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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운명의 날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불러올 경제 후폭풍은?

일본에서 수입 89.5%가 설비·부품…글로벌 금융사들 "한국 하방리스크 확대 가능성"

2019.08.01(Thu) 14:12:31

[비즈한국] 일본은 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재로 각의(閣議·국무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각의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내 분위기로는 개정안 의결이 예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 협상 시간을 갖기 위한 일종의 휴전 선언인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서명하는 방안을 촉구했지만, 일본은 이에 대해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안 의결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미국의 중재에도 일본이 안을 확정할 경우 한국은 2004년 이후 15년 만에, 그리고 화이트 리스트 27개 국가 중 유일하게 제외되는 국가가 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전(현지시각)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대량살상무기(WMD) 통제와 관련된 핵공급그룹(NS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가지 다자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화이트 리스트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등 27개국이다. 우리나라도 4가지 조약에 모두 가입한 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됐다.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되면 일본 제품을 수입할 때 1번 허가로 3년간 심사가 면제되는 우대 조치를 받게 된다.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첨단소재·전자·통신·센서·항법장치 등 전략물자는 물론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1100여 개 품목을 일본에서 수입할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수입 물품을 민간용으로만 쓴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제출해야 한다. 개별 허가를 받는 데는 평균 90일이 걸린다. 7월 4일 수출규제가 적용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수출허가를 받지 못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전 세계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90%, 에칭가스는 70%나 된다.

 

한일 무역 구조상 일본이 군사 전용 우려 품목 수출 규제에 들어가면 한국 경제가 입는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자본재(산업설비)와 중간재(부품)는 일본으로부터의 전체 수입에서 89.5%를 차지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자본재·중간재 수입 비중이 62.6%임을 감안하면 일본에 대한 설비 및 부품 의존도가 크게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계 분야와 화학 분야는 한국이 일본에 절대 열위인 상태이며, 전기·전자 분야와 금속 분야는 열위에 놓여 있다. 정부와 여권 일각에서 국내 제품 개발을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화이트 리스트 제외가 결정되면 한국 경제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수출, 제조업 생산, 투자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쳐 2020년 경제성장률에 하방 리크스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연구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결정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한국은 수출규제 품목 대안을 찾기도, 생산 기한을 지키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도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

 

다만 화이트 리스트 제외 결정 후 사태가 장기화되면 한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도 손실이 불가피하고, 글로벌 전자통신정보(ICT) 공급망 혼란으로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개입 가능성이 있어 일본이 추후 재검토에 나설 수도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일본 제재 장기화 시 한국 기업의 신규 공급원 확보 등으로 일본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계 IB(투자은행) 노무라는 “수출 규제 장기화 시 글로벌 ICT 공급망에 지장을 주면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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