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패러렐즈(Parallels) 애플리케이션(앱)은 매킨토시 컴퓨터(맥)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써봤거나 혹은 관심을 가져봤을 응용프로그램이다. 가상머신을 통해 맥에서 윈도우를, 또 리눅스를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름처럼 여러 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쓸 수 있다.
이름도 읽기 어려운 이 앱의 주 사용자는 역시 맥에서 윈도우를 쓰고자 하는 이들이다. 맥 이용자라고 해도 윈도우를 완전히 떼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도 맥에 인텔 프로세서를 도입하면서 윈도우의 장벽을 열었고, 부트캠프(Bootcamp)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맥에 윈도우를 깔아 쓸 수 있도록 했다. 맥에서 가장 깨끗하게 윈도우를 쓰는 방법이긴 하지만 운영체제를 새로 부팅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롭다.
그래서 쓰는 앱이 바로 패러렐즈 같은 가상머신이다. 맥OS(운영체제)가 돌아가는 동안 컴퓨터 속에 가상의 컴퓨터를 하나 더 만들고 그 위에 윈도우를 띄우는 것이다. 맥OS와 윈도우, 혹은 리눅스를 함께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패러렐즈는 매년 맥OS의 업데이트에 따라서 새 버전을 내놓는다. 이번에는 맥OS 10.15 카탈리나에 맞춰 패러렐즈도 버전 15로 이름을 붙였다. 가상컴퓨터를 만들고 다른 운영체제를 쓸 수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변화들은 꽤 흥미롭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그래픽의 접근이다. 그동안 패러렐즈는 오픈GL을 통해 가상 컴퓨터의 그래픽카드를 만들고, 그 위에서 윈도우 그래픽과 다이렉트X를 그려냈다. 오픈GL은 범용 프레임워크지만 성능 저하가 심한 편이다. 패러렐즈 15는 이를 애플의 그래픽 프레임워크인 ‘메탈(Metal)’로 바꿨다.
복잡해 보이지만 손실이 많던 오픈GL을 대신해 그래픽을 필요로 하는 앱들이 직접 앱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뚫어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다. 그래픽 성능이 향상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게 마련이고, 이를 바탕으로 윈도우10의 다이렉트X 9, 10, 11을 모두 가상머신 위에서 그려낼 수 있게 됐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윈도우용 게임과 그래픽 도구를 맥 위에서 쓸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성능도 실제 하드웨어에 가깝게 낼 수 있게 됐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아이패드의 활용이다. 맥OS 카탈리나는 아이패드를 연결해서 보조 디스플레이로 쓸 수 있는 ‘사이드카’라는 기술이 더해진다. 아이패드를 모니터로 쓰기도 하고 아이패드의 키보드와 애플 펜슬을 입력장치로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패러렐즈 15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패러렐즈의 윈도우 화면을 아이패드로 전송하면 마치 아이패드가 서피스 프로처럼 보이는 마술을 부릴 수 있다. 사이드카는 아이패드와 맥을 무선랜으로 연결해도 응답속도가 빠르고, 패러렐즈 역시 맥북 프로에서 속도 지연이나 성능 저하가 없었다.
사이드카의 활용은 단순히 화면만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키보드 입력도 받을 수 있고, 애플 펜슬로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맥과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윈도우 태블릿 흉내를 낸다. 기술적으로는 사이드카의 화면 전송을 그대로 이용하는 한 사례일 뿐이다. 패러렐즈도 맥OS 입장에서는 하나의 응용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가상화는 컴퓨터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처음 가상 컴퓨터가 도입되던 때만 해도 CPU나 메모리 등 원래도 부족한 시스템 자원을 나누어서 써야 했고, 가상 컴퓨터에 대한 기술적 지원도 없어서 거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CPU가 쿼드 코어를 넘어 멀티 코어 시대가 열렸고, 시스템 메모리도 충분히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 가상머신은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누릴 수 있는 일이 됐다.
여기에 운영체제들이 가상머신에서도 하드웨어의 많은 부분을 직접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문을 열고, 활용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어가면서 사실상 컴퓨터의 경계가 흔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이 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팅이라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바로 이 가상머신이다.
가상머신은 단순히 다른 운영체제를 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윈도우10에 가상머신을 기본 기능으로 넣어 특정 앱을 본래 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터 속의 가상컴퓨터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확인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나 악성 앱이 본래 컴퓨터와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가상컴퓨터를 꺼버리거나 지워버리면 끝이다.
운영체제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역시 중요한 흐름이다. 이미 윈도우에서 리눅스를 돌리는 것은 하나도 신기한 일이 아니다. 윈도우10은 매번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더 많은 리눅스를 끌어안고 있다. 운영체제는 한때 컴퓨터 진영에 선을 긋고 진영을 가르는 장벽 같은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분명 달라지고 있다. 응용프로그램 역시 여러 플랫폼으로 동시에 내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증요한 것은 특정 컴퓨터, 특정 운영체제가 아니라 컴퓨팅 환경이고, 앱의 접근성이다. 모든 환경은 클라우드와 가상화를 통해 집중되고 있다. 패러렐즈는 그 중 한 가지 접근 방법이다. 새로운 기술을 볼 때마다 새삼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패러렐즈와 가상컴퓨터의 발전을 바라보면 기술적인 변화 뿐 아니라 업계가 꼭 끌어안고 있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꾸준히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개념과 인식의 발전이 놀랍다. 더 이상 아이패드에서 윈도우 화면을 보는 것에 놀라지 말아야겠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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