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CEO] 임원 직급도 폐지, 최태원 SK 회장 잇단 혁신 뒤에는…

[비즈한국] SK그룹이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임원 직급을 폐지하기로 했다. SK그룹은 8월 1일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부사장·전무·​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하나로 통합한다. 호칭도 직급이 아닌 직책을 사용하게 된다. 직책이 있는 임원은 해당 직책이 호칭이 되고, 직책이 없는 임원은 부사장으로 일원화된다.

이번 임원제도 혁신은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내세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2016년 그룹 확대회의에서 “변하지 않는 기업은 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후 SK그룹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왔다. 

올해 초 SK그룹은 최고경영자를 제외한 임원의 전담 운전기사를 폐지했으며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월 2회 주 4일 근무를 시범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단계적으로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수시채용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기업 문화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심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최태원 SK회장은 1998년 아버지 고(故) 최종현 회장의 뒤를 이어 38세의 나이로 SK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이 2011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야심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후, SK그룹은 국내 자산순위 3위 대기업집단(2019년 기준)으로 성장했다. 

# ‘사회적 가치 창출’ 중시하는 최태원 회장 행보

최태원 회장은 평소 ‘조직문화 혁신’만큼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한다고 알려졌다. 올해 신년사에서 최 회장은 ‘더블보텀라인(DBL)’ 형태로 사회적 가치성과를 측정해 계열사 경영상황을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DBL은 경영성과가 표시된 재무제표에 사회적 가치를 통한 수익을 추가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최 회장은 수감 중이던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 책에서 ‘영리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면 후인 2015년부터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의 배경에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 이사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5월 28일 개최된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서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셜 밸류 커넥트는 최태원 회장 제안으로 열린 사회적 가치 민간행사다. 이 자리에 김희영 이사장이 얼굴을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내부 변화에 직원들 “환영하나 실효성은 글쎄”

SK그룹의 조직문화 혁신 방안에 대해 SK 내부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SK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한 팀장은 “변화의 효과가 어떻게 날지 아직은 반신반의”라며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에는 긍정적이나, 조직 규모가 줄거나 대외 활동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SK 계열사에서 일하는 또 다른 직원은 “일선에서도 호칭을 통일하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지만 경력에 따른 위치, 책임, 업무의 레벨이 달라서 상하가 나뉠 수밖에 없다”며 “마찬가지로 임원제도를 바꿔도 암묵적 상하관계는 존재할 거라고 본다. 실제 변화를 끌어내기까지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핫클릭]

· 광주 붕괴 클럽, 서구청이 지난해 10월 '위반건축물' 등재했지만…
· 현대차 이어 SK마저…대기업 수시채용 확산에 취업시장 술렁
· 우후죽순 늘어난 '바닥 조명 광고' 불법성 팩트 체크
· [핫CEO] '출산 SNS' 색다른 행보,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
· [단독]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 100억대 자택 '김수환 재단'에 기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