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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의 집 거실 공유'로 3억 투자 유치, 김성용 남의집 대표

"시시콜콜한 취향이 주제, 익명성과 단발성 내세운 느슨한 거실 커뮤니티"

2019.08.22(Thu) 17:15:42

[비즈한국] “남들은 어떻게 살까?” 누구나 가져봄 직한 호기심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의 집에 가볼 수 있는 건 살 집을 구하러 다닐 때뿐, 모르는 남의 집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주인과 시시콜콜 한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남의 집과 그 주인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남의집’ 프로젝트는 남의 집 거실을 공유하는 스타트업이다. 애어비앤비가 숙박공유라면 ‘남의집’은 거실공유, 애어비앤비의 ‘거실판’이다. 

 

김성용 대표는 ‘집을 공유하고 차를 공유하고 사무실을 공유하고 주방을 공유하는 시대인데 난 뭘 공유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내 집 거실을 공유를 생각해내고 거실 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남의집 제공


신선하다. 어쩌면 어린애 같은 발상이다. 결혼 전 셰어하우스에서 살았던 김성용 ‘남의집’ 대표는 몰랐던 사람과 같이 살며 친구가 됐고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 거실로 들어와 놀다가는 것을 경험했다. 나와 너의 거실이 때때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는 살롱이 되는 것이다. ​‘비즈한국’이 지난 21일 판교 사무실에서 김성용 남의집 대표를 만나 이 어린애 같은 발상의 사업이 어찌 돼가는지 물었다.

  

김성용 대표는 ‘집을 공유하고 차를 공유하고 사무실을 공유하고 주방을 공유하는 시대인데 난 뭘 공유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 집 거실을 공유해보자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내 집 거실을 공유한다고 하면 누가 돈을 내고 와줄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에게 사업이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 처음엔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내 집 거실도 공유가 될까?’라는 가설을 자신의 거실을 이용해 조금씩 실험하고 검증해 나갔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수요가 꽤 많았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남의 집에서 그 집 주인과 수다를 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 처음엔 자신의 집을 이용해 한 달에 한두 번씩 재미 삼아 하던 ‘남의집 프로젝트’를 점차 타인의 거실로 확장했고 게스트가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 나갔다. 

 

#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지만 창업은 성공적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서 돈을 들여 앱부터 만들었다거나 웹에 예약·결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놓은 것도 아니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니즈가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삼았고 ‘네이버 예약’을 활용해 예약을 받았다. 결제는 ‘네이버페이’로 진행하고 홍보는 SNS를 소소하게 활용했다. 거실만 공유한 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시스템까지 ‘공유’라는 방식을 택하니 시작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김성용 대표는 “요즘은 커뮤니케이션 툴이나 결제 시스템 등 대기업에서 만들어놓은 공유 인프라가 많다. 시장은 이미 시스템 짜깁기로 굴릴 수 있는 생태계로 진화했다. 시스템부터 갖추고 수요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부터 확인한 후에 시스템을 고민했다”고 말한다. 

 

그는 문과 출신이다. 그의 사례는 일반적으로 개발자와 공동창업을 해야 한다거나 IT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가능해야만 스마트하게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문과생들의 막연한 창업 두려움’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그러다보니 보통 시스템과 기술에 투자하는자본금도 거의 들지 않았다. 최근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3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그간 외부 소스를 사용하던 예약·결제 시스템을 플랫폼 안으로 넣어 8월 말까지 재정비 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용 대표의 사례는 일반적으로 개발자와 공동창업을 해야 한다거나 IT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가능해야만 스마트하게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문과생들의 막연한 창업 두려움’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는 “요즘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소스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적이었던 유통 구조를 디지털화 하는 모델이 많다. 예를 들어 장보기를 시장에 가지 않고 모바일 앱으로 하거나 오프라인으로 하던 일들을 모바일 앱으로 실시간·비대면 형태로 쉽고 간편하게 끝내는 식이다. 하지만 ‘남의집’은 ‘거실을 공유한다’는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색다른 모델”이라고 했다. 1인 가구가 늘고 각종 혼족이 생기며 개인화되는 한편으로 심리적으로 외로워진 사람들에게 재미와 위로를 주는 커뮤니티 서비스인 것이다.

 

# 소소하고 사사롭게,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이방인 체험 

 

사실 김 대표의 전 직장은 카카오 모빌리티다. 택시 예약 플랫폼인 카카오택시에서 사업개발, 제휴, 영업, 마케팅 등의 업무를 하며 공유경제의 맥락과 흐름을 익혔다. 하지만 ‘남의집’을 구상할 때 거창하게 공유경제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한 건 아니다. 김 대표는 “남의 거실에서 타인의 취향을 탐색하는 것으로, 즉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 낯선 취향을 이야기하며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충분히 여행을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그래서 ‘남의집’을 ‘공유 플랫폼’이 아닌 ‘여행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남의집’을 3개의 키워드로 표현하라”는 주문에도 김성용 대표는 “취향, 대화, 여행”을 꼽는다. “취향이 묻어난 대화를 통해 떠나지 않고도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여행을 거실로 옮겨와 퇴근 후 여행, 일상여행을 가능하게 하고 싶다고 한다. 해외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내외국인이 섞여도 괜찮다. 

 

그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방인이 되기 위한 것’이라 봤고 이러한 체험을 일상에서도 구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의집 프로젝트’는 부러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잡담과도 같은 대화를 지향한다. 마치 여행을 떠나 낯선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에서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듯이.

 

그런 점이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트레바리(trevari)’ 같은 독서 모임이나 액티비티와 레슨 프로그램이 중심인 ‘프립(Frip)’과는 다른 점이다. 특정한 취미 활동을 기반으로 한 동호회와도 성격이 다르다. 가벼운 여행을 떠났을 때처럼 최대한 일상의 시시콜콜함을 유지하는 것이 ‘남의집’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아홉수’를 주제로 한 모임에서는 서로의 아홉수 경험담을 털어놓고, ‘작은 가게 사장님’을 주제로 모이면 그에 따른 경험치를 나누는 식이다. 소소하고 사사롭다. 거기에 ‘누군가의 거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설렘이나 안정감이 보태진다. ‘거실 공유 기반 취향 커뮤니티’다. 

 

호스트가 거실을 공유해야 하는 모델이지만 거실이 마땅치 않다면 또 다른 공유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위쿡’을 활용하면 공유주방을 거실처럼 이용해 음식 이야기를 나누며 현장에서 조리한 간단한 음식을 서로 나눌 수도 있다. 요즘은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곳에서 제휴 관련 문의가 오기도 한단다. 하드웨어인 공유공간에 소프트웨어격인 스토리나 커뮤니티를 입히기 위한 시도다.          

 

# 익명성과 단발성 무기 삼은 느슨한 관계가 주는 편안함

 

2017년 초반 재미 삼아 처음 시도한 ‘남의집’은 그가 퇴사한 후인 2018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카테고리는 두 가지로 ‘남의집 모임’과 ‘남의집 서재’가 있다. ‘남의집 모임’은 호스트(Host)가 주제를 정해 모임을 만들고, ‘남의집 서재’는 특별한 모임을 주최하지 않고 거실만 공유하는 형태. 모임 하나당 게스트가 내는 돈은 2만~4만 원선으로 ‘남의집’ 플랫폼은 이 중 30%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현재까지 ‘남의집’은 약 300회의 거실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참여한 게스트는 3000여 명, 자신들의 거실을 낯선 이들과 공유한 호스트는 200여 명이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지인의 집이 아닌 굳이 남의 집에 가서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는 이유는 익명성과 단발성 때문이라 진단한다. 익명성과 단발성이 주는 느슨하고 수평적인 관계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는 월 50건 정도의 ‘남의집 모임’이 있지만 향후 월 500~1000건 정도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까지 ‘남의집’은 약 300회의 거실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참여한 게스트는 3000여 명, 자신들의 거실을 낯선 이들과 공유한 호스트는 200여 명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물론 위험요소도 있다. 커뮤니티의 질이 보장되지 않고 모인 사람들의 ‘케미’에 따라 게스트들의 만족도 차이도 클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거실과 시간, 에너지를 기꺼이 공유할 호스트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업의 확장성도 좌우된다. 비대면이 가능하고 호스트와 게스트가 철저하게 타인으로 남을 수 있는 애어비앤비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호스트의 거실 공유나 모임의 주제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느냐에 따라, 또 수수료의 적정한 수익성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여러 리스크에도 일단 출발은 좋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사업이 됐고 투자까지 받았다. 어느 정도는 사업성이 검증됐다는 뜻이다. 자본이나 기술이 없어도 상상력만으로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2014년 150억 달러였던 세계 공유 경제 시장 규모는 2025년 335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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