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7일 SM 아이돌 팬들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SM이 그룹 샤이니(SHINee), 엑소(EXO), 엔시티(NCT), 웨이션브이(WayV)에서 7명의 멤버를 뽑아 슈퍼엠(SuperM)이라는 팀을 만들어 미국에 진출하겠다고 선포한 겁니다. 각 그룹의 팬들은 기존 그룹과 멤버 개인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SM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해외 초대형 레이블인 ‘캐피톨 뮤직 그룹(CMG·Capitol Music Group)’의 요청에 따른 거라고 합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프로듀싱을 맡고, CMG는 유통 및 홍보를 담당합니다.
단순히 SM의 독특한 새 그룹의 탄생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 아이돌 업계에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는 뉴스입니다. 오늘은 CMG는 어떤 회사이며, 이 회사가 SM과 협업을 시작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CMG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캐피털 레코드(Capitol Records)는 1942년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에는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리 덱스터(Lee Dexter) 등 당대 대중음악 가수를 취급하는 음반 회사였지요. 이후 이합집산을 거쳐 2007년 CMG가 탄생합니다.
CMG의 대표적인 뮤지션은 대부분 전통적인 록 뮤지션입니다. 비틀스(The Beatles),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밥 딜런(Bob Dylan), 벡(BecK) 등이 있습니다. 특히 CMG는 비틀스 기획 앨범으로 큰 재미를 보기도 했지요. CMG 회장 스티브 바넷(Steve Barnett)은 영국에서 엘튼 존(Elton John), 딥 퍼플(Deep Purple) 등 영국 록 뮤지션의 에이전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입니다.
폴 매카트니의 ‘퍼 유(Fuh You)’. CMG의 홍보력 덕분에 폴 매카트니의 이 신보는 무려 36년 만에 차트 정상에 올랐다.
21세기 록 뮤지션의 부활로 CMG는 큰 재미를 봤습니다. 인디록의 상징인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를 제작하는가 하면, 벡의 앨범으로 그래미 본상을 타기도 하지요. 잊힌 록 뮤지션을 다시 스타로 만드는 게 스티브 바넷의 주특기였습니다. 밥 딜런의 ‘모던 타임스(Modern Times)’, 폴 매카트니의 ‘이집트 스테이션(Egypt Station)’ 등이 잊혀가던 록 뮤지션을 다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려놓은 좋은 예입니다.
과거 지향적인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CMG의 스타일은 2015년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래미 4대 본상을 CMG가 독점한 겁니다. 벡이 올해의 앨범상을, 샘 스미스가 올해의 신인상,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를 모두 가져갔지요. 앞서 스티브 바넷은 콜롬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에서 슈퍼스타 아델(Adele)을 발굴해 2012년 앨범 ‘21’으로 시장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현재 CMG를 상징하는 힙합 그룹 미고스(Migos)의 ‘워크 잇 토크 잇(Walk It Talk It)’.
2015년 이후 CMG의 과거 지향적 록 음악, 백인 소울 음악은 점차 유행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 자리는 21세기에 세상을 지배하는 힙합이 메웠는데요. CMG는 이미 이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CMG 산하에는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가 있고, 모타운 소속의 슈퍼스타 미고스(Migos)가 힙합 무대에서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케이티 페리(Katy Perry) 등 기존의 팝스타도 여전히 성공하고 있죠.
SM은 이렇게 팝 음악의 현재를 이끌고 있는 CMG, 그 중에서도 캐롤라인(Caroline)이라는 인디 레이블과 계약했습니다. 음악의 유통과 홍보는 CMG에서 맡되, 프로듀싱은 SM이 하는 시스템이죠.
이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세계 최고의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음악 프로듀싱 권한을 다른 곳에 맡기다니요. 그러면서 자신들 최고의 홍보 노하우와 영업력은 그대로 쓰게 해준답니다. 케이팝(K-POP) 아이돌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새롭기 때문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놀라운 성공 덕분에 CMG가 ‘새로운 음악’인 케이팝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케이팝을 제대로 프로듀싱 하려면, 뮤지션뿐만 아니라 프로듀싱 팀까지 함께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CMG는 엔씨티127(NCT 127)과 슈퍼엠뿐만 아니라 이들의 프로듀싱 조직 SM과 함께하겠다고 한 것이죠.
엔씨티127(NCT127)의 ‘하이웨이 투 헤븐(Highway To Heaven)’ 영어 버전. 케이팝임에도 CMG가 ‘팝’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1위까지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팬들의 힘만으로 성공했습니다. 마케팅의 승리입니다. SM의 북미 공략 방식은 전혀 반대입니다. 라디오부터 TV까지, 일반적인 음악 홍보 라인을 모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영업 위주의 전략이지요. NCT의 음악은 벌써 라디오 채널에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년간 미국 빌보드를 지배했던 방탄소년단의 음악도 최근에야 미국 라디오에서 들렸는데 말이죠. CMG라는 초대형 음반 회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SM과 CMG의 새로운 시도는 어떤 결과를 맺게 될까요? 어떻게 되든 케이팝이 북미에 하나의 장르로 점차 자리를 잡는 분기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메인스트림 팝의 한 지분을 얻게 된 케이팝의 현주소, CMG와 SM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사이언스] 별똥별은 알고 있다, 지구 생명 탄생의 비밀
·
'일본산 석탄재 전수조사' 애먼 한국 시멘트만 잡는다?
·
[미국음악일기] 애니·뮤지컬·실사, 영화 '라이온 킹' 음악 비교
·
[미국음악일기] 디즈니가 흑인 인어공주를 선택한 진짜 이유
·
[미국음악일기] 힙합으로 컨트리 '올드함' 깬 '올드 타운 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