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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 항공권 직구 플랫폼 '직항' 날아오를 수 있을까

10개 외항사 직접 연결, 고객DB로 새로운 수요 창출…관련 업계 "의미 없다" 냉담

2019.07.24(Wed) 16:47:02

[비즈한국] 하나카드가 항공권을 직접구매(직구)할 수 있는 플랫폼 ‘직항’을 열었다. 직항은 단어 뜻 그대로 고객이 외항사 10곳의 항공권을 직구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직항 플랫폼에서 항공권을 선택하면 아웃링크로 각 외항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결제하는 시스템. 항공사의 마케팅 내용을 고객에게 발송하고 프로모션 페이지로 연결한다. 10개 항공사는 알이탈리아, 영국항공, 아메리칸항공, 하와이안항공, 세부항공, 캐세이퍼시픽 등으로 모두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나카드가 외항사 10곳의 항공권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직항’을 열었다. 사진=‘직항’​ 캡처


# 카드사엔 거래 수수료와 ​고액 결제, 항공사엔 직판 유도​

 

‘직항’은 외항사의 항공권만을 모아 좀 더 구체화한 여행 서비스다. 올해 초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가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글로벌’과 ‘디지털’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하나카드 측은 “외항사에 단기 특가 항공권이 종종 나오는데 고객에게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항공권을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플랫폼을 열었다”며 “플랫폼 입점 수수료와 유통 마진 없이 합리적인 가격의 항공권을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카드는 해외 이벤트들을 모아 해외 전용 플랫폼 ‘GMH(Global Must Have)’도 운영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해외 매출이 국내 1~2위로 신한카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해외마켓 점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카드가 해외 여행객에 의한 매출에 신경 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항공권과 호텔 등을 카드로 구매하는 여행객의 결제가 고액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가맹점의 수수료가 국내보다 높기 때문. 국내 가맹점 수수료가 보통 1.0~1.3%인 것에 비해 해외 가맹점 수수료는 1.2~1.9%다. 항공권은 1인당 구매액도 크고, 외항사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도 국내보다 높기 때문에 카드사로선 ‘짭짤한’ 수익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 역시 해외 매출에 눈독을 들이는 추세다. 현대카드도 얼마 전 카카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온라인 여행사 타이드스퀘어를 통해 ‘현대 프리비아’라는 고유 브랜드로 오랫동안 여행 서비스를 하고 있고, 국민카드는 여행센터가 내부에 따로 있어 고객센터와 발권팀까지 갖추고 있다. 또 자체 스타트업 육성사업인 ‘퓨처나인’ 등을 통해 자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와 여행 서비스를 접목하려는 시도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직구 항공권 플랫폼을 오픈한 하나카드의 행보도 적극적이다. 여행에 특화된 하나카드의 비바카드 시리즈는 약 2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비바카드는 1회 사용당 0.5달러의 해외 사용 수수료와 회당 3달러 정도의 출금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때문에 일반 카드의 해외 사용률이 3~4%인 데 비해 비바카드 해외 사용률은 평균 25%에 이른다. 

 

카드사들의 또 다른 재산은 고객DB. 회원들이 해외에서 쓴 카드내역이 그대로 카드사에 데이터로 쌓인다. 하나카드는 이 DB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인이 자주 카드를 쓰는 식당이나 관광지 등에서 카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하는 등 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활용법은 다양하다. 

 

하나카드는 “고객의 해외 사용 DB를 빅데이터화 해 고객이 해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직항’ 플랫폼에 콘텐츠와 각종 해외 서비스 등을 추가해 매출 확대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여행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외항사 입장에서도 직판 루트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국적사에 비해 국내 마케팅 채널이 부족한 외항사들은 여행사나 가격비교 메타서치 플랫폼에 판매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항은 선판매분이나 땡처리 좌석을 소진하기에 좋다. 장기적으로는 항공사 홈페이지로 고객의 직접 유입을 노려볼 수도 있다. 

 

하나카드는 해외 이벤트들을 모아 해외 전용 플랫폼 ‘GMH(Global Must Have)’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하나카드 홈페이지 캡처


# 직판이 꼭 쌀까? 항공운임은 생각보다 복잡해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업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항공사와 다이렉트 직판을 꿈꾸는 이커머스, 카드사, 포털사 등 이종업계의 플랫폼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B2B 영업망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기본적으로 운임 데이터의 유통 구조는 무시한 채 비정기 프로모션이나 할인제도를 앞세워 사람들을 끌어모아보겠다는 전략이었는데, 모두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서비스들로 끝이 났다. 항공권 유통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행사 관계자는 “대형 여행사들과 온라인 여행사들(OTA)은 항공팀에서 국제 시스템을 통해 원천 운임을 제공받아 자체적으로 운임을 설정해 유통하는 데 비해 카드사의 이런 방식의 접근은 너무 단순하고 전략적이지 않다”며 시장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모든 카드사가 여행사의 항공 운임에 ‘○○카드 할인 요금’을 붙이기 위해 매월 수천만 원의 마케팅비를 여행사에 지급한다. 플랫폼을 만들었다 해도 항공권의 운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구조라 경쟁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항공사의 다이렉트 운임과 여행사 운임을 비교했을 때 항공사 운임이 꼭 싸다고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항공사가 프로모션을 할 때는 항공사 가격이 유리하기도 하지만, 여행사가 여러 카드사와 항공사의 지원을 받아 자체 조정이 가능한 선에서 할인에 들어가면 항공사의 직판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는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항공사는 거의 100개에 육박하고 노선도 다양한 상황에서 단순히 10개 정도 외항사의 직판 가격과 프로모션을 노출하는 것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며 “각종 마케팅 기법을 쓰고 있는 OTA들의 운임과 항공사 직판 운임을 동시에 가격비교해주는 메타서치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전했다. 

 

다른 여행업 전문가 역시 “고객은 이미 각종 할인과 콘텐츠 등에 익숙해서 이 정도 플랫폼으로 새로운 고객 유입이나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하나카드 고객에게 약간의 혜택을 더해주는 카드사의 방어 정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업계의 시각에 하나카드는 “시장을 단기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여행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일단 하나카드 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늘리면서 해외 결제 고객의 DB를 활용해 콘텐츠를 입히는 작업도 꾸준히 병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과 핀테크 등에 위협받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여행 인구가 늘어나고 해외여행 시의 결제액이 높아지며 카드업계도 이커머스업계처럼 여행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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