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이른바 지소미아(GSOMIA)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일본과 전면전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2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논의했다. 상임위는 협정 종료와 통보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통해 협정을 종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도록 한 협정으로, 2016년 11월 23일 체결됐다. 유효기간은 1년이며, 양국 모두 협정 종료 의사가 없을 경우 협정은 1년씩 자동으로 연장된다. 단, 만료 90일 전 한 국가가 먼저 종료 의사를 밝히면 협정은 종료된다. 올해 통보 종료 시한은 8월 24일까지다(관련기사 '양날의 검' 지소미아 파기 한일 이해득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협정 종료에 가장 실망할 곳은 일본 정부다. 앞서 일본은 장관들이 직접 나서서 지소미아 연장을 주장해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은 21일 중국 베이징 근교 관광지구 베이수이전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역시 22일 지소미아 연장과 관련해 “양국 관계가 어렵지만 연계할 것은 연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유는 일본이 현 상황에서 벗어날 출구로 지소미아를 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용만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지소미아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자칫 일본이 세계 평화, 동북아 평화에 힘쓰고 있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이 발발한 한국과의 경제 전쟁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희석하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 경제문제로 미국이 한국, 일본과 자신이 포함된 남방 삼각관계 안보 문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을 의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 전쟁을 당장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경제 전쟁에 안보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러한 일본 사정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중국에서 고노 장관에게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철회해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강 장관은 22일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뷰에서 “일본이 상호의존적이고 인적 교류가 활발한 양국 관계에서 사전예고 없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이슈가 전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일본 정부와 협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를 택했다. 정부로선 두려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선택권은 일본에 넘어갔다. 조용만 교수는 “한국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다.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는 미국과 겹치는 게 많아 협정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종료 결정은 정부도 이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는 증거”라면서도 “정부가 일본의 출구를 막는 초강수를 뒀기에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당장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일본의 입장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한일 간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인 24일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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