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중,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미,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미·중 무역전쟁이 확대일로를 걸으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금과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현지시각 8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온스당 2.4%(35.4달러) 오른 1519.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150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금과 함께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가격 역시 급등(금리 하락)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8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72%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7%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 10월 이래 처음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기상황을 우려해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것처럼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만약을 대비해 금과 미국 국채를 사놓는다. 금과 미국 국채는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요즘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상황에서 버팀목이 된다. 최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 수출 금지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제외 결정에 따른 갈등 확대로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보유량에 시선이 쏠린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금, 미국 국채 보유 수준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크게 밀린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일본은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중 안전자산인 금을 765.2t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금 보유량은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많다. 일본보다 많은 국가는 미국(8133.5t), 독일(3366.8t), 이탈리아(2451.8t), 프랑스(2436.1t), 러시아(2207.0t), 중국(1926.5t), 스위스(1040.0t) 등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일본의 7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 세계 34위 수준이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 3%인 데 반해 한국은 1%다.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에서 가치가 오르는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편이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2010년까지 10t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금 보유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에 한은이 2011년부터 금을 매수하기 시작해서 2013년 6월 말 현재 수준까지 늘렸다. 하지만 그 뒤 6년째 금을 전혀 사들이지 않았다. 각종 악재에 개발도상국들이 최근 금 보유량을 급격히 늘린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세계금위원회의 ‘2019년 2분기 금 매수 흐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량은 올 2분기 224.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올 상반기 금 매수량은 1년 전에 비해 57%나 급증한 374.1t으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폴란드가 올 상반기에 100t, 러시아는 94t, 중국은 74t, 터키는 60.6t, 카자흐스탄은 24.9t, 인도는 17.7t의 금을 사들였다. 이 국가들은 모두 우리나라보다 금 보유량이 많은데도 올 상반기에 금 보유량을 더 늘렸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 등 경제 악재에 대비해 안전자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과 함께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보유 규모도 일본에 뒤진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5월 말 우리나라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172억 8200만 달러다. 이는 전 세계가 보유한 미국 국채 6조 5391억 2900만 달러의 1.8%에 불과하다. 대만(1720억 4400만 달러·2.6%)은 물론 싱가포르(1503억 6200만 달러·2.3%)보다 적다.
반면 일본이 가진 미국 국채는 1조 1009억 7700만 달러로 전 세계 보유액의 16.8%다.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 1101억7400만 달러로 전 세계 보유액의 17.0%에 달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안전자산인 금이나 미 국채 보유가 일본보다 적어서 일본과 장기전으로 갈 때 자칫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신뢰도를 낮게 볼 수 있다”며 “향후 금이나 미국 국채 등의 가격이 떨어질 때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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