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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 가기' 대체지 홍콩도 불안불안, 가도 괜찮을까

백색테러로 시민 격분해 시위 격화, 지하철 파업에 관광지까지 확산 '유의'

2019.07.29(Mon) 17:40:58

[비즈한국] ‘일본 안 가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체 여행지로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이 흔히 거론된다. 휴양과 소도시를 즐기는 후쿠오카 여행을 선호하던 여행객들은 베트남이나 대만으로, 도쿄나 오사카 등 도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 하지만 홍콩은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 백색테러, 테러 규탄 시위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요즘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괜찮을까?

 

연간 홍콩을 찾는 관광객은 6000만 명에 달한다. 그 중 한국인은 150만 명 정도. 대형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7월 홍콩 패키지 여행객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든 반면, 항공권 판매만 보면 4~5배가 증가했다”며 “홍콩은 전통적으로 자유여행객이 많은 여행지인 데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들이 선전하며 자유여행객들이 더 증가하는 추세다. 7월까지는 기존의 예약자일 확률이 높지만 8~9월부터는 일본의 대체 여행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고 점쳤다. 

 

주 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는 홍콩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경우 시위 장소 방문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부득이 시위장소 인근을 방문할 경우, 시위대로 오인될 수 있는 검은 옷과 마스크 착용을 피하고, 시위 장면을 촬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난 27일 위엔롱 시위 장면. 사진=홍콩 교민 제공


# 백색테러 공포에 불안해도 외교부와 관광청은 ‘이상무’

 

지난 6월 9일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명목으로 홍콩에 거주하는 반체제인사나 시민활동가들을 잡아들이는 법을 제정하려 한다는 것이 이유다. 이날 홍콩 시민 200만여 명이 시위에 참여했는데 이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다. 

 

이후 주말마다 벌어지던 시위는 송환법 폐기로 사그라지는 듯하다가 7월 21일 다시 촉발됐고 ‘백색테러’까지 발생하며 유혈사태로 번졌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는 시위대에 반대하는 흰색 티셔츠를 입은 다수의 남성들이 위엔롱(Yuen Long) 지역의 지하철에서 시위대는 물론 임신부를 비롯한 일반 시민을 무차별 공격해 45명이 부상을 당한 것. 이후 시위는 점차 과격성을 띠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홍콩관광청은 ‘비즈한국’에 “시위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여행에는 문제가 없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연일 크고 작은 시위가 일어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언론의 특성상 자극적인 뉴스와 사진을 위주로 보도하는 면이 있다”며 “홍콩 시민들은 시위를 문화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시위 태도도 굉장히 젠틀하다. 시민들의 일상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주로 일요일에 시위를 하고 시위 후 자리를 청소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20여 개국에 홍콩관광국 지부가 있다. 각 지부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곳을 안내하고는 있지만 대중교통 등이 원활하고 안전에도 무리가 없어 여행을 주의 시키는 나라는 없다. 한국 문화관광체육부나 외교부에서도 현재 홍콩 여행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나름대로 홍콩을 주시하면서 각국이 수집하는 홍콩에 대한 정보나 의견도 함께 모니터링한다. 현재로서는 홍콩 안전에 대해 경보를 발령한 국가는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짐에 따라 외교부는 “6월 14일부터 현재까지 홍콩으로 여행을 떠난 우리 국민에게 안전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는 홍콩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경우 시위 장소 방문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부득이 시위장소 인근을 방문할 경우, 시위대로 오인될 수 있는 검은 옷과 마스크 착용을 피하고, 시위 장면을 촬영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 극심한 교통 체증과 통신 교란, 주요 관광지 휴장 등이 생길 수 있다고도 안내한다. 하지만 지난 25일까지 총영사관이 파악한 시위는 8월에는 17일 하루뿐이었지만, 실제 인터넷에 올라온 홍콩 시위 일정은 이보다 4개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5일까지 총영사관이 파악한 시위는 중국 정부가 허가한 8월 17일 한 번뿐이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홍콩 시위 일정은 이보다 4개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홍콩 교민 제공


# 여행경보는 아직, 열차 파업 이후는?

 

외교부에서는 우리 국민의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해 4단계로 나뉘는 여행경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 여행·체류 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국가 및 지역에 경보를 지정해 위험수준과 이에 따른 안전대책(행동지침)의 기준을 안내하는 제도다. 1단계 남색경보는 여행유의 단계로 신변안전을 유의해야 하는 수준이고, 2단계 황색경보는 여행자제 단계로 신변안전을 특별히 유의하며 여행 필요성을 재고해야 한다. 3단계 적색경보는 철수권고 단계로 긴급용무가 아닌 이상 철수하거나 가급적 여행을 연기·취소해야 하며 4단계 흑색경보는 여행금지 단계로 즉시 대피하거나 여행이 금지된다. 

 

외교부는 현재까지 홍콩 여행에 대해 아무런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상태다.​​ 외교부는 “여행경보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특정 국가나 지역이 반드시 안전하다는 사실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반 시민으로서는 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국가는 여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홍콩에 장기간 체류 중인 한 교민은 “시위가 홍콩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엊그제는 친구가 시위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경찰도 더 많이 보이고 교통체증도 심해졌다”며 “위엔롱(Yuen Long) 백색테러 다음날 그 근처 상가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또 홍콩의 대표적 관광지인 몽콕에서 거리를 지나가다가 맞을 뻔했다는 사람 얘기도 들었다. 백색테러 당시 경찰의 늑장대응과 방관하는 태도를 본 후엔 경찰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한편 홍콩 지하철인 MTR 열차 운전자들은 오늘까지 위엔롱 백색테러 사건에 대해 지하철공사에서 사과하지 않을 경우 7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가 운전자들은 출근시간인 오전 7시 30분부터 차량을 일부러 천천히 운행해 교통체증을 만들어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홍콩 지하철 MTR 열차 운전자들은 7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자가 운전자들은 같은 날 오전 7시 30분부터 차량을 일부러 천천히 운행해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알리고 있다. 사진=홍콩 교민 제공


현지 여행사 대표는 “개인 여행자는 위험할 수 있다. 백색테러 이전에는 시위가 평화로운 분위기인 데다 주로 외곽에서 벌어져 별다른 불편이 없었지만, 테러 이후 시위대가 시내로 들어왔고 과격해진 면이 있다. 단체 여행은 미리 시위 장소를 파악해 동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만 개인 여행자는 관광지에 있다가 시위대에 휩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월 주말마다 이어지던 시위는 8월에도 주말마다 계속될 예정이다. 7월 28일 시위가 과격성을 띠고 부상자가 생기는 등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벌어지자 정부도 강경하게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는 8월 17일 하루만 시위를 허가해준 상태다. 허가 없이 시위를 하면 불법이 되고 시위대가 이에 불응해 시위를 감행한다면 더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항간에는 중국 정부가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도는 등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홍콩을 여행하는 한국인 자유여행자는 월 1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20대 홀로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 현지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노련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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