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빅히트의 2019년 상반기 매출이 연간 매출과 맞먹는 수준인 2001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391억 원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이사가 21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를 열고 매출실적과 향후 사업계획을 밝혔다.
SM, JYP, YG 3대 기획사에 견줄 만한 실적이었다.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SM은 매출액 2904억 원·영업이익 67억 원, JYP는 매출 655억 원·영업이익 152억 원, YG는 매출 1428억 원·영업손실 20억 원의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SM을 제외한 두 기획사를 앞섰다. 2005년 기획사 창립 이후 최대 매출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방시혁 대표(47)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한 방 대표는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4년 ‘제6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입문했다.
이후 직접 만든 곡을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배포해 유명세를 이어갔다. 이를 눈여겨본 박진영 대표가 회사 창립 1년 만인 1997년 방 대표를 JYP엔터테인먼트에 프로듀서로 영입했다.
방 대표는 박진영 대표와 함께 2000년대를 풍미한 ‘1세대 아이돌’ 지오디(god)를 발굴했다. 이곳에서 ‘하늘색 풍선(god)’ ‘나쁜 남자(비)’ ‘난 사랑에 빠졌죠(박지윤)’ 등 히트곡을 남겼다.
# “가혹한 청년 현실을 노래하라” 방 대표 트레이닝 받은 BTS의 폭풍 성장
방 대표는 2005년 JYP에서 나와 빅히트를 창립했다. 2010년 대진고 1학년이던 래퍼 RM(김남준)을 발굴한 것을 시작으로 슈가·진·제이홉·지민·정국·뷔 등을 지방에서 영입해 트레이닝했다. 그렇게 2013년 빅히트 첫 남성 아이돌그룹 BTS가 세상에 나왔다.
신인 아이돌 BTS는 데뷔 후 꾸준한 성적을 냈다. ‘2 COOL 4 SKOOL’, ‘O!RUL8,2?’, ‘SKOOL LUV AFFAIR’ 등 이른바 ‘학교 시리즈’ 앨범으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데뷔 첫해인 2013년 제5회 멜론 뮤직어워드 신인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엔 가온차트,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BTS는 청년의 애환을 담은 ‘화양연화 시리즈’ 앨범으로 팬덤 층을 크게 넓혔다. 2015년 ‘쩔어(DOPE)’를 타이틀곡으로 한 BTS 세 번째 미니앨범 ‘화양연화 pt.1’은 연간 판매량 20만 장을 기록했다. 7개월 뒤 발매된 후속 앨범 ‘화양연화 pt.2’는 연간 판매량 27만 장을, 이듬해 5월 ‘불타오르네(FIRE)’를 수록한 ‘화양연화 Young Forever’는 초동 판매량 16만 장을 기록했다.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도 이즈음이다. ‘쩔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업로드 1년 4개월(495일) 만에 1억 조회 수를 달성했다. 2억 조회 수까지는 불과 2년 2개월(793일)이 걸렸다.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는 그보다 짧은 8개월 20일. 각각 역대 1억 조회 수 최단 달성 7위, 4위에 올랐다.
2016년 BTS는 세계적인 아이돌로 우뚝 섰다. 국내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한 정규 2집 앨범 ‘윙즈(WINGS)’가 미국을 포함한 97개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를 휩쓴 것. 타이틀곡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업로드 41시간 만에 1000만 조회 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2017년 5월에는 빌보드 어워즈에서 미국 아이돌 스타 저스틴 비버를 꺾고 한국인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1년간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소셜데이터 지수, 글로벌 팬 투표 등을 합산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상 여섯 달 뒤 BTS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s) 무대에 서며 미국 데뷔전을 치렀다.
방 대표는 2017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아이돌 가수의 음악은 너무 즐기는 데 집중한다는 생각이 든다. 방탄소년단은 반대로 갔다. 일부러 즐겁고, 행복한 음악보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가혹한 현실과 그에 대한 고민을 노래하는 데 포인트를 맞췄다. 처음에 멤버들한테 곡, 가사를 써오라고 하니까 다들 과시하는 내용만 써오더라. 다 ‘빠꾸’시켰다. 무조건 너희들의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그게 유치해 보이지만, 또래 청년들이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본인들의 이야기로 음악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작’, ‘성장’ 같은 콘셉트도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의 힘에 더해서 기본적으로 K팝 특유의 트렌디함과 퍼포먼스가 있었다. 거기에 서구 아티스트처럼 음악에 자신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점 같다. 예전에 ‘아이 니드 유(I need you)’라는 곡을 냈을 때, 일부러 뮤직비디오를 좀 강하게 만들었다. 청춘이 그만큼 아프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유튜브에 올라간 뮤직비디오 댓글을 보면 세계 각지의 언어로 ‘자살하고 싶었는데 힘이 났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더라. 이런 공감과 소통이 성공 비결 아닐까”라며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이후에도 2017년 ‘DNA’를 타이틀곡으로 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LOVE YOURSELF 承‘Her’’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8년 발매된 ‘LOVE YOURSELF 結 ‘Answer’’, ‘MAP OF THE SOUL: PERSONA’까지 최근 발매한 3개 앨범은 모두 미국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BTS는 2018년 ‘LOVE YOURSELF 轉‘Tear’’로 빌보드어워즈에서 두 번째 ‘톱소셜아티스트상’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지난 5월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세 번째 ‘톱 소셜 아티스트상’과 ‘톱 듀오/그룹상’을 거머쥐며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2관왕’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곧 빅히트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빅히트가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16년 325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17년 924억 원, 2018년 2142억 원으로 매년 2배 이상 늘었다. 순이익도 2016년 90억에서 2017년 246억, 2018년 502억으로 비슷하게 성장했다. 올 상반기 빅히트가 2000억 매출을 달성한 것을 미뤄 올해도 ‘매출액 2배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에선 빅히트 상장 시 기업가치가 2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 ‘사업 다각화·경영권 방어’ 방시혁 대표가 해결할 숙제
사업 다각화는 방 대표가 해결할 빅히트의 숙제다. 다수 가수와 콘텐츠를 보유한 3대 기획사와 달리 빅히트 실적은 방탄소년단의 음반 및 음원 중심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방 대표는 21일 설명회에서 음악산업의 혁신을 강조했다. 음반·음원 중심의 기존 빅히트 사업 영역을 영화·웹툰·소설·드라마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하는 구상이다. 빅히트의 플랫폼 사업 자회사 ‘비엔엑스(beNX)’는 지난 6월 BTS 팬덤 ‘아미(Army)’ 전용 커뮤니티인 ‘위버스’와 전자상거래 서비스 ‘위플리’를 선보였다. 위버스의 경우 두 달 만에 전 세계 팬덤 200만 명이 가입해 지금은 하루 평균 80만 명이 이용한다. 이 밖에 빅히트는 2018년 콘텐츠 출판 자회사 ‘비오리진’을 설립하는 한편, 최근 음악 게임 전문회사 ‘수퍼브’ 등을 인수했다. 아티스트를 늘리려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 씨제이이앤엠과의 합작 기획사 ‘빌리프랩’ 등을 만드는 데 이어 최근에는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을 인수하기도 했다.
‘빅히트’를 친 ‘빅히트’를 방어하는 문제도 있다. 방 대표는 2018년 기준 빅히트 지분 43.0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넷마블(25.22%),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사모투자(12.24%), 웰블링크(Well Blink Limited, 우선주 10.19%) 등이 주요 주주를 이룬다. 빅히트 우선주는 보통주와 동일하게 1주당 1의결권을 가진다. 일각에서는 기관 지분이 큰 만큼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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