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목표는 진정한 의미의 중간 미술 시장 개척이다. 역량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시즌 5를 시작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식을 제시하려고 한다. 본 프로젝트 출신으로 구성된 작가위원회에서 작가를 추천하여 작가 발굴의 객관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오픈 스튜디오 전시, 오픈 마켓 등 전시 방식을 획기적으로 제시해 새로운 미술 유통 구조를 개척하고자 한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황혼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도 당면 문제로 관심 대상 1순위가 된 지도 오래다. 그래서 은퇴 후 새로운 일에 도전해 인생 이모작을 일군 이들의 성공담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미술사에서도 제2의 인생으로 이름을 남긴 화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이가 앙리 루소(1844-1910)다. 루소는 20여 년 넘게 파리 세관의 관리로 일했고, 은퇴 후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걸어 20세기 미술사에 독자적 영역을 만들어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나이가 49세였으니까, 인생 황혼기 17년을 화가로 산 셈이다.
정규 미술 교육도 받지 않았고, 미술계에 인맥이 없었던 탓에 화가로서의 삶이 힘든 것은 당연한 현실이었다. 독학으로 익힌 것이 독창적인 화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루소 회화의 특징인 어눌하고 소박한 표현력과 생경해 보이는 화면 구성이 빚어내는 원시적 환상성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똑같이 그려내는 기술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혼자 생각해서 새롭게 그려내는 능력은 탁월했다. 이런 창의력이 화가의 최고 덕목으로 떠오르던 20세기 초에 등장한 루소는 시대의 운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늦은 나이에 꾼 꿈이었지만, 너무도 열정적이고 강렬했기에 결국은 전업 작가로 성공한 것이다.
역사는 루소를 파리의 능력 있는 세관원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20세기 초 원시주의 예술사조 계열에서 ‘소박주의’라는 회화를 일군 훌륭한 화가로 기록하고 있다.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현혜의 행보도 루소와 같은 맥락에서 보인다. 전공은 하지 않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꾸준했기에 늘 화가로 출발할 수 있는 행장을 꾸려왔다. 따라서 몸에 밴 오랜 직장 생활의 리듬 그대로 작업을 한다. 정확한 시각에 작업실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 속에서 작품을 만든다. 그림의 소재나 주제도 일상생활의 솔직한 기록이다.
가족의 모습, 집안의 소소한 일상, 여행, 작업실 주변의 풍광, 출퇴근길에서 마주치는 에피소드가 그의 주제다. 자신이 확인한 소박하지만 작은 행복을 담는 그림이기에 보는 이의 마음속으로 쉽게 들어온다. 유창하고 세련된 교수의 강의가 아니라 늘 보는 친근한 이웃의 꾸밈없는 어눌한 말투 같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도 그렇고 표현도 같은 느낌이다.
생활 일기 같은 이현혜의 회화는 보이는 것을 똑같이 그리는 사실 기록이 아니다. 자신이 느낀 것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감정 기록이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를 연륜이 묻은 감정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다른 시야가 보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독특한 표현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점이 이현혜 회화의 특징으로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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