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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10분의 1토막 난 '게임 체인저' 문은상 신라젠 대표

페사벡 임상 중단과 검찰 압수수색 최대 위기…한때 시총 10조 회사가 7000억대로 추락

2019.08.29(Thu) 17:03:46

[비즈한국] 코오롱티슈진에 이어 다시 신라젠이다. 지난 28일 신라젠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며 ‘도덕적 해이 논란’에도 다시금 불이 붙었다. 앞서 지난 2일 신라젠의 유일한 신약후보 물질인 ‘펙사벡’은 미국에서 임상3상 시험 중단을 권고 받으며 주가가 폭락했다. 그런데 주가 하락 전 일부 임직원이 회사 주식을 상당량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재 검찰은 내부자 거래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신라젠을 겨냥하자, 신라젠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 직후 신라젠 주가는 하한가인 9000원까지 급락했다. 종가는 전날보다 20%(2500원) 내린 1만 350원에 마감했다. 한때 10조 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펙사벡의 임상 중단 발표 직후 1조 원 초반대로, 현재는 7000억 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28일 검찰은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혐의에 대해 부산에 위치한 신라젠 본사(사진)와 서울 여의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관심은 2013년 말부터 신라젠을 이끌어온 문은상 대표의 리더십에 쏠린다. 치과의사 출신인 문 대표는 1965년 6월 출생으로 서울대 치과대학과 모스크바 제1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신라젠 대표에 선임되기 전 펙사벡 논문을 읽고 신라젠을 통해 펙사벡을 개발하고 있던 미국 생명공학회사 ‘제네릭스’에 의과대 교수들과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문 대표는 선임 이후 제네릭스 인수를 주도했고, 2016년 12월에는 신라젠을 코스닥에 상장했다.

 

문은상 대표는 그간 신라젠 펙사벡에 본인의 인생을 걸었다고 강조해왔다. 그 자신감에 힘입어 신라젠은 상장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했다. 펙사벡은 암세포만 공격해 사멸시키는 바이러스 물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는 물론 암 환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문 대표 역시 지난 2015년 “하루빨리 펙사벡이 시판돼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일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의 임상 중단을 권고받고 결국 간암 표적치료제 ‘넥사바’와 펙사벡의 병용 임상3상을 최종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신라젠은 대신 다른 암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와 펙사벡에 대한 병용요법 임상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펙사벡 기전을 활용해 신장암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 1상은 한국·미국·​호주에서 진행 중이고, 대장암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다.

 

문은상 대표는 반드시 펙사벡을 상용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 외에 다른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병용요법 임상 결과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펙사벡이 시판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정말 효과가 있나’ 하는 의문이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신라젠은) 여러 투자를 받아왔기 때문에 임상이 잘 안 될 거라는 점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말부터 신라젠을 이끌어온 문은상 대표의 고민도 깊어졌다. 문 대표 역시 주가 하락 전 주식을 매각해 주가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신라젠 홈페이지

 

만약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임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기업에 대한 신뢰는 물론 주가에도 큰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DMC가 펙사벡의 임상중단을 권고하기 약 한 달 전인 7월 1일부터 5일까지 자신이 보유하던 자사 주식 16만 7777주 전량을 약 88억 원에 매도했다. 문 대표도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56만 2844주를 팔았다.

 

이제껏 문 대표는 “펙사벡을 통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포부와 달리 현재로서는 오히려 이번 수사가 신라젠의 미래를 ‘​체인지’​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신라젠은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는 대상은 일부 임직원에 국한됐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밝혔다. ​문 대표는 ​자신의 주가조작 논란을 두고 “​세금을 주식으로 내려 했으나 국가가 거부했고 대출도 한도가 있어서 세금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탈세자가 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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