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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인스타 대박 아이템도 대기시간 너무 길면 '쪽박'

가격 올리거나 제조과정 줄여야…공정 단순·효율화가 소비자·판매자 모두에게 최선

2019.08.21(Wed) 16:16:58

[비즈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아이템을 찾거나 개발했다고 가정해보자. 이후의 문제는 공정(process)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떠한 과정으로 원재료나 상품을 공급 받아서 어떠한 과정으로 가공하고 판매할 것인가의 문제가 실제 가게 운영에서 발생하는 주요 문젯거리다.

 

예를 들어 훌륭한 브런치 토스트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토스트는 맛도 좋고 모양도 매우 좋다. 데코레이션도 훌륭하고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와서 인스타그램 등 SNS에 자랑 삼아서 올리기도 좋다. 사실 이 정도로 매력 있는 아이템을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반향을 못 얻을 리가 없다. 특히나 지금 같은 시대에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준이라면 금방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비게 될 것이다.

 

아무리 맛있고 보기 좋은 브런치라도 음식이 나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면 그 가게에 다시 가게 될까? 제조 공정을 단축해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소비자와 점주 모두에게 좋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가게에 들어가 좌석에 앉고 주문을 했는데 토스트가 나오는 데 20~30분이 걸린다면, 가게에 사람이 많지 않은데도 그렇다면 과연 다음에도 이곳을 찾을 생각이 들까?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이미 건졌다면 다시 찾아올 생각이 안 들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상품이라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그만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재구매의 매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토스트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과정을 줄이거나 사람을 더 뽑아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전자는 상품의 질을 떨어뜨릴까봐 기피하는 경우가 많고, 후자는 비용이 그만큼 올라가기에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과정이 투입되고 비효율적인 데다 그런 과정에 비해 가격은 너무 낮게 책정했다고 볼 수 있다. 과정을 줄이거나 가격을 높일 경우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기에 고된 노동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보통 재방문 고객의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나 사업주의 건강 문제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

 

가격을 올리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결정이기에 이 상황에선 결국 공정의 개선이 가장 큰 해결책이 된다. 공정이라 하면 왠지 공장이나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곳에서나 쓰일 표현 같지만, 어디든 원재료나 상품을 들여와서 판매까지 이르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고 그 과정이 그 가게의 공정이 된다. 따라서 이 과정을 단계별로 검토해 생산의 효율성을 낮추는 요인들을 최대한 개선해야 한다.

 

이 과정을 단계별로 분할해 나열하는 것이 우선이다. 굳이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과정이 있다면 제거하는 것이 좋다. 복잡한 과정이 있다면 단순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의 투입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이 바로 더 높은 생산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공정 개선 과정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이 떨어지는 일이 흔하다. 현실에는 트레이드오프(trade off, 상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선 개선되는 효율성과 소비자의 효용 하락을 검토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영화 ‘파운더’에서 나오는 맥도날드의 창립자 레이 크록의 선택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를 만들기 위해 아이스크림과 우유를 항시 구비해두는 것이 매우 비효율적이라 생각해 분말가루를 이용한 셰이크 생산을 결정한다. 물론 나중에 원래의 방식으로 복귀하긴 했으나 그것은 원래 방식이 충분한 효율성을 가지게 된 이후의 일이다.

 

공정의 단축과 효율 개선은 서비스 판매에서도, 소비자와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에게도 모두가 좋은 최선의 방안이다. 소비자들은 그만큼 상품을 이용하기가 쉬워져서 좋고 점주는 생산효율 개선으로 더 많은 상품을 좀 더 저렴하게 팔 수 있어서 수익을 내기가 쉽다.

 

물론 이러한 공정 개선에는 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방법이든 효율이 개선되고 자신이 보기에 좋은 방법이라 판단되면 그것이 최고이자 최선의 공정이 된다. 실제로도 잘되는 가게들은 나름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정을 가지고 운영한다. 이런 공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공정을 단계별로 풀어서 써보자. 그리고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자.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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