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은 최근 2년간 세 종류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번에 하고 있다. KN-23으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 전술 탄도 미사일, 그리고 300mm 대구경 조종방사포(유도 로켓), 거기다가 어제 발사(10일)하고 오늘 처음 그 실체를 공개한 신형 지대지 미사일이다. 왜 세 종류라는 내용이 중요한가. 그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로 일단 목적이 겹치는 세 종류의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하는 국가가 매우 드물며, 두 번째로 한국의 미사일 개발과 완전히 겹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첫 번째, 세 종류의 미사일 실험 과정을 살펴보자. 300mm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사거리는 약 250km, 오늘 처음 공개한 신형 미사일은 400km, KN-23의 경우 600여km다. 문제는 KN-23의 경우 600km가 최대 사거리이지, 최소 사거리로 200여 km 떨어진 표적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처럼 비슷한 종류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많이 개발하는 나라로는 중국을 우선 들 수 있는데, 중국의 경우 미사일 개발이 옛 소련제 장비의 카피 생산, 미국의 개발동향을 참고해 만드는 중국 독자 설계, 그리고 다연장로켓의 개량 설계를 중국 여러 연구소에서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방위산업은 여러 곳에 위치한 로켓과 미사일 공장이 자체적으로 설계를 하고, 그들의 미사일이 인민군에 채택되지 않으면 해외 수출을 노리기 때문에 이런 문어발식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UN 금수조치로 미사일 수출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여러 곳의 미사일 공장의 설계를 유지하고 경쟁을 붙일 만한 상황도 아니다. 북한이 효율적인 군사력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면 미사일의 종류를 대폭 축소하고, 몇 종류의 미사일만 남겨둔 채로 생산을 효율화하고 단가 절감에 집중해야 한다. 상식적으로는.
그렇다면 북한과 동일하게 3종 이상의 지대지 미사일 및 로켓을 만드는 한국의 경우를 보자. 한국의 경우 천무, 천무2, KTSSM, 현무2와 같이 3종 이상의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 중인데, 이는 비용 대비 효과의 효율성 및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의욕적으로 투자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사일사령부의 핵심 전력인 현무2의 경우, A에서 B로, B에서 C로 가면서 사거리가 각각 300km, 500km, 800km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밀도, 요격 회피 성능, 탄두 위력 면에서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각종 최신 기술을 투입하여 대한민국 미사일 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최신 기술이 복잡하게 있는 만큼 가격도 비싸고, 발사차량마저 고도의 방탄성능과 전자기 방어 성능을 가지고 있다.
KTSSM은 현무와 달리 현재 가능한 기술로 비용 절감과 대량생산을 노린 미사일이다. 또한 미사일 기술통제 조약인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을 만족해 수출도 유망하고, 이미 해외 몇 개 국가가 수출상담을 진행 중이다. 대량생산으로 적의 MD(미사일 방어)가 없는 목표를 향해서 공격한다. 이는 우리 육군과 공군의 정찰능력이 향상돼 300km 밖의 표적도 추적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천무2의 경우 북한에 대응되는 미사일이 없는데, 이 미사일의 핵심 목적은 일종의 초장거리 대포병 사격 용도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KN-23이나 이번 신형 미사일 발사대를 타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정리하자면, 북한은 수출도 못하고 미사일을 활용할 정찰능력도 부족하면서, 마치 수출을 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국가와 같이 다양한 미사일을 만드는 비논리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대체 왜 그런 걸까. 이번에 발사된 신형미사일과 KN-23 미사일의 차이점을 보면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미사일 개발전략에 대해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신형 미사일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KN-23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사일의 형체가 더 짧고 뭉툭하다. 거기에 ‘ㅈ108080002’라는 표식이 있는데, KN-23에 ‘ㅈ107120893’이라는 글자가 쓰인 것을 보면 이 미사일이 KN-23보다 나중에 개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KN-23은 이동식 발사대에 노출된 상태로 있다가, 발사차량의 커버가 열리면서 발사하는데, 이번 미사일은 사각형의 발사관(Canister‧캐니스터)에 수납되어 있다가 발사된다. 캐니스터에 미사일을 넣어놨다가 발사할 경우, 캐니스터를 밀봉 상태로 둘 수 있어 미사일의 수명이 길어지고 관리가 편해지는 장점이 있다. 우리 현무2, KTSSM 모두 캐니스터 상태로 미사일을 저장한다. 재장전도 캐니스터 방식이 더욱 편리하다.
반면 캐니스터 방식은 발사할 때 캐니스터가 로켓의 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하고 설계하는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이 신형 미사일은 KN-23이 자랑하는 일명 풀업(pull-up) 기동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굳이 큰 차이가 없는 신형 미사일을 만들고자 하는 것일까. 북한이 한국처럼 수천 발의 미사일을 생산하는데, KN-23이 비싸니 중저가 미사일을 새로 만들 가능성은 사실 낮다. 미사일의 생산 비용만큼 개발 비용도 크기 때문에 웬만큼 많이 생산하지 않을 것이면 불필요하다.
한 가지 유력한 추정은 북한의 미사일들이 외국 기술을 대량으로 수입해 만든 것이거나, 혹은 외국제 미사일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신형 미사일의 크기와 사거리, 그리고 캐니스터 크기는 중국의 최신형 수출형 지대지 미사일인 ‘파이어 드래곤(Fire Dragon) 480’과 ‘킹 드래곤(King Dragon) 300’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 미사일은 킹 드래곤 300의 크기를 키워 파이어 드래곤 480 미사일처럼 변형한 것에 가깝다. 중국의 도움이나 기술이전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만약 중국 등 해외 기술이전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했다면 북한은 일정 수량의 신형 미사일을 몰래 들여올 수 있거나, 혹은 그럴 수 있다고 과장하기 위해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일단 미사일 발사차량부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한된 예산 속에서 이렇게 비효율적인 백화점식 미사일 개발은 그들의 실체가 허약할 수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실제 생산기반이 없어 수입품, 혹은 기술도입품을 국산이라고 과장하고, 실제 미사일 생산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과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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