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그룹이 기존에 진행하던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 방식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도입 검토만으로 취업 시장은 술렁이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이 속속 도입하는 수시채용에 부담을 느끼면서 머지않아 대기업 공채 문화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 SK “현대차도 공채 없앴고, 채용 시장 트렌드는 수시채용”
SK는 수시채용이 도입될 경우 시기는 내년으로 예상되며, 취업준비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2~3년 동안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확정은 아니며 검토 중이다. 경영층 의견 수렴 단계인데 채용 과정에서의 큰 변화다 보니 확정까지 얼마만큼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SK의 공채 폐지 검토는 10대그룹 중 가장 먼저 공채를 없앤 현대차그룹의 영향이 크다. SK 관계자는 수시채용 도입 배경에 대해 “현대차도 올 초 공채를 없앴고, 취업 시장의 트렌드가 수시채용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정기공채를 폐지했다. 지난해부터 상시채용을 확대해오다 올해부터 공채를 없애고 상시채용으로만 신입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공채 줄이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부터 공채 비중을 줄이고 수시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4월부터 디지털 및 IT 분야의 수시채용을 도입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올 초 기업 646곳을 대상으로 채용 방식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공채를 줄이겠다고 답한 대기업은 8.1%였으며 늘린다는 답변은 한 곳도 없었다”면서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공채 중심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뀌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 수시채용 확대에 채용 규모는 줄어, 취준생 부담감 높아질 수밖에
기업이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대규모 인재가 필요하지 않게 됐으며, 필요 인재도 직무에 특화된 역량을 가진 소수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는 채용 규모의 축소와도 연결된다.
박해룡 더에이치알컨설팅 대표는 “수시채용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채용 인원이 준다는 건 명백하다”며 “특히 신입 채용 인원 감소가 예상된다. 사업이 확대 추세인 분야라면 채용이 활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채용이 줄고, 공채를 통해 다양하게 뽑던 직군도 인력이 많이 필요한 엔지니어나 R&D(연구·개발) 분야 등으로 집중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대표적 사례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 흐름에 맞춰 2017년부터 공채 전 2월과 7월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7월에는 수시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2019년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조4522억 원, 영업이익은 6376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 89% 줄었다. 실적 부진에 채용 규모는 곧바로 영향을 받았다.
수시채용이 도입되면 취업준비생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3월, 9월 등 정기공채 시기에 집중적으로 서류전형을 준비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1년 내내 기업의 채용 공고를 살펴야 한다. SK하이닉스처럼 채용 공고가 나오지 않으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 취업준비생은 “공고가 언제 뜨는지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게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수시채용이면 특정 직무 전공자에게 유리할 것 같아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진원 트러스트원 컨설팅 대표는 “예전에는 공채 시기에 맞춰 스펙 준비를 하고 자소서를 작성했는데, 이제는 12개월 상시 채용을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면서 “공고도 한 번 놓치면 바로 마감되니 매사에 신경 써야 해 취업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고 조언했다.
주요 기업이 수시채용으로 채용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대기업의 공채 문화가 완전히 사라질 거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수시채용은 기존의 공채보다 채용 비용이 많이 든다. 취업포털에 채용 공고 배너를 올리는 비용, 인사팀의 업무량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박해룡 대표도 “대기업이 3월과 9월 공채를 진행한 건 효율성 때문이다. 대학교 졸업과 맞물려 인재 공급이 가장 왕성한 시기로 일정을 잡은 것”이라며 “수시채용으로 모두 전환하면 채용 비용이 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공채가 완전히 사라질 거라 보기는 어려우며, 그룹 차원이 아닌 계열사별 채용 시스템으로 움직일 거라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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