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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기계식 시계, 슈퍼카…실용성 없는 것들이 비싼 까닭

사치재와 비실용성의 경제학 '비실용적인 사치재는 사용자의 지위 드러내'

2019.07.31(Wed) 10:03:19

[비즈한국] 시계는 남자들의 로망템으로 꼽힌다. 20세기에 배터리를 이용한 쿼츠 시계가 등장하면서 시계는 좀 더 정확해지고 저렴해지고 편리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를 능가한 극강의 편의성을 가진 시계가 등장했다. 바로 휴대폰이다. 쿼츠 시계를 넘어 휴대폰이라는 극강의 정확도와 편의성과 실용성을 겸한 시계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손목시계는 그 필요성이 다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시계는 왜 지금도 여전히 선호되는 것일까?

 

남자들이 로망템으로 선호하는 기계식 시계는 매우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적게는 자동차 가격부터 비싼 것은 지방의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 것도 있다. 비싼 기계식 시계는 태엽과 톱니바퀴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고급 라인으로 올라갈수록 더 정교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장점은 딱 여기까지다. 복잡한 부품으로 이루어졌기에 그만큼 무겁고 충격에 취약하고 정확도가 낮으며 꾸준한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가격이 올라갈수록 품질도 좋아진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선망하는 시계는 우수한 것은 저렴하고 성능이 낮은 것이 매우 비싸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이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가격이 올라갈수록 품질도 좋아진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선망하는 시계는 우수한 것은 저렴하고 성능이 낮은 것이 매우 비싸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이런 역설이 성립하는 것은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시계는 실용의 목적보다 패션의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시계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고급 상품은 실용성은 내다버린 수준임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잔 고장 없고 튼튼하고 연비가 좋은 차를 ‘좋은 차’로 여긴다. 그런데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고급차는 이와 정반대다. 비싼 고급 구두도 최대한 덜 걷는 상황을 가정하고 만든 것들이다.

 

우리는 이런 상품들을 보며 ‘멋있다’, ‘아름답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멋있고 아름답다는 기준이 실용적인 것에는 쉽사리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멋있고 아름다운 것이야말로 비실용과 비싼 가격의 다른 표현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인간은 상품을 단순히 필요에 의해 소비하지 않는다. 소비는 그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드러내기에 모든 상품은 지위재의 특성을 겸한다. 따라서 비싸고 미적 측면이 강조된 상품은 그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지위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적합하다.

 

슈퍼카를 가진 사람은 그 자동차를 타고 1년에 몇만 킬로미터씩 주행하지 않는다. 거친 도로를 달리지도 않는다. 고작 해봤자 잘 포장된 도로를 비교적 짧게 주행할 뿐이다. 그래서 슈퍼카는 고장이 잘 안 나는 높은 신뢰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 자동차가 한 대뿐이고 그 자동차를 생업에 쓰는 사람이라면 고장이 적고 신뢰도가 높은 차를 선호하겠지만, 슈퍼카 오너는 차가 그거 한 대뿐일 리가 없으니 고장 나면 수리를 맡기고 다른 차를 타면 되므로 높은 신뢰도가 덜 중요하다. 연비 또한 마찬가지다. 비싼 차의 형편없는 연비는 높은 유지비를 부담할 만한 경제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이 때문에 슈퍼카는 실용적이지 않은 부분이 아무나 구매하고 아무나 운용할 수 없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의 경제적 지위를 그대로 드러내는 데 아주 적합한 상품이 된다.

 

각자 자신이 갖고 싶어하는 로망템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우리는 그 상품이 왜 갖고 싶은지에 대해서 나름대로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쓸 것이다. 멋지니까, 예쁘니까, 혹은 그냥 갖고 싶으니까.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그 상품을 준다고 해도 당신은 그 상품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상품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생활방식과 높은 유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품에 어울리는 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상품만 주어진다면 그 상품은 그저 진열해두고 관상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그것이 소비가 가진 또 다른 면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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