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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김정은이 자랑한 '저고도 활공도약형' 탄도미사일 요격법

낙하도중 풀업 기능, 특수 비행으로 낙하지점 예측 어려워…상승단계 요격기술 연구 중

2019.07.28(Sun) 15:45:06

[비즈한국] 지난 25일 발사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심상찮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참관한 것뿐만 아니라, 신형 미사일에 ‘특수한 기능’이 있다고 자랑하며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사실 25일 발사한 미사일은 이미 올 한 해에만 5월 4일 1발, 5월 9일 2발을 이미 발사한 적이 있다. 북한은 이 단거리 미사일의 발사 사진을 공개하면서, 현대적인 단거리 탄도탄을 제작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한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매우 비슷하게 생긴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이 과연 성능도 비슷할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보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이런 의구심에 마치 어린애가 떼를 쓰듯 자신들의 무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위험한 도발을 계속하는 중이다. 5월 4일 발사 미사일은 불과 240km를 비행했지만 5월 9일에는 420km를, 이번 미사일 발사에는 무려 600km를 넘긴 것이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일명 KN-23과 비교되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나, 한국군의 현무-2B 미사일은 대략 500km를 비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행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행특성이다. 이번에 북한의 KN-23은 기존 발사시험과 사뭇 다른 독특한 발사기동을 선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성명에서 이 기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무력을 강조하는 경우는 많아도 특정 기능을 자랑하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위력에 대해 직접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게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한다”라는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대체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라는 게 대체 뭐길래 저러는 걸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탄도미사일의 특징과 비행방식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발사 및 재장전 훈련 중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사진=nationalinterest


탄도미사일은 쉽게 말해 대포처럼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비행기나 드론이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프로펠러나 제트 엔진을 계속 가동하는 것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수초에서 수분 동안만 로켓엔진을 작동시킨다. 그렇게 로켓으로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내는 속도와 에너지를 사용하여 표적까지 비행한다.

 

그래서 탄도미사일의 비행궤도는 거의 일정하다. 포물선으로 비행하기에 발사각도와 최고 정점 고도만 알면 간단한 함수 풀이 정도로 낙하지점을 예측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이 포물선으로 비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북한의 KN-23 미사일은 이번 비행시험에서 상승 후 낙하하는 도중 다시 한 번 미사일의 머리를 하늘로 들어 올리는 풀-업(Pull-up)기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려가던 중 한번 머리를 들어 올려 약간 상승한 다음, 완만하고 천천히 낙하함으로서 기존의 탄도미사일과 전혀 다른 비행궤도를 갖게 된 것이다. 마치 중절모를 반으로 자른 단면과 같이 비행하는 셈이다.

 

상승단계 요격으로 개발된 YAL-1 레이저 비행기. 사진=US missile defense agency


이런 비행궤도가 군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선 정점고도, 즉 미사일이 최대로 올라가는 고도가 낮아져 탐지가 어려워진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먼 곳에서 발사한 미사일의 고도가 낮을 경우 우리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용으로 배치된 그린파인 블록 B 레이더나 사드의 AN/TPS-2 레이더의 경우 미사일이 고도가 낮으면 탐지가 곤란하다. 고도를 낮춰 가장 처음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적이 알아채는 걸 늦추는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요격고도가 낮아 미사일 방어의 기본인 다단계 요격이 어렵다. 미사일 방어는 매우 어렵기에, 대부분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두 번 이상 적을 요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짠다. 하지만 정점고도가 낮을 경우 요격 기회는 대체로 한 번만 가능하게 된다. 또한 궤도가 포물선이 아니니 낙하지점과 목표를 아는 것도 매우 힘들어진다. 미사일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른다면 민간인 대피와 장비와 인원보호에 대한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해결책은 있을까. KN-23 미사일이 특수한 비행을 하기 전, 즉 상승 단계일 때 요격을 한다면 요격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상승 단계는 아직 속도가 느리고,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하지 못해 가장 쉽게 요격할 수 있다. 이것을 상승단계 요격, 영어로 BPI(Boost Phase Intercept)라고 한다.

 

상승단계 요격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는 이미 20년이 훌쩍 넘어선다. 1995년 미 공군은 BPI에 대한 신개념 기술시범 연구를 진행, F-14 톰캣이나 F-15 이글 전투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서 250km 밖에 있는 상승단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HA-10이라는 고고도 드론에 미사일을 장착해 상승단계 요격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한국형 상승단계 요격 개요. 사진=김민석 제공


2007년에는 미 공군이 Network Centric Airborne Defense Element(NCADE)라는 상승단계 요격미사일을 시험하기 위한 실전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2년까지 연구된 보잉사의 YAL-1은 보잉 747 여객기에 레이저포를 장착해 상승단계의 북한 탄도미사일을 흉내 낸 테스트 미사일까지 요격했다.

 

그럼에도 상승단계 요격시스템은 20년 넘게 제대로 실용화하지 못한 어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상승단계의 시간이 매우 짧아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고, 미사일이 발사되는 근처에 접근하여 요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너무 비쌌던 탓이다.

 

다행히도 현재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연구소(ADD)는 상승단계요격에 대한 기초 기술을 이미 연구 중이다.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조기경보위성(DSP)에 통신기능을 추가하고, 오래 떠 있을 수 있는 무인기에서 상승단계 요격 미사일을 쏴서 떨어트린다는 계획이다. 우리 군과 연구기관이 꾸준한 연구와 투자를 통해 상승단계 요격기술에 대한 좋은 성과를 얻길 기대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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