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블루보틀코리아가 3호점 개점 장소로 강남역 테헤란로에 위치한 강남N타워를 낙점했다. 현재 개점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러한 가운데 3호점이 들어설 테헤란로가 1, 2호점이 자리한 성수동, 삼청동 주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1호점과 2호점이 있는 성수동과 삼청동은 서울 내에서도 특색이 강한 지역이다. 성수동은 과거 가죽을 만들어 내는 공장 지대였다. 수제화 거리로도 유명하다. 그러다가 최근 개성 있는 카페 및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서울숲에 유동인구가 몰리면서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삼청동은 한국의 전통적인 멋을 잘 살려낸 지역으로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장소다.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까지 삼청동을 방문할 정도다.
개점 당시 블루보틀코리아는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지역, 그 지역과 공감하고 특색을 수용하는 게 블루보틀의 브랜드 철학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잘 맞아 (성수동과 삼청동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3호점이 자리할 테헤란로는 도로 주변이 사무실로 가득해 수많은 회사원이 출퇴근하는 업무 지역이다. 강남역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20~30대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블루보틀 입점 이전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는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특색’ ‘이색’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보편’ ‘대중적’이란 단어와 어울리는 장소다. 여기다 연내 개점 예정인 블루보틀 4호점 일대도 3호점과 같은 테헤란로 일대 혹은 선릉역 근처가 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블루보틀코리아 관계자는 “(테헤란로) 주변 커뮤니티와 맛있는 커피 사이에 존재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3호점은 성수, 삼청점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 사내에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 일본서 ‘상징성→관광지→번화가’ 순차적 입점…한국도 같은 패턴
이러한 행보와 관련해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저자이자 리빌드 대표이사인 양도영 씨는 강남N타워 3호점 개점에 대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 씨는 “한국에서 블루보틀이 들어서는 방식은 앞선 일본에서의 사례와 유사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양도영 씨는 “블루보틀이 1호점 입점 지역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건 ‘상징성’이다. 블루보틀이란 이미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장소를 입점 지역으로 선택했다. 이어 블루보틀을 대표할 만한 ‘플래그 숍’이 들어설 지역을 선정한다. 일본과 한국에서 2호점을 관광지에 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블루보틀을 대중화할 목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블루보틀을 입점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씨의 주장대로 블루보틀의 일본, 한국 입점 지역을 비교했을 때, 지점마다 공통점이 있었다. 블루보틀재팬은 1호점 장소로 도쿄의 키요스미 시라카와를 선정했다. 신주쿠, 시부야 등 도쿄 번화가와는 30분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키요스미 시라카와엔 공장, 특히 목공소가 많았다. 젊은 예술가들이 공장을 개조해 갤러리로 사용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 아닌 한적하고 특색이 강한 지역인 점이 한국의 성수동과 매우 닮았다.
2호점 장소인 도쿄 아오야마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장소로 유명하다. 주말엔 발 디딜 곳조차 없을 정도로 외국 관광객이 많다. 한국도 관광 명소로 꼽히는 삼청동에 2호점이 열린 것으로 봐서, 블루보틀은 2호점 지역 선정에 있어 유명 관광 장소라는 키워드를 우선순위에 뒀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블루보틀재팬은 이후 신주쿠, 롯폰기 등에 차례로 3, 4호점을 열었다. 신주쿠와 롯본기는 도쿄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다. 블루보틀코리아 역시 3분기 내로 유동 인구가 많은 테헤란로에 3호점을 개점한다. 블루보틀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블루보틀 입점 전략이) 일본 입점 전략과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 커피 맛 느낄 여유 없는 직장인에게 블루보틀은 어떤 맛일까
테헤란로를 누비는 많은 유동 인구 덕분에 블루보틀 3호점은 개점 당일부터 문전성시를 이룰 것으로 쉽게 예상된다. 문제는 직장인들의 커피 소비문화가 블루보틀의 철학과 대척점에 있다는 사실이다. 직장인들에게 커피는 ‘휴식’과 ‘대화’의 수단이다. 빨리 주문할 수 있고 잠시 앉을 자리를 내주는 매장이 선택된다. 가격이 저렴하면 금상첨화다.
테헤란로 일대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은 “점심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직장인들은 이 시간 내에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밥, 커피 모두 빠르게 나오는 걸 선호한다. 드립 커피를 마실 정도로 여유가 있을지 궁금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강남N타워 1층엔 최근 국내 ‘스폐셜티’ 커피 브랜드 중 하나인 ‘수수커피’가 입점해 있다. 대표 메뉴는 바리스타들이 직접 내리는 핸드 드립 커피지만, 강남N타워 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는 역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내는 커피다. 최성현 수수커피 대표는 “직장인들에겐 핸드 드립 커피 맛을 음미하며 여유를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점심시간에 핸드 드립 커피를 찾는 고객은 없다. 최대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품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블루보틀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1, 2호점은 그들의 철학을 고수할 최적의 장소였지만, 테헤란로는 또 다른 철학이 필요한 곳이다. 이에 대해 블루보틀코리아 관계자는 “블루보틀의 장기적 목적은 정성껏 내린 커피를 따뜻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것”이라며 “고객과 팀의 경험에 집중하고,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고객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핫클릭]
·
[핫CEO] '출산 SNS' 색다른 행보,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
·
아픈 반려동물 위한 식단 '수의사 레시피' 맹신 금물
·
[단독]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 100억대 자택 '김수환 재단'에 기부
·
[현장] 벌써 시들? 블루보틀 2호 삼청점, 1호 성수점 비교
·
국내 1호점 연 블루보틀, 스타벅스와 뭐가 다르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