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캠페인에서 제작된 다회용 컵은 총 16만 개. 협회는 구단 평균 관중 수에 따라 제작할 다회용 컵 수량을 결정했다. 다회용 컵은 7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캠페인에 참여한 구단 경기장 매점에서 음료를 구매하는 팬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안전을 이유로 경기장 내 음료수 캔, 병 반입을 막고 있다. 경기장 주변 상인들은 대안으로 음료와 함께 일회용 컵을 제공한다. ‘안전’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딜레마가 생겼다”며 “이와 관련 프로스포츠 단체들과 협업할 방안을 고심했다. 다회용 컵 무료 배포를 통해 점진적으로 팬들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이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후 각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실무 미팅을 진행했다. 팬들이 다회용 컵을 생소하게 여길 것을 우려해 구단에 보도자료, 소셜 미디어, 경기장 내 전광판, 안내 배너 등 온·오프라인 홍보와 함께 재사용을 당부했다. 실제 구단들은 온·오프라인 이벤트와 광고를 통해 다회용 컵 홍보에 협조적으로 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역시 소셜 미디어에서 ‘#NO일회용컵’ ‘#프로스포츠’란 해시태그와 함께 다회용 컵 사용을 인증하는 사진을 게시한 팬들에게 추첨을 통해 3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해당 이벤트가 아직 진행 중이라 정확한 참여 인원을 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소셜 미디어 해시 태그를 통해 대략 봤을 때,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회용 컵 존재 자체를 모르는 관중들이 적지 않았다. 경기장 주변 상인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다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었던 것. 실제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매점 상인들 가운데 대부분이 다회용 컵을 설명 없이 지급하고 있었다. 심지어 기자가 “이 컵이 무엇이냐”라고 문의하자 “연맹에서 지급하는 기념품”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결국 다회용 컵은 대부분 일회용 컵과 마찬가지로 쓰레기통에서 다수 발견됐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관중은 “제가 들고 있는 컵이 다회용 컵인지 몰랐다”며 “하마터면 경기 종료 후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FC 서울 구단 관계자는 “상시 직원들에게는 다회용 컵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진행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교육이 미흡했던 것 같다”며 “현재 다회용 컵 수량이 남아 8월 20일 이후에 열리는 홈경기에도 배포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아르바이트생에게도) 교육을 잘 진행해 다회용 컵이 버려지는 일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꾸준히 경기장에 찾아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캠페인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더 유심히 관찰하고 홍보해 캠페인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되는 장소 중 하나가 경기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 단체들의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은 충분히 가치 있는 행사다. 다만 컵만 배포하는 건 무의미 하다. 그들이 추후에도 경기장에 다회용 컵을 들고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경 보호는 궁극적으로 개인·가족 건강과 결부된다. 스포츠 경기 관전 시 다회용 컵 이용으로 ‘건강과 함께 환경까지 지켰다’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협회나 연맹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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