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직원들에게 한일관계와 관련한 막말 영상 시청을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윤동한 회장은 지난 6일과 7일 직원 700여 명이 참석한 월례조회에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설명하며 한 유튜버의 영상을 상영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대응을 비난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 영상에는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과 같은 여성비하 발언도 포함돼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윤동한 회장은 세금을 내지 않아 집행유예 기간에 해당하는 터라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8월 윤 회장은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36억 7900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콜마에서 만든 제품의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9일 오후 3시 기준 한국콜마의 주가는 전날보다 4.88%(2450원) 하락한 4만 7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 타 기업과 네트워킹 사업 핵심…신뢰관계 깨질 위기
한국콜마는 윤동한 회장이 창업해 지금까지 일궈온 기업이다. 윤 회장은 지난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1974년부터 대웅제약에 재직하며 부사장까지 오른 윤 회장은 대웅제약을 나와 한국콜마를 세웠다. 이후 2012년 말 한국콜마는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돼 화장품 및 의약품 제조 부문은 신설된 한국콜마가, 투자 사업은 상호를 바꾸고 지주회사로 남은 한국콜마홀딩스가 담당하게 됐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을 생산해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에 납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 업체다. 동시에 주요 전문의약품 혹은 일반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실험, 허가권 취득, 생산 등을 담당하는 CMO 업체이기도 하다.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가 주를 이루는 만큼 타 기업과의 ‘네트워킹’이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윤 회장 역시 이러한 부분에 주력해왔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 본인이 자초한 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콜마 불매운동’에 불이 붙은 상황. 타 기업과의 신뢰 관계에도 일정 정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콜마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나 제약사의 ‘알맹이’를 만드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콜마가 만든 제품이 무엇인지 목록을 정리해 열심히 공유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현재 600여 개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와 함께 세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업계 1위 자리를 다툴 정도로 수많은 화장품업체의 제품에 한국콜마의 원료가 사용된다. 주요 거래처로는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애터미, 카버코리아, 지피클럽 등이 있다. 마스크팩 브랜드로 유명한 제이준코스메틱도 한국콜마의 주요 고객이다. 아울러 한국콜마는 현재 국내 자외선 차단 제품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콜마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제약사의 고충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콜마에 의약품 위탁생산을 맡긴 대표적인 제약사로는 한미약품, 삼아제약, 유한양행, 광동제약 등이다. 지난 5월 분기 보고서에서 한국콜마는 국내 CMO 업체 중 생산 가능 제형 수와 보유한 허가권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콜마는 지난 4월 CJ제일제당으로부터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며 제약 부분에서 몸집을 부풀렸다. CJ헬스케어는 숙취해소음료 ‘컨디션’과 ‘헛개수’ 로 유명하다.
# 족벌경영, 일본합작 기업도 ‘논란’…회사, 대국민 사과
윤 회장은 지난해 8월 저서 ‘기업가 문익점’을 출간하며 ‘좋은 기업인’의 이미지를 심으려 노력했다. 윤 회장은 화장품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킨 공을 인정받아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회장은 “경제력, 인품, 지식을 갖춘 소호카들이 일본 사회를 이끌었던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호카는 일본에서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지방에 살던 덕망 높은 부자’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과 달리 정작 본인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를 빌미로 윤 회장이 기업을 이끌어온 방식까지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콜마는 재벌가에서 대표적인 ‘족벌경영’ 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윤 회장의 장남인 윤상현 대표는 ‘과다 겸직’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3월 기준 윤 대표는 한국콜마 대표이사, CJ헬스케어 대표이사, 한국콜마홀딩스 이사 등 15개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 중이다. 윤 회장의 미성년 손자인 윤동희 군(16)은 현재 2178주(9일 종가 기준 1억 4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가 1990년 1월 일본의 화장품 전문회사인 일본콜마와 합작을 통해 설립된 기업이라는 점까지 재조명되며 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일본인 네 명이 한국콜마의 등기임원직을 맡아 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영상 속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본 대응을 비난하면서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국콜마는 9일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되어서는 안 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현 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윤동한 회장은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우리 문화유산인 수월관음도를 25억 원에 구입해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적이 있다”며 윤 회장의 업적을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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