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P2P금융법’ 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P2P업계가 성장할 발판이 마련됐다”며 반색했고, 스타트업 규제 완화에 힘써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소셜 미디어에 “만세!!!!!!”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P2P금융법이 뭐길래 이러는 걸까.
P2P금융(Peer to Peer Finance)은 전통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개인 대 개인 간의 금융’을 의미한다. 돈이 필요한 대출자와 여유자금이 있는 다수의 투자자를 ‘대출’과 ‘투자’의 형태로 연결하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다.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이율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P2P대출은 새로운 금융 형태인 까닭에 기존 법체계로 규제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P2P업체들은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과 함께 대부업체와 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되지만, 투자자에게 모집된 금액을 대출자에게 전달하는 여신 기능은 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P2P업체가 마음껏 날개를 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취하는 우리나라 정책상 법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P2P대출 관련 각종 사건이 발생하면서, P2P업계 신뢰도는 꾸준히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P2P업체 178개사의 대출 취급실태를 점검한 결과 20개사에서 사기와 횡령 혐의가 포착됐다.
P2P업계는 무법지대인 P2P시장을 개척하려면 P2P금융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켓플레이스운영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준 렌딧 대표는 “여신과 중개가 융합된 새로운 금융산업 본질에 맞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P2P금융법은 시장 건전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소위원회를 통과한 P2P금융법은 ‘투자자 보호’와 ‘투자 제한 완화’가 골자다. 먼저 P2P업체의 최소 자기자본금이 현행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초기 진입장벽을 5억 원으로 할지 7억 원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결과적으로 실력과 자본을 동시에 지닌 이들만 P2P업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2P업체의 자기자금 대출은 20% 이내로 허용하기로 했다. 가령 P2P업체가 투자자들로부터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80% 이상 확보했지만 남은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울 때, P2P업체가 자기자본을 투입해 남은 자금을 채워 펀딩을 마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차입자가 보다 빨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2P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항목은 금융사의 P2P대출 투자를 건당 최대 40% 이내로 허용한다는 조항이다. 금융사들이 P2P대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연다는 것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성준 대표는 “금융회사가 P2P대출에 투자하는 것은 개인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P2P업체들은 금융사 내 리스크 관리팀으로부터 심사평가능력과 채권 관리 프로세스를 전문적으로 관리·감독을 받을 것이다. 이를 통해 P2P자금의 불안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이 밖에도 P2P금융법을 통해 개인 투자자의 건당 500만 원이었던 한도가 더 늘어나고, P2P업체의 투자자 보호 의무, 내부 통제 관련 법안 등도 제정될 예정이다.
한편 박용만 회장은 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소셜 미디어에 쾌재를 불러 화제가 됐다. 그간 국회에 방문해 스타트업 규제 완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규제가 너무 많아 청년들이 창업에 애를 먹고 있다. P2P금융법 소위원회 통과는 스타트업 규제 완화의 출발점이다. 자금줄이 조여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통로를 열어주고 중금리 대출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2P금융법은 이제 첫 문턱을 넘었다. 최종 의결까지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국회 본회의 등 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김성준 대표는 “P2P금융법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할 기회다. 서민들은 더욱 편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사회적 가치가 훨씬 증가할 것”이라며 “이후 회의가 잘 진행돼,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P2P금융법 제정이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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