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세계그룹 통합 쇼핑몰인 SSG닷컴이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여행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시스템 개발이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SSG가 항공권 서비스 위주로 개발에 착수했다가 그 영역을 호텔로 넓혀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최근 호텔 공급사들과 접촉하고 호텔 예약 시스템 개발 관련 미팅도 이루어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SSG닷컴은 최근 대한항공의 자회사이자 항공권 시스템인 (주)토파스여행정보와 계약을 체결하고 항공권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여행사들과 제휴도 논의 중이다. 현재 SSG닷컴의 여행 카테고리는 주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상품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에 그치고 있지만 개발이 끝나면 G마켓이나 11번가,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판매채널들의 여행 카테고리와 비슷한 형태로 진화할 계획이다.
경쟁사로서 이를 지켜보는 이커머스 관계자는 “처음부터 SSG닷컴이 가진 자체 트래픽으로 기본적인 소비자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면세점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면세점 할인쿠폰을 주거나 면세점 소비자를 여행 카테고리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존 고객들의 쇼핑 구매 패턴과 특징을 분석하면 항공권과 호텔 구매를 유도할 유효한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대형 여행사 입장에서도 SSG의 본격 여행업 출격이 반갑다. 대기업 기반의 탄탄한 판매 채널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을 가려고 쇼핑 앱(애플리케이션)을 보지는 않지만 쇼핑 앱을 보다가 평소 관심 있던 여행지에 대한 팝업이라도 뜨면 여행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며 “여행상품 예약이 온라인화된 만큼 소비자들도 여행상품을 여행 관련 온라인에서만 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여행사들은 SSG닷컴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항공권에서 독점적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스카이스캐너 등을 견제할 수 있는 다른 채널이 생기는 것이라며 상생구도를 엿보고 있다.
# 오프라인 유통 하향세에 온라인에 그룹 역량 집중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 매출 하락이 바로 눈에 보이는 수준이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사의 적자도 해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시장을 재빨리 온라인 쪽으로 돌리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초기비용은 좀 들겠지만 온라인 채널을 적시에 제대로 개발하면 유통시장의 지배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의 신뢰도 덕분에 장기적으로는 온라인에서도 쿠팡이나 G마켓보다 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올해 초 신세계그룹은 신세계몰과 이마트몰 등 각각 따로 운영되던 온라인 사업 부문을 SSG닷컴으로 통합했다. SSG닷컴의 개발을 위해 2018년 10월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 비알브이(BRV) 등으로부터 1조 원가량의 외부 투자도 받았다. 이커머스 관련 IT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 최적화된 쇼핑 환경을 구축하고 2023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 2분기 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시장의 내리막길을 목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온라인 통합화와 그 개발에 대한 요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지금까지 그룹의 성장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견인했다면 앞으로는 SSG가 유통 채널로서의 신세계를 성장시킬 핵심 동력”이라며 “그룹의 핵심 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여러 온라인 채널을 합쳐 SSG닷컴이라는 온라인 유통 법인에 역량을 통합했다. 신세계그룹의 물류 역량과 온라인 소스를 총집합시킨 것. 그룹 내부 관계자 역시 “외부 투자까지 받은 상태에서 온라인에 승부수를 띄우는 분위기다. SSG는 신세계그룹의 역량이 집중되는 프로젝트”라고 귀띔했다.
현재 SSG닷컴 앱 다운로드 수는 500만 이상. SSG닷컴은 2018년 약 2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9조 원의 매출을 보인 11번가와 G마켓, 올해 10조 원의 매출을 바라보는 쿠팡 등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온라인 통합에 따른 그룹 역량 집중도로 볼 때 SSG의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여행이 온라인 거래액 1위지만 아직은 구색 맞추기
한편 SSG를 바라보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 업계의 시각은 대형 여행사 쪽과 좀 다르다. 온라인 쇼핑 쪽은 어떨지 몰라도 여행 카테고리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구색 갖추기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커머스 전문가는 “이커머스 시장은 크게 유형 상품을 취급하는 쇼핑 분야와 무형 상품을 취급하는 부킹(예약)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구매·배송·재고 등을 관리하는 쇼핑 분야에 전문인 신세계에서, 재고가 없는 시간재화를 취급하는 부킹 분야의 예약관리 시스템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SG닷컴은 “이제 막 여행 카테고리 TF팀이 구성된 시점이라 확정된 것은 거의 없다. 어떤 시도나 변경도 가능하다. 하지만 SSG의 주력분야는 신선식품과 장보기 등의 카테고리다. 상대적으로 여행에 큰 투자나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SSG닷컴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리뉴얼 하는 과정에서 여행 카테고리를 일부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라는 것.
통계청이 8월 발표한 6월 온라인 거래액 1위는 여행 및 교통서비스로 전체 거래 중 13.5%, 1조 4282억 원에 달한다. 2위는 가전·전자·통신기기, 3위는 의복, 4위는 음·식료품 순이다. 작년에도 전체 온라인 거래액 1위는 여행 및 교통서비스였다. 이커머스가 여행을 단순히 ‘구색 맞추기’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항공판매의 수익이 거래액에 비해 낮은 편이라 수익적 한계가 있지만 이를 활용해 소비자의 니즈를 읽어 다양한 교차판매가 가능하다.
항공권 시스템 개발에서는 카카오항공권의 경우를 반면교사 삼을 수 있다. 항공 검색 시스템을 완전히 외부 업체에 맡겨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카카오항공은 현재 유명무실하다. 론칭 1년이 지났지만 거래액은 하루 5000만 원 정도에 그치고 아직 베타서비스도 벗어나지 못했다. 항공 예약 업계에서 인지도도 낮은 상황. 잘못된 시스템 구축으로 소비자와 제휴 여행사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업계의 분석도 나온다. 국민 앱 카카오라고 해도 만만히 봤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 게 여행시장이라는 뜻이다. 카카오는 현재 온라인에 강점이 있는 여행사 타이드스퀘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항공권 사업의 돌파구를 꾀하고 있다.
SSG닷컴이 온라인 상거래에서 거래액이 큰 여행 카테고리를 단순히 구색 맞추기로 갈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항공 시스템 개발에 좀 더 힘을 실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
해외여행 느는데 패키지사는 칼바람 속에 길도 안 보인다
·
하루 1만원짜리 제주 렌터카의 불편한 진실
·
'일본 안 가기' 대체지 홍콩도 불안불안, 가도 괜찮을까
·
하나카드 항공권 직구 플랫폼 '직항' 날아오를 수 있을까
·
여기저기 다 파는 온라인 여행상품 '판매책임'은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