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본 경제보복의 해법이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연일 재계를 대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 협의회에 재계 대표로 참석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평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부가 거리를 두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대신해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에 경제계 대표로 참석한 박용만 회장은 “일본 기술을 따라가려면 반세기가 걸린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고집하기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앞당기자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박용만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요구한 ‘초당적 협력’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석·보좌관 회의 이틀 후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의견차, 입장차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서로 비난하거나 갑론을박할 게 아니라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라고 말하며 재계의 역할을 주문했다.
# 문재인 정부와 소통 활발한 모습 보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955년에 태어나 서울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거쳐 2012년 두산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의 주력 업종을 중공업으로 바꾸는 작업을 주도해 기업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회장의 주도로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 인프라 업체를 인수하고 OB맥주·버거킹·코카콜라·KFC 등 주력 소비재 사업을 매각하며 전반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이뤄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무리한 구조조정과 박용오 회장의 자살로 마무리된 ‘형제의 난’ 등으로 박 회장은 재직 4년 만에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 뒤로 두산그룹의 4세 경영이 시작돼, 박용만 회장 조카인 박정원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용만 회장은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2013년부터 3년째 연임하고 있다.
한편 박용만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소통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거나 정부, 여권 인사들과 자주 만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재인 정부가 재계와의 소통 창구로 기존 전경련 대신 대한상공회의소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와 경제계 간의 ‘핫라인’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이 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 두산인프라코어는 지금 새로운 시장 발굴 시급
두산인프라코어의 과도한 중국 시장 의존도는 여전히 고민으로 남아 있다. 올해 2분기부터 중국시장 성장이 축소될 조짐이 나타나며 내부에서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소형 굴삭기 중심인 자회사 두산밥캣을 제외하면 큰 비중을 중국 단일시장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경기둔화에 맞물려 2분기 중국 시장 역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건설기계 부문 매출액(8690억 원)이 8.6% 하락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시장 다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 등 선진시장 판매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만 회장은 기업 규제 법안 개혁과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재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2018년 3월 3번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규제 완화 촉구를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국회를 찾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속 입법 과제’를 5당 원내대표들에게 전달했으며, 지난 7월 15일에는 ‘공유주방’에 대한 규제가 풀린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이번 규제 완화가 다른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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