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후쿠시마현 방사능 문제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가세하며 소비자의 일본산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부쩍 높아졌다. 특히 지난 6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성 오염수 100톤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일부 소비자는 원산지 표기를 꼼꼼히 확인하며 일본산 제품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 포장의 원산지 표기만으로는 모든 원료의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어 불만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 일본 식품 수입 4만 건, 주요 식품업체 일본산 원료 사용
최근 CJ제일제당의 햇반에 일본산 미강추출물이 사용된 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햇반의 원재료 및 함량 표기에는 ‘멥쌀 99.9%(배합수제외, 국산), 쌀미강추출물’이 표기돼 있는데 쌀미강추출물은 일본산이란 표기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CJ제일제당이 수입하는 미강추출물의 원산지가 후쿠시마라는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미강추출물이 햇반에 들어가는 양은 0.1% 미만의 극소량이며 후쿠시마와 800km 이상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생산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햇반 논란 후 소비자의 먹거리 공포는 더욱 커졌다. 자주 먹고 마시는 식품에 일본산 원료가 사용됐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비즈한국’이 확인한 결과 실제 국내 주요 식품업체의 가공제품 상당수에 일본산 원료가 사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 8월 6일까지 일본에서 수입한 식품 관련 제품은 4만 1632건에 달한다. 빙그레, 남양유업, 농협목우촌, 동서 등은 일본산 원재료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빙그레는 일본 모리시타 진탄 시가공장에서 제조한 ‘프로텍트 캡슐’을 수입 중이다. 프로텍트 캡슐은 빙그레의 대표 발효유인 ‘요플레 닥터캡슐’에 사용된다. 요플레 닥터캡슐에는 프로텍스캡슐이 288mg 사용된다고 나와 있지만 원산지 표기는 빠져 있다. 빙그레는 지난해 닥터캡슐을 리뉴얼하며 2중캡슐 양을 기존 제품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한 병에 유산균 캡슐이 150개 이상 들어간다.
빙그레 관계자는 “닥터캡슐에 사용되는 프로텍트 캡슐은 유산균이기 때문에 원산지 표기 원칙이 없어 법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은 없다”라며 “다만 일본산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현재 국내에서 찾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정제어유 NDA-12를 수입해 분유에 사용한다. 남양유업은 “일부 분유 제품에 일본산 정제어유를 사용했다”면서 “9월부터 제조되는 제품부터 국산 원료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일본산 정제어유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농협목우촌은 소시지 제품에 사용하는 ‘콜라겐 소시지 케이싱’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소시지 케이싱은 소시지의 겉면을 싸는 얇은 막으로 케이싱 안에 분쇄된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육류를 채워 소시지를 제조한다. 농협목우촌은 7월 18일까지 일본에서 제조된 콜라겐 소시지 케이싱을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목우촌 관계자는 “소시지 제품 중 일부에 일본산 콜라겐 소시지 케이싱을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제품 개수는 밝히기 어렵다. 콜라겐 소시지 케이싱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보통 유럽산 또는 일본산을 사용하는데, 농협목우촌도 두 곳의 제품을 모두 수입하고 있다”며 “소시지 케이싱의 경우 원재료 표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았다. 현재 일본산을 유럽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라고 설명했다.
# 원산지 표기 강화, 식품업계 반발 등으로 개선 어려워
원료를 수입했으나 국내 유통 제품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동서는 ‘크루드 콘 오일’을 5월부터 7월까지 7차례 일본에서 수입했다. 이 원료는 식용유 제조에 쓰인다. 하지만 일본산 크루드 콘 오일이 들어간 식용유 제품은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서 관계자는 “크루드 콘 오일을 사용한 식용유 제품은 중동과 동남아 수출용이다. 원래 브라질산을 사용했는데 가격 등의 문제로 5월부터 7월까지 한시적으로 일본 제품을 수입했다”며 “일본과의 관계 문제 등도 있기 때문에 추후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크라상은 바닐라향 20, 토쿠-타카라가사 등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수입한 원료는 ‘패션5’ 매장에서만 사용했으며 현재는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패션5 매장은 실험적 메뉴가 많다보니 해외의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본다. 일본의 제과제빵 기술이 선진화되다보니 일시적으로 수입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그라운드 블랙 티를 일본에서 수입했다. 그라운드 블랙 티는 올해 초 스타벅스가 뉴이어 프로모션으로 선보인 ‘바닐라 블랙 티 라떼’에 사용됐다. 현재는 프로모션 기간이 종료돼 판매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바닐라 블랙 티 라떼 제조에 그라운드 블랙 티를 사용했으나 6월 30일 단종된 메뉴로 판매하지 않는다. 현재 스타벅스 메뉴 중에는 일본산 재료를 사용하는 메뉴는 없으며,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공품의 경우 3순위 원료의 원산지를 기입하는 게 원칙이다. 즉 제품에 들어간 양이 많은 3가지 원료만 원산지를 표기하면 된다. 또 1순위 원료가 98% 이상을 차지할 경우에는 1순위만 표기해도 된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이 소량 사용한 미강추출물에 원산지 표기 의무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원산지 표기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원산지 표기 강화에 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식품업계는 과도한 지적이라며 불편해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적어도 GMO(유전자 변형) 식품이나 일본산 등은 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를 모두 표기하는 게 어렵다면 원하는 소비자에 한해 개별 확인이 가능하도록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대안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공품의 경우 원료의 원산지가 바뀌는 경우가 자주 있다. 전 성분을 모두 표기해야 할 경우 포장재를 자주 바꿔야 한다는 등 식품업계 의견이 있어 표기 방식 변경이 쉽지 않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원산지 표기 방식에 대한 부분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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