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탈퇴와 함께 고위 당국자들이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시사하면서 한국 배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제2의 사드 사태 가능성까지 예상되고 있다. 일단 우리 군 당국은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부인했고, 지난 9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군은 전 세계 1위의 군사력을 자랑하지만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러시아는 지난 2006년부터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 탄도 및 순항미사일이 복합적으로 들어간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 시스템에는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위반하는 사거리 500km 이상의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이 들어있다. 또 중국은 사거리가 1500km에 달하고 항모킬러로 알려진 둥펑-21D와 최대 5000km에 달하는 둥펑-26 탄도미사일을 배치해 아시아 태평양에 위치한 미군의 주요 기지를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항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는 신형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세 종류의 미사일에 집중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군은 중국과 러시아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전쟁의 신호탄으로 알려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지상발사형을 개발 중이다. 현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미 해군의 전투함과 잠수함에서 주로 운용된다. 사거리가 1600km로 알려진 토마호크 미사일은 과거 냉전 시절 지상발사형으로 개조되어 핵탄두를 탑재하고 그리폰(Gryphon)이란 이름으로 서유럽에 배치된 적이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미 공군이 아닌 미 육군이 운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미 육군의 대구경 다연장 로켓포인 MLRS와 하이마스(HIMAR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종심 타격이라는 뜻을 가진 딥스트라이크 미사일이 있다. 딥스트라이크는 탄도미사일로 현재 사용 중인 에이태킴스 미사일보다 크기는 작아지고 사거리는 대폭 늘어났다. MLRS에는 4발, 그리고 하이마스에는 2발을 탑재할 수 있으며, 중거리핵전력조약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딥스트라이크 미사일은 499km 사거리를 향후 700km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사거리가 5000~6000km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형태로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무기도 준비 중이다. 이들 무기 가운데 지상발사형 토마호크 미사일의 경우 8월 내 첫 시험 발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미 하원에서 9600만 달러에 달하는 개발 예산에 대해 다른 미사일과의 중복투자 우려를 제기하며 일시 보류된 상황이다. 만약 상원에서 예산 조정에 실패할 경우 계획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딥스트라이크는 연내 시험발사를 준비 중이며 2023년쯤 초기작전운용에 들어갈 계획인 반면 극초음속 무기는 2020년 이후에나 등장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지난 8일 발간한 ‘미국의 전구급 사거리 미사일 재도입’ 보고서에서 750km급 중단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를 가정한 그래픽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에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이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순탄치 않거나 혹은 북한이 계속해서 최신형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과거 사드 때와 마찬가지로 미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미군의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우리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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