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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사건' 관리 수순? 삼성바이오 수사 어디로 가나

김태한 대표 영장 기각, 재청구보다는 불구속 후 공소유지에 진력할 듯

2019.07.29(Mon) 15:16:29

[비즈한국] “(영장 기각 판결이) 이해하기 어렵다.” 분식회계와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됐지만, 기각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를 보며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영장 재청구 방침을 고심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사건을 이끌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3기) 취임 및 고검장·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와 함께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정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석열 총장은, 총장 후보자 낙점 후 수사팀에 “엄중하게 수사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법조계에서는 김태한 사장의 개인 횡령 혐의까지 넣어서 청구했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검찰의 수사 실패’라는 진단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전 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신임 총장 취임과 함께, 지난해 수사를 벌였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재판 관리(공소 유지)에 더 집중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 ‘개인 횡령’까지 넣었지만 또 영장 기각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김태한 대표 영장 혐의는 네 가지.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횡령 등인데, 이 중 삼성바이오 측이 가장 신경 쓰였을 영역은 횡령 혐의였다. 지난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 가치를 4조 5000억 원 부풀리고 관련 증거를 없애려 한 것은 회사 차원의 문제라면 횡령은 코스피 상장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회사 돈 30억 원가량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개인 혐의였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영장 청구 직후 “별건 같은 수사 내용이 들어있어 영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관측했었는데, 그럼에도 법원은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주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등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태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함께 영장이 청구된 삼성바이오 최고재무관리자(CFO) 김 아무개 전무 등 임원 2명에 대해서도 모두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수사가 제동에 걸린 것은 당연한 결과. 김태한 대표 등 분식회계 사건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신병확보 이후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를 향해 수사를 확대하려던 것이 검찰 계획이었는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과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 정도 등에 비춰 구속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분석해 추가 수사 후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추가 영장 청구는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 내 중론이다. 검찰 수사 흐름에 밝은 법조인은 “개인 횡령 때문에 영장이 나오더라도 분식회계 때문에 나온 것처럼 해석되면 삼성바이오가 기소 전 단계에서 불리한 상태로 재판에 넘어갈 수 있었는데 영장이 기각된 탓에 검찰도 머쓱해졌다”며 “본류(분식회계) 외에 곁가지(분식회계, 횡령)까지 이미 다 영장에 포함했기 때문에 새롭게 확보한 핵심 증거 등이 없다면 영장 청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이 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하고, 비교적 오랜 기간 신중하게 보강 수사를 했던 것도 영장 재청구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탠다. 검찰은 7월 초부터 김태한 사장 영장 청구를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증거인멸’이 아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처음이고, 영장 발부 시 다음 소환 대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인 점 등을 감안해 영장 청구를 앞두고 추가로 김태한 사장을 소환조사 하는 등 신중하게 준비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이 열렸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현충원에서 참배한 후 오후에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사진=이종현 기자


# 윤석열 총장 취임 출구전략? “피 너무 많이 뭍혀”

 

때마침 사건을 지휘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고위 간부 인사로 수사 라인업이 대거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이제 검찰과 삼성바이오의 법적 다툼은 재판으로 서서히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한동훈 3차장이 검사장 승진과 함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가면서 삼성바이오 수사의 연속성이 확보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되레 ‘총장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맥락이다. 신임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23기) 취임 및 수사 라인업이 새로 세팅되고 나면 기존 수사를 재정비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방침을 결정하고 사건 마무리(기소 여부 결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재판에는 검찰이 막강한 화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은 삼성바이오 외에 법원 사법농단 재판에 검사 15명 이상으로 구성된 특별공판팀,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10명 안팎의 특별공판팀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했던 핵심 사건들이 재판에서도 유죄를 받아낼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윤석열 총장의 지검장 시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 역시 그럴 것이라는 평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원래 검찰총장 전에는 1~2년 정도 지방고검장을 하면서 직접 칼을 잡지 않게 해 일부러 피를 묻히지 않고 일명 ‘관리’를 하는데 윤석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너무 칼에 피를 많이 묻힌 채로 총장이 됐다”며 “지검장 시절 담당했던 굵직한 사건들이 무죄가 나면 법원은 물론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삼성바이오 재판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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