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의존도(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는 37.5%로 주요 20개국(G20) 중 3번째다. 한국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63.9%), 독일(39.4%)이다. 네덜란드나 독일은 외풍에 비교적 강한 유럽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 있어 대외 악재에 민감하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 최근 무역 갈등의 핵심인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베트남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 수출액은 2713억 3560만 달러로, 위 5개국 비중은 1562억 4351만 달러로 57.6%다. 중국 수출액은 657억 3796만 달러(24.2%), 미국은 369억 2511만 달러(13.6%), 베트남은 230억 9384만 달러(8.5%), 홍콩은 162억 3311만 달러(6.0%), 일본은 142억5349만 달러(5.3%)다.
중국 수출액은 1990년 5억 8485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0.9%에 불과했고, 수출 대상국 중 19위에 그쳤다.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수출액이 26억 5364만 달러(전체의 3.5%)로 증가하면서 6위로 뛰었다. 2003년부터는 351억 971만 달러(전체의 18.1%)로 한국 수출국 1위를 차지한 뒤 16년 연속 1위다.
베트남은 기업들의 ‘탈중국’이 시작된 2000년대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해 2017년부터 한국 수출대상국 3위에 올랐다. 미국은 중국에 밀렸지만 2위를 유지 중이며, 홍콩과 일본은 수십 년째 5위권 내를 지켜온 국가다.
이는 한국이 5개국 수출에 의존하느라 수출선 다각화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과의 갈등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 한국 수출액은 2713억 3560만 달러로 전년 동기(2966억 7211만 달러) 대비 8.5% 감소했다. 5개국으로의 수출이 10.9% 감소해 전체 수출 감소의 주원인이 됐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에 타격을 줬다. 상반기 중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0% 줄었다. 범죄인 송환법을 두고 시위가 계속되는 홍콩으로의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29.5% 감소했다.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배제 문제로 갈등 중인 일본으로의 수출 역시 같은 기간 6.3% 줄었다.
미국 수출이 7.2% 늘었지만 미중 무역전쟁 지속으로 미국의 경기침체(Recession)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드는 데 그쳐 선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베트남이 혜택을 입고 있다며 베트남산에 관세 부과를 언급하고 있어 베트남에 조립공장을 둔 한국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은행, 해외 투자은행(IB) 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일본 수출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상황이 악화돼 소재·부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하면 관세 인상과 같은 가격규제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계 IB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중 무역 갈등과 한일 수출 규제 등이 한국 수출 회복을 지연시키는 불확실 요소”라고 분석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과 신남방정책이 수출의존 완화와 수출선 다각화를 노린 것이지만,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나치게 일부 국가에 몰린 수출의존도 문제는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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