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해 불법성 논란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구글은 당장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화제가 된 앱의 명칭은 ‘유튜브 밴스드(Youtube Vanced)’다. 유튜브 밴스드는 ‘XDA 디벨로퍼스’ 사이트에서 인터넷 포럼을 통해 공개됐다. XDA 디벨로퍼스는 2002년에 설립된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다. 회원 수는 약 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회원들은 기존에 나온 앱을 커스터마이징 해 성능을 높이거나 새로운 앱을 만들어내는 ‘능력자’들이 주를 이룬다. 유튜브 밴스드 역시 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이 유튜브 앱을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앱이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애드 블록(ad blocking)’ 기술 때문이다. 애드 블록은 말 그대로 웹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광고를 차단하거나 내용을 바꿔주는 기술이다. 이 밖에도 유튜브 밴스드엔 스마트폰 화면이 꺼져도 영상이 계속 재생되는 ‘백그라운드 플레이백’ 기능도 포함돼 있다. 단, ‘오프라인 저장’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앞서 두 기능은 유튜브 이용자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가입해야만 누릴 수 있는 기능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매월 7900원을 지불한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다. 유튜브 밴스드 이용자는 이 앱을 통해 1년에 약 1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누리꾼 사이에서 유튜브 밴스드의 적법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먼저 유튜브 밴스드의 핵심 기술인 애드 블록은 이 앱의 적법성 논란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국내·외에 이미 판례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독일 연방대법원은 웹사이트에서 광고를 차단하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인 ‘애드블록 플러스(AdBlock Plus)’가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애드블록 플러스가 독일 간판 신문사인 ‘빌트(Bild)’를 보유한 미디어 그룹 ‘악셀 슈프링거’의 사업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애드블록 플러스를 사용하는 결정권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내에도 웹사이트를 변형해 광고를 차단하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다. 2016년 5월 5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클라우드웹이 카카오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클라우드웹은 웹사이트에서 광고 등 원하지 않는 내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담은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배포했다. 재판부는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개별 사용자들이 광고와 같은 콘텐츠를 본래 형태와 내용 그대로 열람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광고 효과가 감소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최종 소비자가 각자의 선호에 따라 이용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생기는 효과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유튜브 측은 유튜브 밴스드가 ‘불법 도용프로그램’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튜브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유튜브에서는 오직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서 광고 차단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 외의 앱이나 시스템을 통해서 광고를 차단하는 것은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상품이 아니다. 불법 사용임을 알려드린다”고 답했다.
다만 유튜브 측은 구체적인 조치를 묻자 “그 내용에 관해서는 답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유튜브 밴스드의 인터넷 포럼을 열었던 XDA 측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이 개발자에게 접촉한 일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김영훈 한국IT직업전문학교 교수는 “대기업은 불법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어뷰징팀이 필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유튜브 측이 유튜브 밴스드 개발자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는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해당 앱을 통해서 유튜브 이용자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튜브 이용자 수는 19억 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가 약 40억 명인 점을 고려했을 때, 2명 가운데 1명은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유튜브는 모든 앱 중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앞으로 유튜브를 개조한 앱은 계속해서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유튜브 밴스드와 같은 기능을 지닌 ‘튜브 브라우저’도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설치할 수 있다. 정원양 교수는 “비슷한 판례가 존재하더라도 원·피고 간 승소 여부는 재판에 들어가 봐야 안다. 같은 기술이라도 여러 방법으로 우회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변수가 다양하다”며 “단 유튜브가 개조된 앱들로부터 수익을 침해하는 단계라고 판단한다면, 법적 분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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