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등 파생금융상품의 막대한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들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비즈한국’은 우리은행을 통해 DLF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해당 상품에 가입할 당시 담당 직원 A 차장에게 원금 손실률에 대해 물었지만 엉터리 답변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모처 카페에서 만난 투자자 B 씨는 지난 5월2일 우리은행 H지점을 통해서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6’ 펀드에 가입했다. 납입금은 3억 원이었다. 하나금융투자가 DLS를 발행했고, KB자산운용이 이를 DLF로 담아 우리은행이 판매한 상품이다.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6’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F다. 만기평가 금리가 -0.03% 미만으로 0.01% 하락할 때마다 원금의 3.33%씩 손실이 증가한다. 만기평가금리가 -0.601% 이하가 되면 원금은 전액 손실 처리된다.
임대업을 하는 B 씨는 당초 DLF 투자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이전에 H 지점을 통해 투자한 상품에서 15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품을 판매한 H 지점 소속 A 차장의 안전하다는 권유가 가입의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B 씨는 DLF를 가입하면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대 원금 손실률이었다. 가입 직전 B 씨는 A 차장에게 세 차례에 걸쳐 최대 원금 손실률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가입 당시 A 차장에게 최대 원금 손실률이 어떻게 되는지 질문했다. 하지만 A 차장은 계속 말을 돌리면서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질문했을 때 투자설명서에 나오는 환매수수료 7%를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최대손실률이 7%냐는 내 질문에 “예”라고 답해 투자를 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B 씨가 DLF에 가입한 직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손실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B 씨가 가입하기 한 달 전인 3월 22일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져 투자 위험성을 예상할 수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 23일 기준 금리가 -0.678%까지 내려가면서 B 씨는 투자금 전액 손실을 볼 위기에 몰렸다.
B 씨는 독일 금리 연계 DLF에 가입한 이후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생기기 시작하던 무렵 H 지점에 항의를 했다. 가입 후 H 지점 관계자와 지난달 5일, 7일, 14일, 19일, 21일 등 총 5차례에 걸쳐 미팅을 가졌다. B 씨는 담당자 A 차장이 최대 원금 손실률을 제대로 안 가르쳐준 부분을 따져 물었고 이에 대해 H 지점 측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H 지점에서는 책임이 운용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B 씨가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H 지점 C 프라이빗뱅크(PB) 지점장은 “자산운용사에 설계된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한 것”이라면서 “운용사에서 고객과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아니냐는 시각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B 씨는 H 지점 측과 만나 A 차장이 자신에게 최대 원금 손실율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확인서를 요구했다. 그 자리에 있던 A 차장이 “(확인서를) 써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겼다. 그러나 은행 측은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B 씨는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원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할 계획이다. 다만 가입확인서에 원금 손실에 대해 명시돼 있어 B 씨가 손실된 투자액을 배상받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금융 분쟁 전문 변호사는 “불완전판매 사건은 회사가 받아놓은 설명에는 고지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부분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두로 설명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불완전판매)가 많은데 이 부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전화로 통화를 할 경우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수 있는) 통화 내용이 남아 있는 경우 관련 녹취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 담당자가 다른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 소송에 정황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현재 금감원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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