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목표는 진정한 의미의 중간 미술 시장 개척이다. 역량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시즌 5를 시작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식을 제시하려고 한다. 본 프로젝트 출신으로 구성된 작가위원회에서 작가를 추천하여 작가 발굴의 객관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오픈 스튜디오 전시, 오픈 마켓 등 전시 방식을 획기적으로 제시해 새로운 미술 유통 구조를 개척하고자 한다.
‘짝퉁’이라는 말이 있다. 가짜, 모조품, 유사품 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세상이 변하다 보니 짝퉁이 제대로 대접받는 일도 생긴다. 대중문화에서도 짝퉁은 한몫을 차지한다. 짝퉁은 힘이 커질수록 진짜를 꿈꾸게 됐고, 그 꿈은 드디어 이루어졌다. 짝퉁이 예술의 한 갈래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가장 미국적인 예술인 팝아트가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팝아트는 ‘발전’과 ‘새로움’이라는 20세기 예술 동력을 면죄부 삼아 짝퉁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는 거사를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팝아트에서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짜 예술은 더는 가치가 없으며(예술의 유일성 부정), 가짜로 만들기 어려운 독창적인 예술 역시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적폐 청산 대상으로 여긴다(예술의 독창성 부정).
팝아트 작가들은 이처럼 유일성, 독창성을 부정하는 대신 대중문화의 스타, 소비를 촉진하는 상업광고 이미지, 현대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일회용품, 만화나 신문 같은 매스미디어를 숭배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이미지가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한다. 손으로 만지고 경험하는 현실보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이미지가 점점 더 위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이 시대는 진짜 현실 세상보다 이미지 생성 공간인 인터넷이 지배하는 가상현실이 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왜 이런 세상이 됐을까. 그동안 세계는 문화적으로는 서구가, 이념적으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와 독재가 절대 가치로 세상을 틀어쥐고 있었다. 20세기 중반까지 그랬다. 이런 것이 무너지면서 가치관의 혼란이 생겨버렸다. 혼란의 틈새로 파고든 것이 다양한 가치였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대중을 지배하는 힘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른 셈이다. 그게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인 것이다.
이런 짝퉁의 꿈은 예술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한 세상이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해괴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난다. 대중적 여론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매스컴의 힘이 그렇게 만든다. 대중을 선동하는 가짜 뉴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심지어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도 짝퉁을 만드는 데 나서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인터넷 세대인 김민채는 가상공간의 힘에 익숙한 작가다. 그는 인터넷 공간에 떠다니는 이미지를 건져내 작품의 주제와 소재로 삼는다. 인터넷에서 채집하는 영상의 진실을 우리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영상을 만든 이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대가 그런 것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김민채는 이런 현실을 초점이 불분명한 저질 영상으로 표현해서 인터넷에 지배받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일깨운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진실과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우리 시대의 어리석은 자화상인 셈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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