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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홍콩 시민과 중국 정부의 미디어 전쟁 속으로

중국은 셀럽 통해 '하나의 중국' 홍보 vs 홍콩 시민은 SNS 게릴라전…IT 시대 국제 소통 단면

2019.08.19(Mon) 11:41:20

[비즈한국] 홍콩 시민과 중국 정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이른바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 시위는 6월 9일 시작돼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시위대에 주머니탄을 발포해 한 시민이 실명되는 사태도 일어났습니다. 700만 인구인 홍콩의 시민 200만 명이 시위에 집결할 거란 소식과 함께 중국이 군대를 투입할 거라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과거가 떠오를 법합니다. 우리나라도 군부 독재와 이에 대항하는 시민의 대치가 심각했던 때가 있었죠. 이때도 시민은 외신만이 희망이라며 해외 언론사에 많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레이저 포인터를 구매한 한 대학생이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6일 경찰에 체포된 데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7일 레이저 포인터로 빛을 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다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SNS 등을 통해 홍콩의 소식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 세계 디지털 미디어가 홍콩 집회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또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중국은 셀럽(유명인)을 이용해 전방위적으로 홍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퍼트리는 거죠. 중국 배우 류이페이(劉亦菲)는 SNS 웨이보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며, 홍콩 시위대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썼습니다. 이 때문에 트위터 등 중국 내 금지된 SNS에서는 ‘뮬란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국적자로서 자유를 누리고, 디즈니의 영화 ‘뮬란’​에 캐스팅되는 영광까지 누린 류이페이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항의의 표시였습니다. 디즈니와 유역비는 아직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류이페이가 출연한 디즈니 영화 ‘뮬란’ 포스터.

 

아이돌 가수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엑소의 중국인 멤버 레이는 홍콩, 타이완을 중국과 따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 모델 계약을 해지한다고 웨이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베르사체, 지방시 등의 브랜드가 홍콩을 ‘국가’​로 표시했다 항의를 받아 사과한 이후에 나온 일이었습니다. 레이 역시 홍콩을 국가로 표시하는 브랜드 ‘캘빈 클라인’​의 모델을 하다 비판에 직면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레이는 캘빈 클라인 모델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네티즌이 아마존까지 공격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판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알리바바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중국 진출을 포기했는데요, 중국에서 금지된 서구 SNS에서 중국인들이 아마존 공격을 시작한 겁니다. 중국인 유학생, 외부 거주자 등을 주축으로 ‘하나의 중국’​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디지털 미디어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등으로 홍콩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언론 장악이 불가능한 거지요.

 

시민 수천 명이 순식간에 몰려다니며 공항을 점령하는 등 탄탄한 조직력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역시 메신저 ‘텔레그램’​ 덕분입니다. 지역별로 텔레그램 익명 채팅방을 만들어 의견을 공유하고 투표를 합니다. 시민들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거지요. 심지어 경찰의 진압 경로를 공유해 도망가는 데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는 6월 트위터에 “중국이 홍콩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텔레그램에 디도스 공격을 퍼붓고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엑소 멤버 레이의 삼성전자 휴대폰 ‘A8s​’ 광고 포스터.

 

홍콩 시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홍콩 내 기업이 보기에 홍콩은 점점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영국계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좋은 예인입니다. 중국 정부는 캐세이퍼시픽의 홍콩 시위 연루자를 색출해 목록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로버트 호그 CEO는 목록에 자신 이름만 내고 사임했습니다. 리스크가 커지면 다른 홍콩의 기업도 싱가포르 등 다른 곳으로 썰물 빠지듯 나갈 거라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홍콩이 ‘금융 허브’​라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이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위대도 이를 안다는 듯 금융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모든 현금을 빼내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자는 ‘뱅크 런(Bank Run) 운동’​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는 겁니다. 홍콩 최대 은행 HSBC는 은행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정말 안전할까요? 현금 인출로 당장 큰 타격을 줄 수 없다고 해도 홍콩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그 타격은 실로 클 겁니다. 당장 홍콩 기업이 나가고, 외국인이 홍콩을 떠난다면 홍콩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겁니다.

 

홍콩 시민과 중국 정부의 대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걸려있는 경제적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기에, 중국 정부가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최대치의 공격’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바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중국이 원하는 건 홍콩의 진실을 완전히 장악하는 거겠지요. 모든 게 스마트폰을 통해 단숨에 전파되는 요즘, 중국 정부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진실을 숨길 수 없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풍경. 홍콩 시위와 디지털 미디어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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