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내 돈 20만 원을 내면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각각 10만 원씩을 보조받아 최종 적립된 40만 원 적립포인트로 1년간 국내 여행 시 사용할 수 있는 정부의 복지 혜택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이다.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국민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여행 산업과 내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국민과 여행 사업자 모두에게 환영받을 만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이 제휴의 제휴를 거듭하다가 결국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인 익스피디아에까지 수수료가 들어가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취재했다.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을 수행하는 한국관광공사는 2018년 초 입찰공고를 통해 SK엠앤서비스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복지몰(폐쇄몰) 브랜드 ‘SK베네피아’를 위탁운영사로 선정했고 기본 3년 사업수행 방침에 따라 올해도 계약이 연장됐다. SK엠앤서비스의 지분은 SK플래닛이 100% 보유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지웰이나 회원 100만 명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제너두 등 타 복지몰 회사도 함께 입찰에 참여했지만, 한국관광공사는 심사에 의해 “SK엠앤서비스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운영을 맡겼다(관련기사 '왜 꼭 SK베네피아에서만?'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이상한 독점 구조).
# 비중 큰 ‘여행전문관’ 인프라는 결국 익스피디아가 제공?
하지만 SK베네피아가 여행 서비스를 중개하는 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다. 다른 복지몰 관계자는 “SK베네피아가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 활용되는 적립금 충전·사용·환불 등 적립금 운영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만 여행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할 인프라는 갖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SK베네피아 관계자 역시 “우리가 여행 전문몰은 아니다. 인프라 구성이 약하기 때문에 여행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제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베네피아가 운영하고 있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 전용몰은 크게 아웃링크를 통해 여행사가 입점해 있는 몰인몰 방식과 기술력을 갖춰야 들어갈 수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해당 서비스로 접근하기 위한 규칙) 연동 방식으로 나뉘어 있다. 5개 카테고리 중 ‘숙박’ ‘여행’ ‘레저입장권’ ‘교통편의’는 몰인몰 방식이고 ‘여행전문관’은 API 연동 방식이다. 몰인몰에 40여 개의 여행사가 입점해 있고, 여행전문관에서는 기술력 있는 몇 개 대형 여행사의 상품 가격을 비교해준다.
그런데 SK베네피아에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행전문관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여행사가 입점하는 몰인몰 방식은 간단한 데다 기존 사업에서 쓰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형태지만, 여행상품 가격비교 서비스는 기술이 있는 업체와 제휴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회사가 최근 카카오와 투자사들로부터 약 5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타이드스퀘어다.
SK베네피아는 “타이드스퀘어는 오랫동안 현대카드의 아웃소싱 여행 서비스인 ‘현대카드 프리비아’ 등을 운영한 노하우도 있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여행 스타트업들과 연계되어 있어 제휴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타이드스퀘어도 여행전문관을 운영할 정도의 자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이드스퀘어 역시 여행 서비스들을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시스템의 뼈대를 구현해주는 것이 익스피디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촉박했을 것”이라며 “타이드스퀘어에 기술 개발 여력이 충분히 있었더라도, 이미 시스템 구축이 잘 되어 있는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수월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타이드스퀘어의 말은 조금 다르다. 타이드스퀘어 측은 “익스피디아가 가장 상품 경쟁력이 있는 업체였다. 상품 관련 사진 및 콘텐츠질, 연동성, 가격도 가장 좋다. 물량도 압도적으로 많다. 당연히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업체건 토종 업체건 소비자 유리한 방향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익스피디아를 배제한다면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향후 더 큰 파이를 글로벌 업체에게 도로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리하면 한국관광공사가 SK베네피아에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위탁 운영을 맡겼고, SK베네피아는 운영상 기술을 요하는 일부 시스템을 타이드스퀘어와 제휴했다. 그리고 타이드스퀘어가 다시 익스피디아로 부터 상품 공급을 받게 되면서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중 상당 부분이 익스피디아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가 됐다.
SK베네피아는 “여행전문관 일부를 타이드스퀘어와 제휴하고 있으며 타이드스퀘어가 어떤 시스템을 쓰고 있는지까지는 확인이 어렵다”며 “확인이 된다고 해도 그것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입찰에서 SK베네피아가 선정됐기 때문에 모든 운영권을 위탁한 상태다. 세부사항까지는 파악하지 못하며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 중소여행사 혜택 받기 어려운 구조, 이자수익은 하나은행이?
SK베네피아가 운영하고 있는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전용 온라인몰은 적립금 결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숙박시설이나 체험 업체가 개별로 입점하기 어렵고 대부분 대형 여행사들이 입점해 판매하는 구조다. 때문에 개별 업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상품이 여행사에서 팔린 것인지,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의 전용몰에서 팔린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중소 여행 업체 관계자는 “정부 지원 사업이니 이왕이면 중소 여행사업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다”며 “정부 주도로 여행 플랫폼을 직접 만들어 누구나 상품을 올릴 수 있도록 오픈마켓화 할 수도 있을 텐데 쉽게쉽게 하려다보니 정작 지역의 소상공인에게는 별 혜택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SK베네피아의 적립금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적립금을 관리하는 KEB하나은행 역시 SK베네피아가 선정한 사업자이기 때문. 한국관광공사는 “적립금 운영 방식 등을 포함한 모든 운영을 SK베네피아에 위탁했기 때문에 적립금 관리 은행 역시 위탁사가 선정한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여행 업계에서는 “월별 정산한다는 정부지원금 10만 원을 제외하고라도 적립금 30만 원을 선입금 해야만 하는 사업구조상, 선정된 8만 명이 30만 원씩 총 적립금 240억 원이 하나은행에 입금됐다. 근로자는 1년에 걸쳐 적립금을 차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은행의 이자 수익만도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는 “8만 명 근로자와 기업, 정부의 각각의 적립금 사용과 환불, 미소진 적립금 반환 등의 시스템 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다. 적립금의 이자수익으로 시스템 유지관리 비용을 충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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