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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상품만 좋으면 팔린다'는 환상을 버려라

좋은 상품 만들면 소비자가 알아준다? 정보 차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알리고 구매 설득해야

2019.08.07(Wed) 19:29:02

[비즈한국] ‘좋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다.’

 

가끔씩 이런 환상을 가진 사업주들을 볼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소비자들도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생산자를 선호하고 선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실물 경제와 시장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환상 중 하나다. 시장은 장기적으로 최적의 균형을 달성하나, 단기적으로는 최적의 균형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업주들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가정과 차이가 크다. 백화점 내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예를 들어 경제학에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통해 각각 최적의 결정을 내린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합리적 기대’​라고 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사용 가능한 정보를 모두 활용해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다’라는 믿음도 마찬가지다. 이 가정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모두 활용해 상품의 내재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해 구매를 결정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와 시장, 소비자는 이러한 가정 속 존재와 차이가 크다.

 

우선 시장의 모든 주체가 자신이 가진 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은 분명 올바른 가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어떤 때는 매우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인다. 시장 또한 이 가정 속의 완전경쟁시장과 거리가 멀다.

 

각 주체가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서로 다르다는 현실적 문제도 존재한다. 이 경우 각 주체마다 가지고 있는 정보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런 정보의 차이는 시장에서 매우 일반적이다. 상품을 구매할 때 우리는 과연 그 상품의 질적 수준을 제대로 알고 구매를 하는가? 실제로 우리는 물건을 구입할 때 정보 부족으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농수축산물의 경우 신선하고 질 좋은 상품이 무엇인지를 모르면 구매 과정에서부터 곤란을 겪는다. 와인의 경우에도 뭘 사야 할지 몰라 직원이 어떤 와인을 찾냐고 물어볼 때마다 난감하지는 않는가? 때로는 판매자가 자신을 속이지 않을까 걱정한다.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것은 그런 속임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믿음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고를 때 잘못된 상품을 고를까 혹은 상대방이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닐까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가 가진 정보가 비대칭 상황이란 것을 잘 보여준다. 만약 자신이 상품의 품질을 판단할 정보와 지식이 충분하다면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경제학에서도 이러한 개념을 ‘​레몬시장(중고차 시장)’​을 통해 설명한다.

 

시장과 소비자의 제한적 합리성은 정보가 부족해서, 또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인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품만 좋으면 소비자가 알아서 몰려들 것이란 믿음은 환상에 가까운 것이다.

 

세일즈와 교육의 중요성이 바로 거기 있다. 세일즈는 단순히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의 유용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리고 설득해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이다. 소비자 교육 또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넓힌다는 점에서 세일즈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데도 힘쓰지만,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장의 공룡기업들은 이 점에서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다.

 

만약 여전히 ‘좋은 상품’에 대한 신화에 빠져 있다면 다시금 그 생각을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가진 정보는 판매자와 동일하지 않으며, 소비자마다 정보량이 다르고, 같은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판단을 달리한다. 그렇기에 소비자에 대한 설득이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기는 어렵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도 그 상품을 인식하고 주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체들은 그렇게 되기도 전에 사업을 접고 만다. 언제 올지 모를 그 ‘​장기’​를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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