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저주받은 세대’라는 밀레니얼만큼 힘든 세대가 있다. 바로 5060세대다. 이들은 성인 자녀를 뒷바라지하면서 노부모까지 모셔야 하는 ‘더블케어’에 시달린다. 5060세대가 처한 사정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노부모를 가족이 아닌 사회에서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면서 5060세대 사이에서는 ‘부모님을 어느 요양원에 모셔야 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요양원을 선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6월에는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홀로 방치된 치매 노인이 추락해 숨졌고, 지난 4월에는 경북 고령의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노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연 어떻게 ‘좋은 요양원’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인터넷 광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발품을 팔며 모든 요양원을 둘러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난 1월에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앱) ‘케어닥’은 이러한 5060세대의 니즈를 충족해주기 위해 탄생했다. 케어닥은 전국 2만 개 요양 시설의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노인요양시설 정보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에게 각 요양 시설의 정부 평가등급부터 가격정보, 근로 인력 등 26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다. ‘비즈한국’이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앱을 기획한 박재병 케어닥 대표(30)를 만났다.
케어닥은 출시 7개월 만에 ‘2019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 이달의 우수 모바일 서비스’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앱의 별점은 5점 만점에 4.9점, 다운로드 수는 1만 회를 넘어섰다. 지난 6월부터 도입한 직원들이 직접 요양원을 돌아다니며 실태를 점검하는 ‘착한 실사’ 서비스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와 지인, 그리고 지인의 친구까지 셋뿐이었던 회사는 현재 직원이 10명으로 늘어났다.
5060세대에게 ‘부모님을 모실 만한 괜찮은 요양원 정보’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묻자, 박 대표는 이전부터 ‘노인 돌봄’과 관련한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수년 동안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수발하는 걸 지켜보면서 ‘왜 굳이 할머니를 어머니가 돌봐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힘들고, 할머니는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양원에서의 돌봄 영역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존에 요양 시설 중개 플랫폼이 세 개 정도 있었지만 모두 요양 시설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구조여서 정보가 왜곡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정직하고 검증된 데이터만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을 실제로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는 중·장년층이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 대표에게는 특이한 이력도 있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26세에 ‘노숙자부터 대통령까지 만나는 세계 일주’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꿈과 인생을 공유할 테니 돈을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목표 금액인 300만 원의 154%인 460만 원이 모일 정도로 박 대표의 프로젝트는 큰 인기를 끌었다.
박 대표는 이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의 노인이 좋은 노후를 보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강해졌다고 얘기한다. 그는 “3년간 여행을 하며 우루과이 대통령도 만났고 오바마 대통령과 만날 뻔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외국의 노인들이 비교적 활동적으로 산다는 것이다”며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주 정적으로 살며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게 다가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케어닥이 탄생하게 됐다. ‘안심하고 늙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박 대표의 소망이 깃든 앱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데 요구하는 돈은 없고 앞으로도 정보는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수익은 주로 요양산업에 있는 업체와의 제휴 사업을 통해 거둬들일 계획이다. 가령 요양 카트, 안전 손잡이 등 복지 용품을 제작하는 업체와 제휴를 맺어, 그들의 제품을 케어닥에 광고하고 케어닥은 그 광고비용을 받는 식이다. 최근 한 장례업체와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용자들에게 요양기관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으려 한다. 올해 중 장기요양보험을 못 받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간병인 매칭 서비스도 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보다 10년 빠른 일본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코리빙(co-living)이나 셰어리빙(share-living) 사업이 커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앞으로 이런 부분이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 생각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간병인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자기계발서를 쓰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그 책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을까. 그는 “이전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생물학자에게 물고기가 어항의 크기에 비례해서 성장한다는 ‘코이의 법칙’을 좋아한다고 말하니 그분이 맹점을 짚어준 적이 있다. 물고기는 어항이 아니라 먹이를 얼마나 먹는지에 따라 성장하니 꿈의 크기를 따지지 말고 노력에 더 힘을 쏟으라는 것이었다”며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노력이 절대 배신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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