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유숙박업체 ‘다자요’는 농어촌의 빈집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스타트업이다. 농어촌 빈집을 무상으로 리모델링 해주고 이를 다시 집주인에게 10년간 무상 임대해 운영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늘 해당 집에 거주해야 한다는 농어촌민박업 허가 요건에 따라 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는 다자요의 숙박형태가 불법으로 몰렸다. 다자요는 얼마 전까지도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받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이었다.
# 중개 플랫폼인 에이비앤비와는 달라
다자요는 농어촌의 빈집을 활용하고 도시재생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정부는 물론 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받으며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길을 걸었다. 기존의 헌집을 리모델링 하되 지역의 정서와 문화, 옛집의 정취를 최대한 살리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집주인에게는 집의 가치를 올려준다는 점에서 환영받았다.
공유숙박의 개념에서 한국판 에어비앤비로 불리기도 했지만 형태는 좀 다르다. 에어비앤비가 집주인과 숙박객을 연결만 해주는 중개 플랫폼이라면, 다자요는 리모델링과 운영까지 도맡는다.
한 채에 1억 원 가까이 드는 리모델링 비용을 집주인에게 받지 않는 대신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10년 동안 숙박료를 받아간다. 중개 수수료로 리모델링비를 상쇄한다는 것. 명목상으로는 중개 플랫폼이지만 일반적으로 중개 플랫폼이 숙박료의 10~20%의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자요는 숙박 위탁업체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내려진 시정권고 역시 사실상 다자요를 숙박 중개 플랫폼이 아닌 위탁운영사로 봤기 때문이다.
또 다자요의 숙박시설은 다시 에어비앤비나 부킹닷컴에 올려 예약을 받는 형태라서 전형적인 숙박 중개 플랫폼이라 하기도 어렵다. 도시재생사업이나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정도로 보는 편이 적합해 보인다.
그런 이유로 다자요는 3~4년간 꾸준히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협력과 지원을 받았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투자를 받고, 문체부 관광 중소기업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금상 수상을 비롯해 국토부와 중기부, 부산시 등에 우수 성공사례로 선정,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사업으로도 선정됐다. 정부에서 주는 혁신상이나 지원금을 받을 때 다자요의 비즈니스모델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는지 아무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각종 정부의 상과 지원을 받은 다자요는 그 신뢰를 기반으로 크라우드 펀딩도 받았다. 투자자에게 3%의 이자를 줘야 하는 와디즈의 채권형 펀드로 약 2억 원, 다자요의 주주가 되는 주식형 펀드로 3억 원을 투자받았다. 대부분 소액 투자자들이다. 현재 다자요의 숙소는 일반인을 제외한 투자자와 주주들의 숙박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이번에 처음으로 들어온 한 건의 민원 때문에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다.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작년부터 규제 관련 논의는 계속 해오고 있었지만 중개 플랫폼의 형태로 기준을 충족해왔기 때문에 사업에 크게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법률에 위배된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고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조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법률 검토를 꼼꼼히 한 후 가을께 다시 정상적으로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숙박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법령에 위배된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건축법, 숙박허가 관련, 세금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많은데 개인이 아닌 법인이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하려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애초에 숙박업이나 호스텔 등으로 허가받는 방법을 고려했어야 했다”면서 “각종 지원과 투자를 받은 상황인데 단순히 ‘몰랐다’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 규모 작고 기준 맞추기 어려워 숙박업 등록 힘들어
다자요 측은 마을의 빈집 활용 모델인 만큼 규모면에서 숙박업으로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숙박업의 위생기준이나 안전기준에 맞추려면 옛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단순한 숙박업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리모델링한 빈집을 숙박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법도 현재로선 없다.
다자요가 보유한 공유숙박 공간은 아직은 제주도에 있는 4채뿐이다. 1억 원가량의 리모델링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그 대신 10년간 무상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이다보니 쉽게 속도가 붙지 않는 면도 있다.
다자요 측은 법률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연세 많은 시골 어르신들은 디지털에 약하다. 누군가 예약관리를 해줄 수밖에 없다. 청소 역시 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주인이 365일 꼭 거주하면서 직접 예약 관리를 하고 청소도 직접 해야 농어촌민박업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인가. 운영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다. 전국의 독채민박에 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곳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365일 주인의 거주를 요건으로 하는 농어촌민박업의 규제에 걸리는 것은 중개인이나 위탁업체가 아닌 집의 소유주다. 농어촌민박의 허가를 받고 농어촌민박업 신고를 하는 것은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다자요는 시설정비와 중개, 마케팅을 대행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 중개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규제를 비켜가는 이유다. 하지만 다자요는 서류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실상 위탁운영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이와는 또 다른 경우다.
국내 굴지의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관련 법령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는 이유만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한 정부의 잘못도 있다. 정부의 지원사업이 공무원들의 단기적 성과를 위한 ‘눈먼 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스타트업들은 많은 경우 1~3인으로 구성되고 비전문가도 많아 자금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면밀한 사업적 자문이다”고 진단하며 “다자요는 도시재생, 농어촌 살리기 등 정부와 지자체의 입맛에 딱 맞는 아이템이다. VC의 투자가 늘 더 깐깐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명분에 좌우되지는 않는다”며 보여주기식 정부지원의 이면을 꼬집었다.
# 규제 완화만 정답은 아냐, 새 법령 만들어야
스타트업 관계자는 “2016년쯤부터 공유숙박의 법률적 문제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법적인 근거들이 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같은 거대 외국계 플랫폼 외에 소규모 국내 스타트업들이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치고 나가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간공유 스타트업 대표는 “민감한 문제다. 기존 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타다’ 와 비슷한 경우 아닌가. 기존에 택시운송업자가 있었고 운송사업에 진입하는 데 적잖은 벽이 있었는데 한순간에 타다가 리스한 자동차를 이용해 운송사업에 들어와 버렸다”며 “한편으론 기존사업자로서는 사업권 침해지만 소비자로서는 좀 더 편리해진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누구의 손을 함부로 들어줄 수 없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될 일만도 아니다. 새로운 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타다와는 규모는 물론 경우가 다르다. 농촌의 작은 집을 리모델링해서 중개하는 사업이 기존의 숙박시장을 위협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제주의 숙박시장을 위협하는 건 차라리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자본과 그로 인한 숙박업 난립”이라고 항변했다.
공유경제 아이템으로 정부 지원을 적잖이 받은 앞서의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는 아직 공유경제나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창업과 4차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기조로 움직이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사업자들과 신생 업체들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눈치다. 법령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면이 많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도 이해관계 때문에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자요는 예약사업의 관점보다는 도시재생과 여행의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지난해 6월 ‘신민박법’을 만들어 일반인의 숙박 규제를 완화하며 공유숙박업의 활성화에 적극 나선 상황이고,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국내 이용객이 290만 명에 달했다”며 관련 법령으로 국내 숙박 공유 산업에 여러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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