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기 신도시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으로 ‘전동 킥보드’가 떠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대중교통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도시 내 이동수단으로 세그웨이, 전동 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용 이동 수단을 활용한다는 의도다.
LH는 승용차 이용 절감,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를 구상했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보험이나 안전 문제 등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스마트 모빌리티, 교통 대책 될 수 있나
3기 신도시에 스마트 모빌리티가 도입되면 주민들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전동 킥보드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신도시 조성 시 가장 문제 되는 게 교통시설의 확충인데, 스마트 모빌리티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정책이다. LH 관계자는 “현재 연구 용역 발주를 준비 중이지만 3기 신도시에 스마트 모빌리티가 도입되는 건 맞다. 3기 신도시 도시 계획에 여러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볼 예정인데 그 중 하나”라며 “스마트 모빌리티는 3기 신도시 입주 즈음 시행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그간 끊임없이 안전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전동 킥보드의 경우 사고율이 증가 추세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전동 킥보드 교통사고 실태 및 예방대책’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가 총 488건으로 집계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기 신도시에 스마트 모빌리티가 도입된다고 해서 교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서울도 교통 문제가 심각하지만 개별 지역구 내 이동에는 문제가 없다. 3기 신도시 교통 문제의 핵심은 서울로 이동하는 광역 교통망이다. 이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며 “시민들이 단시간 내 대량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 등의 확충이 중요하다. 비용 문제 등으로 저렴한 트램이나 스마트 모빌리티 등을 구상하는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트램과 자동차의 교통사고도 종종 일어나는 만큼 안전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LH는 보험이나 안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연구 용역을 통해 검토할 예정이다. 보험의 경우 LH가 단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해 정부 규제도 있는 터라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경우 건의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며 “모든 걸 처음부터 준비하고 시작할 수는 없지 않나. 차근차근 개선될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가 도시 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보행자와 이용자를 위한 안전 구축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면서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확대되는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안전은 뒷전
교통 대책으로 스마트 모빌리티가 떠오르고,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 역시 확대 중이지만 안전 규제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전동 킥보드는 현행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배기량 50cc 미만의 스쿠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때문에 도로, 이면 도로를 이용해야 하지만 상당수의 이용자가 보도나 자전거 도로로 주행한다.
헬멧 착용 소홀도 지적된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전동 킥보드 사고의 87.4%가 운전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헬멧 미착용 문제는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가 늘어나면서 심각해졌다.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전동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헬멧은 개인이 따로 지참해야 하다 보니 헬멧 없이 주행하는 이용자가 늘었다. 이에 대한 단속은 뒷전이다.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헬멧 대여 서비스 등을 고민하지만 쉽지 않다. 공유 모빌리티 ‘고고씽’ 서비스를 운영 중인 매스아시아는 지난 7월부터 일부 고객에게 헬멧을 장기 대여하는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구독 방식으로 1년간 대여해준다.
진민수 매스아시아 이사는 “헬멧의 장기 대여 서비스를 통해 전동 킥보드 이용자에게 헬멧 쓰는 문화를 전파하고자 한다”며 “중간에 거치 지점을 두고 단기 대여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분실 문제, 남이 착용하던 헬멧을 꺼리는 문제 등이 과제로 남았다. 헬멧 대여에 대한 고민이 오랫동안 있었지만 단기 고객에게 대여하는 건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 중인 반면 법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만 3개지만 통과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의 규제 샌드박스 의결에 따른 특례조치로 자전거 도로 주행이 가능한 지역도 생겼지만, 아직은 경기 화성 동탄역과 시흥 정왕역 인근 일부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 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의 법적 테두리에서는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스마트 모빌리티 관련된 법안의 모호함이 오히려 사고율을 높인다”며 “보행자 및 이용자 모두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안이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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