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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 치명적 타격 'DLS·DLF 쇼크' 금융권 폭풍전야

8224억 원 중 88% 원금 손실, 대부분 VIP 개인투자자…금감원 "합동조사로 과실 여부 따질 것"

2019.08.19(Mon) 18:58:19

[비즈한국] 금융당국이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펀드(DLF) 쇼크에 대한 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충격적인 결과에 DLS·DLF 판매사와 투자자 사이에 불완전판매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아울러 관련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를 상대로 전방위 조사가 불가피해지면서 금융권 전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DLS와 DLF 판매 잔액은 총 8224억 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중 전체의 88%에 해당하는 판매 잔액(7239억 원)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사 비중을 보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한 상품이 잔액 대부분을 차지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4012억 원, 3876억 원의 상품을 금융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전체 판매액의 95.9% 비중이다. 이외에 국민은행(262억 원), 유안타증권(50억 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 원), NH증권(11억 원) 등이 뒤따랐다.

 

DLS·DLF 상품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판매사를 대상으로 합동 감사에 돌입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손실이 예상되는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다. 전체의 89.1%(7326억 원)가 개인투자자에게서 나온 자금이다. 논란이 격화된 상품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이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0.2% 이상이면 연 3~5% 수익을 보장한다. 

 

하지만 -0.2%를 하회하면 0.1%포인트(p) 초과 하락할 때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한다. 금리가 -0.7% 아래로 떨어지면 전액 손실을 볼 수 있다. 해당 상품의 잔액 1266억 원은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예상한 손실률은 만기지급 쿠폰을 제외하면 95.1%에 달했다. 손실금액으로 환산하면 1204억 원이다. 

 

핵심 쟁점은 판매사가 금융소비자에게 충분히 원금 손실 위험을 고지했는지 여부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DLS·DLF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관련기사 '중위험·중수익' 통념 깨진 DLS, 어디까지 알고 있니?). 그러나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의 안전성을 내세우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언급하지 않았다면 불완전판매가 된다.

 

영미 CMS(이자율스와프) 금리 연계상품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판매 잔액은 총 6958억 원이다. 이 가운데 85.8%(5973억 원, 7일 기준)가 손실구간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만기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는 가정 시 예상 손실금액은 3354억 원으로 판단했다. 예상손실률은 56.2%이다.

 

투자자들은 DLS·DLF 판매사가 독일, 영국 등 해외 금리 하락세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금손실에 관한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고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판매사는 사전에 투자자에게 충분한 고지를 했고 이에 대한 녹취록이 존재했다고 반박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은 총 29건이다.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실제 소송이 벌어질 경우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제2의 키코(KIKO)’ 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한다. 2008년 금융위기 전 수출 기업들이 환율변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가입한 상품에서 3조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해당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과 피해 기업 간 소송 다툼으로 이어졌고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전 끝에 은행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금감원은 문제의 DLS·DLF 판매사인 은행과 발행사(증권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8월 중 관련 부서 합동 검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단 은행권의 불완전판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5월 독일 국채금리가 하락했을 무렵 관련 상품 판매가 집중된 점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른바 ‘OEM(주문자제조방식)’​ 펀드에 관한 의혹도 함께 들여다볼 생각이다. 판매사(은행)의 지시에 따라 운용사가 불법적으로 OEM 펀드를 설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일파만파 확대될 조짐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향후 조사에서 설계 과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금융국장은 “그동안 금소연은 투자자의 성향이 반영된 금융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금융사가 위험 고지 의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DLF 가운데 상당 규모가 VIP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크(PB)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른바 큰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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