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얼마 전 자취를 시작한 서 아무개 씨(24)는 동네에 있는 마트를 거의 찾지 않는다. 평일에는 회사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편이라 주말에만 식사를 해결하면 되는데, 이 경우 주로 온라인 유통채널을 활용한다. 서 씨는 “차도 없고 집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온라인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하다. 가격을 비교하기도 쉽다”며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부모님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 이상 젊은 층이 가까운 마트를 이용할 일은 점점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 및 유통환경 변화로 SSM(Super SuperMarket·기업형 슈퍼마켓)이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쿠팡과 위메프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대기업 유통채널인 탓에 규제의 영향도 적잖게 받고 있어서다. 신선식품을 강점으로 내세워온 SSM이지만 최근 마켓컬리와 같은 스타트업이 ‘신선식품 새벽 배송’ 시장에 뛰어들며 SSM이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이제 SSM의 위치는 한 마디로 ‘애매함’ 그 자체다. 온라인 구매 비율이 상승하면서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찾는 1인 가구는 편의점으로 향한다. 그렇다고 SSM이 자체적으로 온라인 몰을 구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자사의 대형마트가 이미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SSM의 상반기 성과 지표는 SSM의 위태로운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9480억 원의 상반기 매출을 기록했다. GS슈퍼마켓의 상반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한 7600억 원이다. 그나마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6069억 원의 매출을 내며 선방했다.
이러한 가운데 SSM이 내놓는 해법은 ‘초저가 전략’과 ‘빠른 배송’이다. 지난 5월 GS슈퍼마켓은 GS리테일이 개발·도입한 상품을 중점적으로 내놓는 알뜰형 점포를 선보였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이륜차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부릉 프라임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하지만 이커머스, 대형마트 등과 상당히 유사한 전략이라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SSM은 배송 서비스 경쟁에서 원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로 2012년에 개정됐다. △면적이 3000㎡를 넘는 대형마트이거나 △면적이 3000㎡를 넘지 않더라도 대기업 계열인 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되고 매월 공휴일 중 2일은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결국 새벽 시간과 같은 특정 시간대에 배송받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SSM이 치열한 유통 경쟁을 뚫고 살아남으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출이 잘 나오는 지역 매장의 규모를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매장은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SSM이 지금까지와는 아예 다른 전략을 들고나와야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러 아이템이 혼재돼있는 온라인·대형마트와 차별점을 지닌 마트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다. 가령 ‘유기농 제품’과 같은 특정 아이템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혹은 흔히 접하기 어려운 외국산 식자재나 식품만으로 구성된 코너를 확대하는 등 이른바 ‘취향 저격’을 통해 20~30대를 공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지용 교수는 “현재 SSM이 내놓는 전략들이 기존의 대형마트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 문제다. 프리미엄 콘셉트로 매장을 꾸미는 등의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도 “규제는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대신 실적이 부진한 점포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리뉴얼에도 힘쓰고 있다. 와인 전문 숍이나 생활 균일가 숍, 베이커리 카페 등에 주력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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