 무거운 탄소 원자핵을 만들어내는 헬륨 핵융합 반응을 뒤이어 재개한다.
이렇게 적색 거성을 향해 진화해나가는 별은, 원래 태우던 땔감의 양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핵융합 엔진이 다시 서서히 멈추다가, 다시 잠깐의 중력 수축으로 온도가 다시 올라가면 다시 한 번 남아있던 땔감을 다시 더 태우면서 에너지를 다시 만들어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한동안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듯, 별들도 수백만 년의 긴 시간 동안 중심의 핵융합 엔진이 오락가락하는 약간 늦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다.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것처럼, 별들의 사춘기도 굉장히 흔한 현상이다. 우리 태양을 포함해, 우주에 있는 태양보다 무거운 별들 93% 정도는 모두 이런 진화 과정을 따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의 태양처럼 잠잠하게 잘 타오르고 있던 주계열(Main sequence) 단계를 벗어나, 서서히 덩치를 키우면서 거대한 적색 거성으로 성장해나가는 점근 거성열 AGB 단계의 별들은 이 엄청난 사춘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별 하나의 크기가 지구 공전 궤도만 할 정도로 아주 크게 팽창한다. 이렇게 덩치가 커지면 별의 표면 온도는 현재 태양의 절반 정도로 떨어지지만, 그 덩치가 너무 커서 전체 밝기는 태양의 만 배 정도로 아주 밝아진다.
이렇게 덩치가 아주 거대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별들은 표면 바깥으로 꽤 많은 물질을 흘려보낸다. 격렬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면서 거치는 성장통과 함께, 조금씩 다이어트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별이 서서히 우주 공간으로 자신의 물질을 흘려보내면서 질량이 감소하는 현상을 별의 질량 손실(Mass loss)이라고 한다. 보통 AGB 단계를 보내고 있는 별들은 매년 태양 질량의 만 분의 1 가량의 질량을 우주 공간으로 흘려보내며 다이어트를 한다. (태양이 태양풍과 같은 물질 분출을 통해 매년 태양 질량의 100조 분의 1 정도를 아주 느리게 손실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무려 10억 배나 빠른 엄청난 속도의 초고속 다이어트라고 볼 수 있다.)
별 SAO 244567의 진화 과정을 아주 빠른 속도로 비교해 보여주는 영상. 기원전 10,300년이던 당시 별의 지름은 태양의 152배나 되었다. 이후 1만 년이 흐르는 동안 별은 서서히 수축하면서 태양 지름의 40배 수준까지 작아졌다. 별이 수축하면서 온도가 약 두 배 뜨거워지고 별의 색은 노란 주황빛으로 변한다. 이후 갑작스러운 섬광을 내뿜으며 별은 태양의 4배 수준까지 더 작아지고 표면온도는 21,000도 수준까지 높아진다. 아주 뜨거워진 별은 하얗고 푸른 빛으로 변한다. 영상=ESA/Hubble, L. Calçada
이런 격렬한 방식의 질풍노도 시기를 겪는 별들은 중심부와 외곽이 수시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확연하게 관측되는 뚜렷한 밝기 변화를 보인다. 이번에 천문학자들이 분석한 작은곰자리의 T UMi 별은 거의 지난 한 세기 동안 천문학자들과 아마추어 관측자들이 모니터링한 별이다. 그 덕분에 꽤 긴 시간 동안 별이 노화 과정을 겪으면서 밝기가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1979년까지의 관측에 따르면 원래 이 별은 약 310~315일을 주기로 밝기가 변화했다. 그런데 이후로 갑자기 별의 밝기가 변화하는 주기가 약 274일로 급격하게 짧아졌고,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꾸준하게 별의 밝기가 변화하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별의 밝기가 변화하는 템포가 빨라진 것은, 별이 그나마 남아있던 헬륨층의 헬륨 뗄감을 열심히 태우면서 소진해나가는 헬륨층 섬광(Helium shell flash) 단계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중심 내부의 격렬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별 자체가 딸꾹질이라도 하듯 ‘부들부들’거리는 과정을 보내는 것을 별의 열적 맥동(Thermal pulse)라고 부른다.[3]
물론 별의 딸꾹질은 사람의 딸꾹질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긴 템포로 진행된다. 하지만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여느 다른 우주적 현상과 달리, 별의 딸꾹질은 그래도 천문학자들이 직접 관측으로 확인해볼 수는 있다. 다행히 한 세기 안에는 별이 딸꾹 소리를 한 번 이상은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번에 천문학자들은 지난 30년이 넘는 긴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은곰자리의 T UMi 별의 사이즈와 밝기 변화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전문 천문학자뿐 아니라 민간의 관측자들을 포함하는 전 세계 규모의 관측 커뮤니티 중 하나인 미국 변광성 관측자 단체(AAVSO, American Association of Varaible Star Observers)의 지속적인 꾸준한 관측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최근 5년 동안 새롭게 개발해 별들의 진화 과정을 정밀하게 비교할 수 있는 항성 진화 모델 덕분에 실제 관측한 별의 건강 상태와 나이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 시간의 벽을 극복해나가는 하루살이
T UMi 별의 밝기가 변화하는 양상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 영상에서 위쪽 그래프는 AAVSO에서 관측한 별의 밝기 변화 기록이며, 움직이는 빨간 곡선은 변광 주기를 구하기 위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영역을 보여준다. 영상 속 아래쪽 그래프는 통계적 분석을 통해 구한 변광 주기의 진동수가 초기의 파란 점선에서 지금의 붉은 점선 쪽으로 변해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상=László Molnár(Konkoly Obs), Meridith Joyce(RSAA ANU), László L. Kiss(Konkoly Obs)
그 결과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분석한 T UMi 별이 대략 11억 7000만 살 정도(11.7±2.1 억 살) 나이를 먹었고, 원래 태양 질량의 두 배 정도(2.0±0.15 배)의 덩치로 태어났던 별이었다고 추정했다. 하나의 독립된 개개의 별의 현재 나이와 태어나던 당시의 질량을 이렇게 높은 정밀도로 측정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이 T UMi 별은 수백만 년 안에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격렬한 AGB 단계를 모두 마치고,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핵융합 뗄감을 전부 소진하게 될 것이다.[4]
계속해서 바깥 우주 공간으로 물질을 토해내면서 중심의 활발한 핵융합 반응으로 결국 핵융합 재료가 모두 소진되면 결국 별은 중심을 향해 빠르게 수축하게 될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분석한 T UMi의 결과를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 T UMi 별에게 벌어질 운명도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향후 80~100년 안에 결국 이 별의 중심부는 급격한 수축 단계로 접어들게 될 예정이다. 즉 앞으로 약 40~60년 안에 우리는 별의 중심부가 붕괴하면서 별의 외곽부가 더 크게 부풀어오르는 과정을 지구에서 목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별의 질량이 훨씬 더 무거운 경우, 중심부의 더 급격한 수축으로 인해 격렬한 초신성 폭발이 벌어질 수 있다. 중심부 핵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수축 붕괴 과정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 이제 천문학자들은 긴 시간 관측한 실제 데이터와 함께 이런 시뮬레이션을 비교하며 더 정밀하게 별들의 생로병사 과정을 추적하고 파악할 수 있다. 영상=Michigan State University
진정한 적색 거성에 도달한 후 AGB 별로 보내는 최후의 불안정한 시기 동안 별은 지속적으로 외곽의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토해내고, 결국 외곽 층이 모두 벗겨지고 나면 그 중심에 붕괴되어 뭉쳐있는 별의 핵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마치 껍질과 과육을 모두 벗겨내고 과일 씨앗만 남은 것과 같다. 이렇게 드러난 별 중심의 핵은 크기가 아주 작지만 온도는 아주 뜨겁다. 이렇게 AGB 단계를 보낸 별이 외곽을 모두 날려버리고 남긴 별의 씨앗을 백색왜성(White dwarf)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남은 백색왜성 주변에는 그동안 별이 조금씩 벗겨낸 외곽의 가스 물질이 둥글게 남아 거대한 잔해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형체를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이라고 부른다.
현재 T UMi 별은 이 마지막 순간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며 우리에게 죽음 직전 급격한 노화를 겪고 있는 모습이 들켜버리고 만 셈이다. 이번에 천문학자들이 새롭게 추정한 T UMi 별의 노화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전 세계 관측학자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관측을 통해 검증될 예정이다.
이제야 인류는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바라본 별들의 기록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또 이 지속적이고 대대적인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별들이 어떻게 나이를 먹고 세월의 흔적을 남기는지를 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좋은 이론 모델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이 대담한 우주 하루살이들은 자기 수명보다 훨씬 더 긴 삶을 살아가는 느긋한 별들의 일생에 함께 보폭을 맞춰 따라가 보겠다는 도전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
놀랍게도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우리 우주 하루살이들은 별들이 늙어가는 모습을 직접 체감하고, 우주 속에서 함께 보폭을 맞춰 늙어가보려 하고 있다. 물론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한 별의 노화 과정 역시, 별들의 세계에서는 굉장히 급격하게 벌어지는 겨우 수십 년 주기의 독특한 변화인 덕분에 그나마 이런 도전이 가능했다. 진짜 수억 년 단위로 벌어지는 더 흔한 별들의 진화 과정을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우리 우주 하루살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우주의 짧은 찰나만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존재다. 하지만 그런 찰나의 순간을 여러 개 모아 거대한 퍼즐 조각을 채워가면서 별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 별이 너무나 궁금했던 하루살이들은 이렇게 아주 느리지만 꾸준하게 진짜 별이 되어가고 있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4601-7[4]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b22a5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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