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이처럼 표면이 초콜릿으로 둘러싸인 가토를 볼 때면 한 손엔 포크를 들고 입가엔 미소가 빵긋 피어난다. 속이 하나도 안 보인다. 궁금하다. 너무 궁금하다. 뭐가 들었을까? 무슨 맛일까? 보이지 않으니 상상할 수도 없다.
르 페셰 미뇽처럼 믿음직스러운 양과자점이라면 궁금증 속에 아주 작은 의심 한 조각조차 없다. 즐겁게 궁금해하며 어서 한 포크를 떠 입안에 넣는 순간만 기대하면 된다. 마치 요즘 말고 옛날에 아이폰이 새롭게 출시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분명 훌륭한 것이 나올 테니 우린 그저 기대하면 된다.
가토 하나에 이토록 들뜰 수 있다니! 즐거운 인생이다. 삼바 춤을 춰야겠다.
이광조 – 즐거운 인생
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보석 같은 DJ, 타이거 디스코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다 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다. 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클럽에 있는 사람들은 왠지 텔레비전에서 스치듯 한 번 봤을 법한 삼바 춤을 부지런히 떠올리며 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나는 댄스 스포츠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싶은데 자꾸 유재석이 떠오른다.
태양, 젊음, 사랑, 정열, 추억, 흥겨운, 행복 등 긍정의 힘이 가득 실린 가사 한 바구니에 삼바 리듬을 깔아주니 몸이 절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춤이 마침 삼바라면 참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마침 준비된 스텝이 있다면 간주가 흘러나올 때 맘껏 뽐내야 한다. 밖이라면 걸어가며, 집이라면 방 안에서, 층간소음에 유의하며 춤을 춘다.
이 레몬 크림 케이크의 주인공은 바로 저 주황색 부분이다. 살구와 망고가 두 손 맞잡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고 있을 때 레몬이 그들을 위로 한껏 올려준다. 새콤하며 상큼하고, 가볍고 부드럽다. 그리고 살구 향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냥 레몬 크림 케이크였더라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살구가 더해지니 얼굴 가득 미소가 빵빵하게 차오른다. 살구야. 살구라고.
최병걸 – 미소
이 노래 또한 보석 같은 DJ, 타이거 디스코를 따라다니다 듣게 된 노래다. ‘무얼 그리 주려 하나 그대’에서 먹먹해지고 ‘고운 미소 때문에’ 하고 나서 피리 연주가 나올 때 미소 한 번, ‘예쁜 미소 때문에’ 하고 피리 연주가 나올 때 다시 한 번 더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리고 간주가 나올 때는 우아하게 빙글빙글 돌며 그대 앞에서, 또는 그대와 손을 맞잡고 춤추는 상상을 한다.
하얀 화이트 초콜릿 속에 살구가 몰래 숨어 있는 이 훌륭한 가토는 혼자 먹어도 좋고 둘이 먹어도 좋다. 혼자 먹으면 혼자 다 먹을 수 있어서, 둘이 먹으면 이 맛을 너에게 소개해주는 동시에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나의 포크는 탐욕스럽지만 그래도 푸딩과 먹는 것이 더 좋다.
배인숙 – 우리 둘이서
이 노래는 매우 많은 음악가들이 리메이크를 한 유명한 노래, ‘Just the two of us’의 번안곡이다. 타이거 디스코가 ‘만평(합정동에 위치한 LP 바)’에서 이 노래를 틀어줄 당시 귀에 익숙한, 그렇지만 사뭇 다른 전주가 흐른 뒤 ‘I see the crystal…’ 대신 ‘창가에 소리 없이…’라는 한글 가사가 나와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참 빠져들어 듣고 있다 후렴구에서 ‘Just the two of us’ 대신 ‘우리 둘이서’로 바꾼 재치에 감탄했다. 그 소울이 이 소울로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미소’와 ‘우리 둘이서’는 국내 음원 사이트에선 찾아 들을 수 없다. 심지어 ‘우리 둘이서’는 유튜브에도 없다. 숨겨진 보석 같은 한국 가요를 더 많이 듣고 싶다면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보석 같은 DJ, 타이거 디스코를 따라다닐 수밖에.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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